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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컴한 새벽끝에 무지개빛 하늘이 열렸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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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거실에서 코를 골며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는 사이 눈을 떴다. 솜이불에 파묻혀 눈을 뜨고 닫길 반복하다 6시에 가까워 자리를 털고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하고 산에 오를 채비를 했다. 작은 디지털카메라와 손전등, 장갑을 두툼한 점퍼 주머니에 찔러넣고 스스륵 미닫이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조심스레 문을 여닫는 소리에 어머니는 잠에서 깨었고, 어디가냐 물으시길래 산에 다녀온다 하고 계단을 내려왔다.

6시쯤 집을 나섰다.
 6시쯤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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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 가로등이 줄줄이 불밝힌 집앞 도로는 이른 새벽부터 징매이고개로 "위위윙" 거리며 쏜살같이 내달리는 자동차들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거슬리는 자동차의 소음을 피해 뒷산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마을에서 흘러나온 빛줄기가 숲에 스며들어 손전등을 켜지 않아도 되었지만, 스위치를 돌려 컴컴한 오솔길의 색다른 모습을 확인해가며 나아갔다.

집앞 도로를 불밝힌 가로등
 집앞 도로를 불밝힌 가로등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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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지 않았는데도 컴컴한 숲에 찾아와 어딘가에서 아직 잠을 자고 있을 야생동물들을 놀래키는 남성의 요란한 "야호"소리도 들려왔고, 일찌감치 철마산 능선을 한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주머니 일행과도 마주쳤다. 낙타등처럼 구불구불한 등산로와 울퉁불퉁한 계단을 지나 짙은 산그림자 위로 회색빛을 발하던 능선에 올라 꼭대기로 향할 때는, "안녕하세요!"라고 기분좋게 인사말을 건낸 등산객이 새벽잠에 취한 마을로 바삐 내려가기도 했다.

새벽잠에 취해있는 산 아래 마을, 인천 서구 심곡동과 연희동 일대
 새벽잠에 취해있는 산 아래 마을, 인천 서구 심곡동과 연희동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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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산에서 내려다 본 계양구, 부평구 일대
 철마산에서 내려다 본 계양구, 부평구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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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찬히 징매이고개와 계양산으로 연결되는 철마산 꼭대기에 이르니, 두서명의 주민이 "으샤으샤" "으으윽" 하며 새벽운동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바람이 세차지 않아 정상에 오를 때 흘린 땀을 상쾌하게 식혀줬다. 숨을 고른 뒤 사방을 둘러보니, 아직 새벽 어둠은 짙게 땅아래 스모그와 같이 가득 깔려 있었다. 그 답답한 어둠을 불밝히고 있는 것은 요란한 전깃불들이었다.

동쪽 하늘이 짙은 푸른빛과 짙은 갈색으로 피어났다.
 동쪽 하늘이 짙은 푸른빛과 짙은 갈색으로 피어났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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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게 뒤늦은 새해 해맞이를 위해 점점 식어가는 몸을 추스려가며 쪼그려 뛰기도 해가며 때를 기다렸다. 하늘이 열리고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려고 말이다. 얼마쯤 지났을까 멀리 동쪽 하늘 그러니까 서울에서 짙은 푸른색과 갈색이 감돌기 시작하더니, 점점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청소부가 가을 낙엽들을 쓸어담기 위해 살살 비질하듯이 움직여가며 곳곳에 잠자고 있던 새벽 어둠을 깨우고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일렁이는 새벽 하늘, 금새 하늘은 푸른빛으로 가득 물들었다.
 일렁이는 새벽 하늘, 금새 하늘은 푸른빛으로 가득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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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태양의 기운이 느껴진다.
 붉은 태양의 기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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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휘황찬란한 모습을 한참을 지켜봤다. 어리석은 인간은 절대 범접할 수 없을 우주와 만물의 섭리.진리가 깨치고 열리는 그 순간을 눈에 카메라에 담아내면서, 컴컴한 새벽끝에 무지개빛으로 물든 청명한 하늘이 열리는 장관을 목격했다.

그리고 여러해 동안 빌어온 소망을 또다시 나직이 되뇌였다.
내 마음속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의 '평화'를.      

새벽 어둠이 밀려나고 있다.
 새벽 어둠이 밀려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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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불빛도 사그라든다.
 도시의 불빛도 사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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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운동을 하고 있는 시민
 새벽운동을 하고 있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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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새해란 말이 무색하지만, 무지개빛 세상이 찾아오길 바래본다.
 희망찬 새해란 말이 무색하지만, 무지개빛 세상이 찾아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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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새벽, #해맞이, #태양, #무지개,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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