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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는 고통스럽다. 아이들이 더 잘 안다. 신체적으로 얼마나 뛰어놀기 좋은 나이인데, 앉아서 책을 읽으라고 하는가. 선생님도 부모도 그냥 책을 읽으라고만 한다. 막연히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란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영특한데, 이 말을 믿을 성싶은가. 주위를 살펴봐도 책 좋아하는 사람은 가난하다. 오히려 책 보는 것보다 돈을 더 일찍 버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기성세대들은 체계적으로 읽어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책을 아이들에게 읽으라고만 했지, 왜 읽어야 하는지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기성세대들은 책을 체계적으로 읽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책을 읽어야 할텐데, 습관이 안 된 책 읽기가 어디 하루아침에 되겠는가, 자신이 하지 못한 책읽기를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글쟁이'이자 '책읽기 전도사'이신 이권우씨는 이런 문제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시작한다. 저자의 글 속에 독서에 대한 열정이 묻어있는 만큼 왜 책을 읽어야하는지, 어떻게 읽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고민하고 있다.

 

저자는 책을 단순히 읽는 수준에 머무르지 말고, 읽은 책을 직접 써보고, 나아가 토론해보는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한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도 책은 읽어야 한다. 상상력을 익히고 키우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상상력은 무엇인가. 바로 겪어보지 않아도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다 (p84)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는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우리시대에 책을 읽어야 하는 대명제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할까?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고전을 읽으라고 한다.

 

그런데 고전 읽기가 권유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늘 지적갈등에 허덕이고, 진지하게 성찰할 줄 아는 사람만이 고전에 다가설 수 있다고 한다. 고전은 정신적으로 한층 더 성숙하게 해주는 것이다.

 

고전은 한 시대 공동체 구성원들의 지적 화두를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다.(p71)

 

책읽기와 글쓰기 방법론

 

그럼 책은 어떻게 읽을까? 저자는 속독에 반대한다. 천천히 읽기를 권유한다. 천천히 읽으며 깊이 읽고, 비슷한 주제에 관해 겹쳐 읽으라 한다.

 

읽기의 영토마저 속도주의자들에게 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 천천히 읽어야 분석이 되고, 게으르게 읽어야 상상이 되고, 느긋하게 읽어야 비판할 거리가 보이는 법이다 (p123)

 

과히 속독주의자에게 한 방 먹이는 말이다. 최근의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에서도 속독은 자기계발서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한다. 속독의 대표적 방법인 우뇌 이미지를 이용하거나 무의식을 바탕으로 한 독서는 한낱 허상에 불과하다고 본다. 주체적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속독, 슬로이딩에 얽매이는 것보다, 꾸준한 독서를 통해 자기만의 독서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머리속에 재미있고 관심이 있으면, 읽는 데 속도가 붙는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자신과 맞지않으면 천천히 읽어도 졸음이 더 쏟아진다. 오히려 읽고자 하는 책을 내 손과 마음, 머리속에 익숙해지게 하고 친해지는 것이 먼저 아닐까.

 

책읽기는 고통스럽다. 읽을 책을 직접 써보는 것은 죽을 맛이다. 그래도 글은 자꾸 써봐야한다. 머리속에 정리되어야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글을 쓰고 고치고 다듬어지는 과정에서 온전히 생각을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한 번에 완벽한 글은 나오지 않는다. 처음 쓴 글을 다시금 읽고 생각하며, 고쳐 쓰는 게 더 중요하다. 또한 쓴 글 중 문맥에 어울리지 않고 불필요한 부분은 많이 버려야 하는 것도 잊지말아야 할 대목이다.

 

책읽는 습관이 먼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우리가 하지 못한 책읽기, 글쓰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줄까.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책 읽는 습관이 먼저다. 책 조금 읽으면 어떻고, 글 잘 쓰지 못하면 어떤가. 책읽기가 고통스럽지 않고 재미있다는 것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책 읽는 것도 재미있게 하고, 글 쓰는 것도 놀이로 하면 어떨까.

 

놀더라도 도서관에 놀면 좋은데,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조그만 뛰기만 해도 바로 경비아저씨가 튀어나온다. 자녀교육을 그렇게 했냐고 부모에게 보내는 눈초리도 무섭다. 아이들이 뛰어놀며 책과 같이 할 수 있는 도서관이 없다면 아이들은 도서관에 가지 않을 것이고, 책과 멀리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 설립이 필요하다.

 

독서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사회적인 관심이나 제반 요건은 빈약하다. 교육환경도 바꿔져야 한다. 추천목록에만 의지하지 말고, 형식적인 독후감 쓰기로 아이들을 힘들게 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이 책을 읽게끔 여유와 시간을 주고,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 선생님, 기성 어른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권우씨의 <호모부커스> 책 속에 나와있는 책에 관한 삽화는 일품이다. 책읽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덧붙이는 글 | 예스24에도 송부했습니다.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이권우 지음, 그린비(2008)


태그:#인문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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