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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도서출판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작가 이영서씨는 아마도 책을 무척이나 아끼고 좋아할 사람이라는 느낌이 직감처럼 꽂혔다(하긴, 작가중에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을까 싶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법. 그렇게 친근한 마음으로 나눈 작가와 전화 인터뷰내용을 정리해보았다.

책과 노니는집. 깨끼한복처럼 예쁜 책속 삽화는 김동성씨가 맡았다
 책과 노니는집. 깨끼한복처럼 예쁜 책속 삽화는 김동성씨가 맡았다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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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물을 쓰게 된 배경이랄까요 어떤 계기가 있으신가요?
"옛 기록에 보면 조선시대 영정조 시대에 집집마다 방문하면서 책을 판매하던 ‘조생’이라는 실존인물이 있습니다. 그에 대한 기록을 보면서 옛날에 책을 다뤘던 사람들은 어땠을까 그 삶이 무척 궁금했어요. 한마디로 책이 삶인 사람들은 어땠을까, 책을 다루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쓰고 싶어졌어요."

- 작품 배경이 천주교 박해가 있던 시점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천주교 박해가 있던 근대는 우리나라의 격동기였어요. 종교적인 문제를 떠나 그 시기는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우리나라가 근대로 향하는 길목에 있었죠. 외국문물이 들어오고 새로운 사상이 들어왔습니다. 다른 역사적인 사건에 비해 굉장히 입체적인 시점이어서 배경으로 정했구요.

그리고 또 하나. 그 시기에는 한글로 된 고전소설이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막 싹트기 시작한 민중의 정신이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도 잘 맞아떨어졌죠. 이 작품중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책 역시 마찬가지예요. 그 당시만 해도 책은 양반만의 특권이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모든 사람은 책앞에 평등하다’는 이 책의 주제와도 잘 맞았던 것 같아요."

- 전 이책을 읽으면서 '책은 읽는 재미도 좋지만 모아 두고 아껴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설레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 책이 궁금해 자꾸 마음이 그리 가는 것도 난 좋다'(78쪽)라는 구절이 참 멋졌고 또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마치 제 이야기 같았거든요. 작가님도 그런 책이 있으신가요?
"제가 집중력이 좀 떨어져서 한 책을 한 곳에서 오래 못 읽어요.(웃음)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동시다발형’인 셈이죠. 그냥 책장에 꽂혀있는 것만으로도 흐뭇함을 주는 책들이 물론 저에게도 있죠. 그중 하나가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스티븐 컨/휴머니스트)라는 책이에요. 책장에 꽂아두면서 곶감 빼먹듯 조금씩 조금씩 읽고 있죠. 내용이 어렵기도 하지만 한꺼번에 읽기가 너무 아까워서요. 왔다갔다하면서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든든하죠."

- 집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요?
"역사적 고증하는 점은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어렵다기보다는 좀 난감했던 점이 있었는데, 소설의 주인공이 '장이'라는 소년이잖아요. 그런데 역사소설에서 어린이의 위치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가 참 애매하거든요. 갈등의 주체적인 입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냥 방관자로서 그릴수도 없는 일이구요. 그 선을 타기가 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감시간에 쫓기는 것도 힘들었네요."

어른의 한사람으로서 어린이에게 미안한 기분

- 책 제목이 멋스럽습니다. '책과 노니는 집'이라... 작품중 등장하는 '서유당(書遊堂)'을 풀어쓴 것인데요 어느 문헌에서 따온 건가요?
"제가 지어낸 이름입니다. 처음에는 '책이 있는 집'으로 할까하다가 좀 딱딱한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보다는 엄마들이 더 좋아하실 제목같아서 좀 부드럽게 바꿔보았어요." 

'사랑채 마당에 서서 서유당이라는 현판을 바라보며 아버지 생각에 잠겨있던 장이는 서고로 들어갔다. 장이는 홍교리의 서고를 돌아보며 아버지가 꿈꾸던 작은 책방이 바로 이런 모습일거라 생각했다. 오래된 책에서 풍겨오는 쿰쿰한 곰팡냄새, 들창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바람, 키맞추어 누워있는 서예용 붓들, 화선지 두루마리....'(78쪽)

- 요즘 초등학생들 이야기를 들으면 '주위에 재밌는게 너무 많아서 책을 읽고 싶지않다'고들 하는데요. 창작동화를 쓰는 입장에서 이러한 아이들의 독서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어린이들의 독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사실 미안해집니다. 이 시대를 사는 어른으로서요. 어른들이 우리 어린이들의 독서태도를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요즘 학생들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너무 바쁘죠. 어른들보다 더 바쁩니다.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창작동화나 역사동화보다는 주로 학습만화나 교양만화, 자기계발서 같은 책을 읽죠. 물론 그 책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예요. 하지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그런 책을 먼저 권함으로써 아이들이 보다 다양하게 책을 읽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어느 책이든 골고루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최근 읽은 책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김진경지음/문학동네)라는 책입니다. 작년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우리 청소년 학생들의 이야기인데요 한편으로는 판타지같기도 하고 까딱하면 불온서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책과 노니는 집>오래된 단골책방에 있는 듯 마음이 편해지는 책
처음에 호기심으로 들춰보았다가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어버린 책이었다. 내용이 재미있거니와 술술 읽혔다. 천주교 탄압이 일어났던 구한말 시대적 배경과 책을 베끼고 빌려주거나 파는 ‘필사쟁이’가 직업이었던 아버지와 그의 아들 ‘장이’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면서 신선한 재미를 불러일으켰다. 기존의 창작동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소재의 신선함’이 이 책의 매력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주인공 소년 ‘장이’는 책을 배달해주거나 심부름을 하는 소년에 불과하지만 나름대로의 확실한 가치관과 철학을 가진 소년이다. 비록 출신은 낮지만 책을 사랑한다. 그러한 장이의 진면목을 알아본 ‘홍교리’는 장이를 인간적으로 대해주고 장이 역시 홍교리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나 홍교리가 나라에서 금한 천주학 서적을 남몰래 읽고있다는 사실을 장이는 알게된다. 그리고 나라에서 양반들의 가택수색을 시작하던 어느날, 장이는 홍교리의 서고에 들어가 천주학 서적을 모조리 불태운다. 홍교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책이 좋고, 지식이 훌륭하고 앎이 중요하다고 하나 세상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바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소년 ‘장이’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가장 어린이다운 캐릭터를 통해서 말이다.

이외에도 장이와 낙심이와의 우정, 최서쾌와 장이 아버지와의 끈끈한 의리, 홍교리와 장이의 세대를 뛰어넘은 교감 등 우리가 다시생각해봐야할 ‘사람사이’의 일들이 작품전체를 둥글게 감싸고있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마치 오래된 단골책방에 온 듯한.    

덧붙이는 글 | 책과 노니는 집/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문학동네



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문학동네어린이(2009)


태그:#책과 노니는 집,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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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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