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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주와 종이 바뀐 것 같다.

 

2008년도 국정감사는 노무현 정부 말기 5개월과 이명박 정부 초반기 7개월에 대한 감사이다. 하지만, 172석의 집권여당 한나라당의 2008년도 정기 국정감사 방향은 온통 참여정부만을 향해 있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대해서도 감사를 해야하겠지만, 정권이 교체됐다는 점에서 그 포커스는 현 정부에 맞춰지는 것이 이치에 맞다.

 

"盧정부, 경제규제 80% '노터치'"(진수희), "노 정부, 5년간 부동산 정책 한 달에 0.8건 꼴 발표"(유정복),  "참여정부, 신용보증 남발하다 17조 물어줘 "(나성린), "참여정부 문화체육기관장 및 임원 157명 중 25명이 '盧의 낙하산'"(한선교), "감사원 '盧정부 7조1500억 사업’ 재검토-축소 지적"(진성호), "노무현 정부, 대선 패배 후에도 공기업 감사 집중 임명"(정양석), "'10·4 선언' 이행 비용 14조원"·"지난 10년 간 북한에 송금한 현금 1조 4천억원"(윤상현)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부에서 받은 각종 '참여정부 비판' 자료들이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다.

 

참여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검찰수사 내용들도 적극 폭로해 문제를 삼겠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이 참여정부 핵심부의 비리의혹 15건을 '주요 공격 이슈'로 선정했다는 내부문건은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도덕성'이라는 참여정부의 밑둥을 파탄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대선 패배 후에도 공기업 감사 집중 임명"과 "'10·4 선언' 이행 비용 14조원" 등에 대해 각각에 대해서는 "결국 대선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의 논공행상을 위해 자리를 비워놨어야 한다는 것이냐"와 "합의된 경협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최대 55조원의 생산·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있다는 반론이 즉각 제기되는 등 한나라당의 지난 정부 비판은 논란거리가 한둘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현 정부 7개월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과 지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지도 40%대의 정부 출범'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낳은 '고소영-강부자' 인사파행과 고유가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을 써서 물가 폭등을 초래했다고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인정한 문제들에 대한 지적은 보이지 않는다. 갓 출범한 정부를 그로기 상황으로 몰아간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복기도 없다.

 

민주당 "한나라당 '증오·보복의 국감'하고 있다"

 

 "증오·보복의 국감, 과거 퇴행의 국감, 이미 폐기된 좌우이념의 색깔론으로 덧칠하려고 하고 있다"(원혜영 원내대표), "지금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조정식 원내대변인)라고 비판하는 민주당 주장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집권여당이기에 앞서, 행정부를 견제·감시해야 할 입법부의 일원이다. 유치하게조차 보이는 이 '뻔한' 사실을 외면했다가 정권을 잃은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으로서는 이같은 '정치국감'을 시도해야할 나름의 절박함이 있다.

 

한나라당의 이번 정기국회 목표는 이른바 '이명박식 개혁'의 당위성을 적극 설파하고 이를 통해 '경제 살리기 입법'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종부세와 출자총액제 폐지, 민영화 추진, 규제완화 등의 동력을 확보하려면 과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뭉갤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예봉을 꺾는 한편 '노무현 프레임'에 가둬놓는 효과도 있다.

 

더 크게는 현재의 경제위기와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20대 초반을 헤매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책임을 돌릴 '희생양'이 필요하다.

 

MB지지도 20%대, 희생양 필요한 한나라당... '반노무현 정서'는 이미 시들

 

10월 29일에는 기초단체장 2곳(울산 울주, 충남 연기)을 비롯해 광역의원 3곳과 기초의원 9곳에 대한 재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다. 촛불정국의 한가운데서 한나라당이 참패를 당한 6·4 재보선에 이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두 번째 재보선이다. 규모는 적지만 또 패배할 경우 '이명박 정부 실정'의 한 상징이 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기조는 당 지도부가 이미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박희태 대표는 지난 1일 국정감사를 앞둔 사무처 월례조회에서 "오늘날 경제가 활력을 잃은 것은 10년에 걸친 좌파정권의 좌편향 정책 때문"이라고 말해, 이번 국감의 방향타가 '지난 10년 좌파정권 평가'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의 원내사령탑인 홍준표 원내대표도 지난달 말 "노무현 정부의 실책을 덮어 두고 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친북 좌파 노무현 정권', '잃어버린 10년' 등의 캐치프레이즈로 톡톡히 재미를 봐온 한나라당이 이 상품들로 장사하는 마지막 무대가 될 이번 국정감사와 정기국회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재미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이미 신선함이 떨어진데다, '반노무현 정서'도 힘을 잃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수지지층 결집'이라는 집토끼를 잡는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대통령 권력은 물론 의회·지방권력까지 완전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면구스러울 수밖에 없다.


태그:#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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