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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머! 저 꽃들 좀 봐요? 나무들은 온통 벌거벗은 초겨울인데 웬 꽃들이 저렇게 많이 피어났을까요?”

“정말 그러네, 알프스나 어느 외국 관광 사진에서 보았던 풍경이 한계령에도 있었네.”

 

흰 눈이 덮인 산봉우리 아래 골짜기엔 푸른 물이 넘실거리는 호수. 그 호수 옆 초원에 피어난 아름다운 꽃들, 알프스나 캐나다, 뉴질랜드 관광사진에서 보았던 풍경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지요.

 

그런데 지난 11월 1일, 설악산 한계령을 넘는 길에서 정말 진귀한 풍경을 만났습니다. 버스가 한계령에 도착하는 순간 누군가 창밖을 보며 소리쳤습니다. 한계령 휴게소가 있는 주차장 맞은편 절개지에 피어난 곱고 예쁜 꽃들이 사람들에게 놀람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풍경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선 한계령엔 초겨울의 찬바람이 씽씽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조금 얇은 옷을 걸친 사람들은 다시 버스로 올라가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휴게소와 뒤편 바위산의 모습은 완연한 겨울풍경이었습니다.

 

맞은편 절개지 위의 풍경도 마찬가지였지요. 잎을 모두 떨어뜨린 앙상한 나무들이 찬바람에 떨고 있는 모습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나목들이 즐비한 능선과 연결된 바로 아래쪽 넓은 절개지엔 빨강, 노랑, 하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야말로 지천으로 피어있다는 표현이 적절했습니다. 상당히 드넓은 절개지 가득 꽃들이 흐드러져 있었으니까요. 꽃 이름은 알 수 없었습니다. 절개지 위쪽에 피어있는 몇 송이의 하얀 쑥부쟁이 외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었지요.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들은 찬바람에 휩쓸리면서도 꿋꿋한 모습이었습니다. 오히려 그 찬바람을 시원하게 즐기기라도 하는지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이 여간 아름다운 게 아니었습니다. 누가 일부러 꽃씨를 뿌려 가꾼 것이었는지 아니면 절개지 경사면에서 저절로 피어난 자생 꽃들인지 현장에서 알아볼 방법은 없었습니다.

 

휴게소에서 일하는 몇 사람에게 물어보았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찬바람 몰아치는 싸늘한 초겨울의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높은 고갯마루 절개지에 피어난 수많은 꽃들은 주변의 다른 풍경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으로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경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 다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꽃밭, #한계령, #설악산, #절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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