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의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MBC 기자 134명이 자사 파업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1996년 이후 입사한 평기자 134명은 지난달 31일 사내 보도본부 게시판에 '총파업 투쟁에 임하는 MBC 기자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실명을 밝혔다.
기자들은 이 글에서 "파업이라는 특수 상황에서도 기자들 일부는 '특별취재반'에 남아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비판하고, 파업의 의미를 전달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놓지 않기로 결의했다"며 "그러나 특별취재반 기자들의 취재와 제작·아이디어는 뒤로 밀리고 있고, 파업 상황 보도와 여권의 방송법 개정의 본질에 대한 보도는 한두 꼭지, 그것도 로컬 시간대로 밀려 형식적으로 방송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도제작국의 프로그램들도 보도 내용에 대한 이런 저런 간섭 속에 파행과 논란을 겪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기자들은 한나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각종 법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정부여당의 방송장악 움직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비판했다.
기자들은 "하나같이 사회적으로 치열한 논쟁을 통해 결정돼야 할 법안들을 힘의 논리로 밀어붙일 태세"라며 "사회적 합의, 이성, 민주적 토론은 모두 실종됐고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사회는 이미 수십년 전 우리가 경험했던 폭력과 야만에의 굴종을 강요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이번에 방송법 개정을 통해 지상파 방송에 재벌과 족벌신문의 진출의 길을 터놓은 뒤, 2월과 4월 임시국회에서 공영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마저 개정하는 초고속 시나리오를 짜놓았다고 공공연히 MBC를 협박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의 예산과 결산을 국회의 감시와 통제에 두고 그 목줄을 사실상 한나라당에게 주는 법안,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을 사실상 해체해 MBC를 사유화하는 법안이 그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들에 따르면 "정부의 한 관계자는 MBC 기자에게 '방문진이 갖고 있는 MBC 주식은 언제든 수의계약으로 넘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은 "87년 6월 항쟁 이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공의 영역으로 지켜온 한국의 방송체제, 공영방송체제가 한 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다"며 "공정방송, 정치권력, 자본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소명, 기자로서의 자존심이 백척간두에 서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기자들은 끝으로 "마이크와 카메라를 놓는 아픔을 견디며 총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우리 MBC 기자들은 총파업을 통해 기자로서의 자존감을 지키고, 공영방송 기자로서 시청자에 대한 책무를 다할 것을 결의한다"며 "경영진과 보도 책임자들 역시 지금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 공영방송이 처한 절박한 위기상황을 직시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총파업 투쟁에 임하는 MBC 기자들의 입장 |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20년간 우리 사회가 진전시켜온 인권과 민주주의, 언론의 자유. 이 모든 것이 한 순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집회 현장에서 복면만 착용해도 처벌하는 비상식적인 파쇼 법안이 '경제 살리기' 법안으로 포장돼 버젓이 국회에 제출됐다. 재벌에게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법안, 재벌과 신문, 외국자본이 방송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하나같이 사회적으로 치열한 논쟁을 통해 결정돼야 할 법안들을 힘의 논리로 밀어붙일 태세다. 사회적 합의, 이성, 민주적 토론은 모두 실종됐다.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사회는 이미 수십 년 전 우리가 경험했던 폭력과 야만에의 굴종을 강요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 첫 번째 타깃은 방송이다. 사회적 다양성과 공론의 장을 재벌과 일부 족벌신문의 사적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그들의 전략은 집요하고 매우 재빠르게 이행되고 있다. KBS와 YTN을 비상식적 방법으로 무력화시킨 데 이어, 이제 그들은 MBC에 대한 전면적 공격을 시작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이번에 방송법 개정을 통해 지상파 방송에 재벌과 족벌신문의 진출의 길을 터놓은 뒤, 2월과 4월 임시국회에서 공영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마저 개정하는 초고속 시나리오를 짜놓았다고 공공연히 MBC를 협박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예산과 결산을 국회의 감시와 통제에 두고 그 목줄을 사실상 한나라당에게 주는 법안,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을 사실상 해체해 MBC를 사유화하는 법안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MBC 기자에게 "방문진이 갖고 있는 MBC 주식은 언제든 수의계약으로 넘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공의 영역으로 지켜온 한국의 방송체제, 공영방송체제가 한 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다. 공정방송, 정치권력, 자본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소명, 기자로서의 자존심이 백척간두에 서있다.
노동조합은 총파업을 결행했다. MBC 기자들은 한국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몰락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이 총파업에 온 힘을 다해 동참하고 있다. 파업이라는 특수 상황에서도 기자들 일부는 ‘특별취재반’에 남아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비판하고, 파업의 의미를 전달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놓지 않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이 '본연의 기능'이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특별취재반' 기자들의 취재와 제작, 아이디어는 뒤로 밀리고 있고, 파업 상황 보도와 여권의 방송법 개정의 본질에 대한 보도는 한 두 꼭지, 그것도 로컬 시간대로 밀려 형식적으로 방송되고 있다. 보도제작국의 프로그램들도 보도 내용에 대한 이런 저런 간섭 속에 파행과 논란을 겪고 있다.
우리에게 시간은 많지 않다. 마이크와 카메라를 놓는 아픔을 견디며 총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우리 MBC 기자들은 총파업을 통해 기자로서의 자존감을 지키고, 공영방송 기자로서 시청자에 대한 책무를 다할 것을 결의한다. 경영진과 보도 책임자들 역시 지금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 공영방송이 처한 절박한 위기상황을 직시해 줄 것을 요구한다.
2008년 12월 31일 총파업에 동참한 MBC 보도부문 기자 134명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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