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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앓이도 가시게 한 참 맑은 가을하늘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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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3일) 저녁 늦게 평소 소식조차 없던 머리앓이가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요새 밀린 숙제(블로깅) 끝내겠다고 노트북 앞에 오래앉아 있어서 그런건지 어떤건지 모르겠지만, 나무망치로 오른쪽 머리통을 툭툭치는 머리앓이는 얼른 떠나지 않고 잠자리까지 이어졌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머리앓이는 쌀쌀한 새벽녘까지 계속되더니, 비구름을 뚫고 납신 아침해가 뒷산에 오르자 잠시 가셨습니다. 무겁고 딱딱한 석고같은 머리를 베개에서 일으켜 세우고는, 정신 좀 차리라고 찬물로 세안을 하고 나와 가방을 꾸렸습니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보니 가을비가 내린 뒤 날이 개인 것 같아, 맑은 공기도 마쉴 겸 단풍 구경도 할겸 도서관에 갈겸 걸어서 철마산을 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입맛이 없었지만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할 테니 아침점심겸 밥을 먹고는, 사서는 한 번 밖에 신지 않은 새 등산화를 챙겨신고 집을 나섰습니다.

 

바깥은 며칠동안 계속되던 짙은 안개가 가을비 덕분에 말끔히 사라져 선명했고, 텁텁하고 건조한 바람 대신에 촉촉하고 상쾌한 공기가 알록달록한 가로수 잎사이에 가득했습니다. 공촌정수장 샛길로 접어들어 가을걷이를 앞둔 산골을 둘러보고 예비군훈련장 뒤편 가파른 오솔길을 따라 철마산 줄기에 이르렀습니다.

 

솔잎이 수북이 쌓인 오솔길에서 등산로로 빠져나오니, 머리 위에 파란 하늘과 하얀 뭉개구름이 어울려 한가득 떠 있었습니다. 가을 해도 서늘한 바람을 몰고온 가을비에 젖은 세상위로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이르니, 울긋불긋한 등산복 차림의 산행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쉬고 있었고 다들 오랜만에 마주한 맑은 가을하늘과 세상을 만끽했습니다. 어떤 이는 "아휴! 두달만에 보네. 하늘 참 맑다!"란 감탄사를 절로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인천 서구 연희동, 공촌동, 심곡동, 청라지구, 부평구 일대뿐만 아니라 멀리 인천 앞바다와 갯벌, 영종대교와 강화도, 인천항, 인천대교, 부천, 서울, 북한산까지 굽어보일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 맑은 가을하늘 덕분에 밤새 골치를 썩힌 머리앓이도 어디론가 잠시 가시고 말입니다. 그 하늘을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머리앓이, #가을, #산행, #가을하늘, #철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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