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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마포구에 살고 있는 조영권입니다.

 

3일자 신문을 보니 드라마 주연배우들의 출연료가 화제입니다. <태왕사신기> 배용준의 출연료는 무려 회당 2억5000만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불황에 우리 서민들에게는 정말 '억' 소리 나는 금액이죠.

 

그럼 우리 마포구 의원님들 회당 출연료는 얼마나 될까요. 올해 의원님들 의정비가 5499만원이고 회기일수가 95일이니 대략 58만원 나오네요. 한류 스타의 몸값에 비하면 소소합니다. 그래도 시급 5000원에도 못 미치는 홍대 앞 88만원 세대의 하루 수입과 연탄 한 장 아끼려고 추운 겨울밤에도 새우잠을 청해야 하는 아현동과 염리동 독거노인들의 하루 생활비에 비하면 분명 엄청난 금액입니다. 오죽했으면 국가가 나서 의원님들의 의정비를 심의까지 하겠습니까.

 

국가에서 정한 의원님들의 내년 의정비 기준액은 잘 아시다시피 3616만원입니다. 그런데 마포구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금액은 3844만8000원입니다. 기준액의 10%까지 자체 인상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주민을 속이는 의정비심의위원회

 

마포구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지난 11월 3일 구성되어 모두 4차례의 회의와 주민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의정비심의위원회의 회의 결과를 살펴보면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릅니다. 국가가 나서서 의정비를 규제하게 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합리적인 의정비 산정 기준에 대한 논의는 없고 다른 구 눈치 보기에만 여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주민설문입니다. 이번에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실시한 주민 설문 문항은 이렇습니다.

 

"2008년도 마포구의회 의원의 연봉은 1년에 5499만9천원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2009년도 마포구 의원의 의정비 지급을 위한 의정비 심의위원회에서 잠정적으로 결정한 금액이 3844만8천원입니다. 이 잠정 금액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적당하다면 1번, 올려야 한다면 2번, 내려야 한다면 3번을 눌러주십시오."

 

저도 이 설문에 참여했습니다만,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주민이 이 설문을 본다면 당연히 흐뭇해 할 것입니다. 올해에는 1년에 5499만9천원이었던 의정비가 내년에는 3844만8천원으로 내려간다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요. 그런데 만약 이 설문을 이렇게 바꿨다면 어떨까요.

 

"2008년도 마포구의회 의원의 연봉으로 국가가 정한 기준액은 3616만원입니다. 그런데 의정비 심의위원회에서 잠정적으로 결정한 금액은 이 기준액에서 10% 인상된 3844만8천원입니다. 이 잠정 금액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똑같은 3844만8천원이지만 주민들이 받게 될 느낌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잠정 결정액이 국가의 기준액보다 인상된 금액이라는 결정적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해 주민들을 속였습니다.

 

주민들은 내리라는데 왜 안 내리나

 

그런데 놀랍게도 설문조사 결과는 '내려야 한다'로 나왔습니다. 총 1497명의 참여자 중에 35.8%는 '적당하다', 8.3%는 '올려야한다', 55.9%는 '내려야한다'고 답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이런 결과를 무시한 채 자신들이 원래 정한 금액인 3844만8천원으로 최종 결정했다는 사실입니다. 인터넷 설문이란 것이 젊은 층만 접근할 수 있는 것이어서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럴 거면 왜 설문조사를 한 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의정비심의위원회에 제출된 자료 중에는 2006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 2년간의 의원님들 활동 실적이 있었습니다. 그냥 알려 달라면 안 알려줄 것 같아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그 자료에는 지난 2년간(2006년 7월~2008년 6월) 의원님들이 제정하거나 개정한 조례 실적이 나와 있었습니다. 매우 안타깝게도 지난 2년간 주민들과 관련해 직접 발의해 제정된 조례는 단 1건(총 3건이지만 이 가운데 2건은 의회 운영과 관련된 것입니다) 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지난 5월 8일 제정된 '마포구 재향군인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였습니다. 물론 모두 89건의 조례안을 처리했지만, 대부분 단체장이 발의했거나 의회 운영에 관한 것들입니다.

 

그래서 또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 봤습니다. 모두 18명의 의원님들이 올해 의정비로 5499만원씩 받으셨으니 '18×5499만원'해서 9억8982만원. 그리고 6개월(평균 근무일수 90×2=180일)만 따져서 그 절반인 4억9491만원. 그러니 의원님들이 직접 발의하고 제정한 그 단 한 건의 조례 값은 4억9491만원이네요. 물론 이 조례가 정말 주민들의 삶을 위한 진짜 '명품'인지 아니면 '짝퉁'인지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의원님들이 의원직 말고도 본업을 위해 늘 바쁘시다는 사정 역시 감안하겠습니다. 그래도 이건 좀 너무 비싸지 않습니까?

 

의원님들이 '결자해지'해 주셔야 합니다

 

오는 12월 12일이 마포구의회 정례회 마지막 날이죠. 그리고 이날 '마포구의회 의원의 의정활동비 등의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처리됩니다. 부디 의원님들께서 결자해지(結者解之)해 주시기 바랍니다.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는 의원님들 사기 문제 때문에 의정비를 높여야 한다고 하더군요. 의원님들께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셔야 합니다. 의원님들의 사기는 의정비로 높여지는 게 아닙니다. 주민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그 뜻을 따를 때, 주민들이 의원님들의 사기를 높여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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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자는 사회당 마포구위원장입니다. 이 글은 마포구의회에 공식적으로 전달될 예정이며 프로메테우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


태그:#의정비, #마포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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