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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를 보기 힘든 시대이다. 시골도 울타리보다는 벽돌 담장이다. 이런 때 고향에 가면 뒷집에 울타리가 있다. 탱자나무 울타리이다. 올해 초 할머니께서 세상을 등진 이후 울타리도 점점 쇠락해져가고 있다.

탱자나무 울타리는 벽돌 담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겨움을 준다.
 탱자나무 울타리는 벽돌 담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겨움을 준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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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놀던 울타리 탱자나무는 얼마나 무서운 존재였는지 모른다. 한 번 찌리면 며칠을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재미있는 것은 탱자나무 가시에 찔려 가시가 박히면 탱자나무 가시로 뽑았다. 탱자나무 가시는 병주고 약주는 존재였다.

탱자니무 가시는 날카롭다
 탱자니무 가시는 날카롭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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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울타리는 어떤 것보다 정겹다. 벽돌로 쌓은 담장과 하늘높은 줄 모르는 담장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한 번 넘어가고 싶지만 결코 넘을 없는 담장이 탱자나무 울타리이다. 반드시 넘어보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넘어보지 못했다.

탱자나무가시에 한 번 찔리면 아이들은 울음바다가 되어었다.
 탱자나무가시에 한 번 찔리면 아이들은 울음바다가 되어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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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를 오래만에 보았다. 요즘은 거의 볼 수 없다. 탱자열매 생각을 하니 입안에 침이 고인다. 신맛과 쓴맛이 함께 입안에 가득한 탱자맛은 온갖 화학조미료로 죽어가고 있는 입안에 생명을 불어넣기에 충분하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탱자 열매를 구경하기란 엄청 어렵다.
 탱자 열매를 구경하기란 엄청 어렵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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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갑자기 그리웠다. 지난 겨울 아흔을 앞두고 세상을 등졌다. 주인 떠난 집은 왠지 스산했다. 주인의 온기를 느껴야 집도 집답다. 주인의 따뜻함을 잃어버린 집도 이제 그 생명을 다하고 있다.

주인 잃은 집은 스산하다
 주인 잃은 집은 스산하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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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세상을 등진 이후 정기('부엌' 경상도 사투리)에 들어가고는 문은 이미 닫혔다. 들어가고 싶지만 꽁꽁 묶은 줄은 어느 누구도 허락하지 않는다. 생명을 잃어버리면 나그네를 용납하지 않는 것인가? 한 번씩 찾으면 반갑게 맞아 주셨던 할머니의 따뜻함이 그립다.

정기(부엌의 경상도 사투리)문이 닫혔다. 올해 할머니께서 세상을 등진 이후 찾은 나그네도 들어갈 수 없다.
 정기(부엌의 경상도 사투리)문이 닫혔다. 올해 할머니께서 세상을 등진 이후 찾은 나그네도 들어갈 수 없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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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살문과 창호지는 주인을 잃은 마음인지 나그네에게 맞아주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창호지가 창살과 하나가 되었을까? 창살은 해마다 창호지를 갈아입었다. 주인이 해마다 창호지를 갈아입혀 주었지만 올해는 갈아입혀 줄 사람도 없다. 다른 주인을 만나기 전까지는 창살도, 창호지도 추위에 떨 수밖에 없다. 주인 없는 집이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창호지와 창살은 정겨움을 주지만 자물쇠로 말미암아 나그네와 소통을 거부한다.
 창호지와 창살은 정겨움을 주지만 자물쇠로 말미암아 나그네와 소통을 거부한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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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대문이다. 옛날에는 자물쇠도 없었다. 닫히 공간이었지만 마음만은 언제든지 열려 있었다. 열쇠가 없어도, 방범창이 없어도, 비상벨이 없어도 그 때는 염려가 없었고, 걱정하지 않고 살았는데. 이제는 아니다. 모두가 꽁꽁묶었고, 겹겹이 닫아버렸다. 나그네를 맞아줄 따뜻함은 저 대문을 들락거린 수많은 사람들이 한 많은 세상을 놓았듯이 함께 사라져갔다.

쇠락해진 집 대문도 그 생명을 끝내고 있다. 저 대문을 들락거린 사람들도 세상을 등졌다.
 쇠락해진 집 대문도 그 생명을 끝내고 있다. 저 대문을 들락거린 사람들도 세상을 등졌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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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울타리와 옛 추억이 남아 있는 할머니 집은 콘크리이트 문화에 찌든 나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태그:#탱자나무, #울타리, #창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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