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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광화문 교보빌딩 10층 대강당에서 열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출간 30주년 기념낭독회 및 '침묵과 사랑'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소설가 조세희.
▲ 작가 조세희 지난 14일 오후 광화문 교보빌딩 10층 대강당에서 열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출간 30주년 기념낭독회 및 '침묵과 사랑'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소설가 조세희.
ⓒ 강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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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와 싸우며 미발간 장편소설 <하얀저고리> 집필 中

1970년대 산업화 시대를 배경으로 도시 하층민의 소외와 애환을 다룬 문제작, 작가 조세희(67·사진)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올해로 출간 30주년을 맞았다. 1978년 6월 첫 출간된 이 소설은 1996년 4월 100쇄, 2005년 11월 200쇄를 넘겼다. 2007년 9월 100만부, 2008년 11월 현재 통산 105만부가 팔렸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동료 및 후배 문인 등이 함께 집필한 <침묵과 사랑>이 출간됐다.

지난 14일 <난·쏘·공> 출판 30주년을 기념하는 낭독회 및 기념문집 헌정식이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렸다. 강동구 둔촌아파트에 거주하는 작가 조세희를 만나기 위해 올 봄부터 기다렸던 기자. 병마와 싸우면서 집필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 조세희씨는 유독 하얀 흰머리가 첫눈처럼 인상 깊었다.

-많은 독자, 후배·문인들과 함께하는 <난·쏘·공> 출간 30주년 기념낭독회을 갖는 오늘 기분은?
"세월이 무섭다. 오늘 행사장 오는 길이 우울하고 쓸쓸해서 혼났다. 30년 감회라는 것은 특별한 게 없다. 한국의 어떤 상황이 <난·쏘·공>을 이리 오랫동안 읽게 했는지 모르겠다. 뜻 깊은 날이지만 좀 우울하다."

-작가 입장에서 <난·쏘·공>이 30년 동안 사랑을 받은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난 자랑할 게 하나도 없다. 내가 문학을 시작할 때 <난·쏘·공>이 이렇게 많이 나갈지 상상을 못했다. 1970년대 근로기준법을 공부하면서 일을 했다. 통금 전까지 일했다. 군부독재 치하라 노동자 모임도 없었다. 내가 부딪힌 문제부터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글을 썼다. 그 작품이 바로 <난·쏘·공>이다. 난 중노동을 했다. 박정희가 잘 먹여 준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고생해서 경제가 이만큼 성장한 것이다. <난·쏘·공> 집필 당시 철거 및 시위 현장을 취재할 때 3번이나 나부러졌다.

-시위현장을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데 요즘도 현장에 취재를 나가는지, 그리고 건강은 어떠신지?
"내가 현장에 나가는 것은 머릿수를 채우는 것이고 카메라는 소설이다. 아주 슬픈 소설이다. 시위현장을 지나면서 다소 불편하더라도 시위자를 욕하지 말라. 난 지독한 현장을 보면 끙끙 앓는다. 요즘은 집회 현장에 못 나간다. 오늘을 위해 답변을 준비했는데 떨려서 잘 안 보인다. 내가 젊었을 때 아나키즘에 빠졌던 것 같다. 그 때는 무정부주의자는 오래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건강을 안 챙겼었다. 술을 못했는데 담배는 하루에 3갑씩 피웠다. 그러면서 멀쩡하기를 바라면 말도 안 된다. 지금 나의 적은 병도 아니고 이데올로기도 아니다. 건강은 아주 나쁘다. 종합병원에 가면 여러 명의 의사가 돌봐준다. 심장, 뇌, 폐…오늘을 위해 요즘 더 많이 먹고 몸도 만들고 그랬다. 이 죽일 놈의 기억력보다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버텨야겠다."

-젊은 시절 많은 길이 있었을 텐데 문학의 길을 선택하기까지 어떤 방황이 있었는지?
"4·19 때 현장에서 뛰었던 사람으로 동대문경찰서 앞에서 피를 묻힌 세대다. 내 눈 앞에서 '어 맞았네. 어 죽었네' 몇 초 사이에 일어난 일이지만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1970년대 할 일이 글 쓰는 일 밖에 없었다. 딴 재주는 없었지만 글 쓰는 것을 인정해주신 선생님들이 있었다. 난 처음 독자가 7명이었다. 지금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80년 광주'의 역사적 기록을 다룬 첫 장편 <하얀 저고리>는 언제쯤 만나볼 수 있는지?
"<하얀 저고리>는 어떻게든 살아 있는 동안 쓸 것이다. 난 마음에 안 들면 인연을 끊는데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 많다. 그들 중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이 내 부고를 먼저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3000장만은 쓰려고 한다."

-독자들과 요즘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냉소주의에 빠지지 말라. 냉소주의는 사람의 기운을 빼앗아 간다. 절대 절망에 빠지지 말아 달라. 죽어서도 지하에 있다가 여러분들이 싸우지 않으면 내가 싸우러 나올 것이다.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 나는 여러분 세대에 많은 희망을 걸고 있다. 여러분 세대가 잘 되는 것을 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 강동송파구 주민의 대변지 서울동부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세희, #난쟁이, #난쏘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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