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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란 두 성인이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는 아름다운 일이에요. 많은 이들이 결혼을 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릴 다짐을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기 그지없지요. 많은 이들이 자라오면서 겪었듯이 애증과 구속이 얽힌 가정에서 행복만 할 수는 없지요. 오히려 가족에게서 상처와 슬픔을 많이 입기도 하지요.

이혼율이 높아진 지는 꽤 되었어요. 돌싱(돌아온 싱글)이란 말이 퍼졌고 그에 따라 재혼도 많아지고 있어요. 가족 형태도 많이 달라져서 한부모 가족이 늘어나고 있고 여러 대안공동체들도 나타나고 있지요. 공지영 장편소설 <즐거운 나의 집>(2007, 푸른숲)은 이렇게 달라진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묻네요.

시대는 달라지고 새로운 가족들이 나타나고 있지요. 이 책은 결혼과 이혼, 가족에 대해서 새로운 조망을 하지요.
▲ 책 시대는 달라지고 새로운 가족들이 나타나고 있지요. 이 책은 결혼과 이혼, 가족에 대해서 새로운 조망을 하지요.
ⓒ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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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위녕은 감정이 풍부하고 자유로운 엄마와 꼼꼼하고 깔끔한 아빠의 딸이에요. 위녕은 아빠와 새엄마를 떠나 작가인 엄마에게로 가게 되지요. 위녕과 떨어져 살고 있었던 엄마는 세 번의 이혼을 겪었고 그동안 두 아이를 낳았지요. 위녕은 오랫동안 떨어져 살던 엄마와 그리고 성이 다른 두 남동생과 지내면서 이야기는 전개되지요.

이혼에 대한 새로운 시각

책은 이혼과 가족에 대해서 새롭게 조명하죠. 이혼한 집의 아이들은 '결손가족'이라고 하여 뒤에서 쑥덕거리며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받는 고통을 생각하라고 부부들에게 부담을 주죠. 그러나 이혼해서 아이들이 받는 상처보다 이혼을 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받는 상처가 더 크다고 책은 새로운 시각을 갖고 있지요.

실제로 이혼을 하는 게 아이와 서로에게 좋을 사람들이 외형상 '정상가족'을 유지하려다 더 큰 아픔을 낳는 일이 수두룩하지요. 환부는 얼른 도려내고 새살이 낫도록 치료하는 게 현명하지요. 그러나 곪아서 썩을 지경으로 놔두었다가 세월과 인생을 탕진하는 경우가 주변에는 흔하지요.

이혼의 고통보다 불행한 결혼이 더 싫어

특히, 여성들은 이혼을 원해도 하기 어렵지요. 먼저, 남편에게 구타와 무시를 당하면서도 자식 때문에 견디며 살곤 하지요. 또, 성별에 따라 경제차별이 이루어지는 한국이므로 이혼을 했을 때 생계도 막막하게 되어 진퇴양난이죠. 그리고 이혼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여전히 참고 사는 여성들이 많지요. 유명 여성 연예인들도 병원에 실려 가야 남편 폭력에 시달리지만 참고 살았다는 것이 알려지는 현실이죠. 아내역할을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가네요.

지은이 공지영은 '이혼한 사람들의 국가대표 선수'라고 말할 정도로 이혼을 하면서 죽고 싶었던 심정을 이겨내지요. 그리고 이혼을 하면서 상처 받은 여성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네요. 한부모 가족이 널리 퍼지고 있는 현재 사회 분위기에서 지은이가 겪은 고통와 극복은 많은 독자들에게 위안을 주지요.

아빠는 내 딸이 세 번이나 이혼한 여자가 되는 거 정말 싫다… 하지만 네가 불행한 건 더 싫어… 건강만 챙겨라. 앞만 보고 가거라. 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건 우리가 안다. 그러니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해야 한다. - 책에서

혈연가족을 넘어선 공동체, 식구

책에서는 흥미로운 공동체가 등장해요. 성이 다른 동생들과 위녕, 작가 엄마, 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은 서저마 아줌마와 집안 일을 해주시는 막딸 아줌마까지 새로운 공동체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어요.

그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함께 나날을 만들지요. 서로를 지지하고 챙기며 격려해요. 피로만 뭉친 혈연가족에서 벗어나 합의로 ‘관계’를 맺은 새로운 공동체에요. 가족에서 식구로 진화한 셈이죠. 함께 있으면 누구나 그렇듯 그들에게도 갈등과 다툼은 있지만 피가 옅은 만큼 날선 비난을 하지 않고 존중하는 모습이 인상 깊죠. 

여우같은 아내와 곰 같은 남편, 토끼 같은 자식으로 대표되는 정상가족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면 다른 형태가 용납이 되지 않지요. 그만큼 정상성에 집착하게 되어 변화와 갈등에 취약하죠. 가정이 안락하고 행복의 장소라는 환상을 깨고 구성원이 같이 만들어가는 공간임을 새롭게 인식해야 하는 시기네요.

다시 결혼에 대해 고민하다

시대는 변하고 가족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지요. 이제는 '누구와 살아야 함께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죠. 피에 대한 맹목성을 넘어 사람들과 관계에 대해 살펴야하지요.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은 이혼과 가족에 대해 다시 곰곰 생각하게 하는 책이에요. 그러면서 결혼에 대해 물어요. 나이가 차서 '팔려가는' 결혼을 하지 않도록 자신이 어떠한 배우자를 원하는지 차분히 돌아보게 하네요. 외로움과 나이 때문에 섣부른 결혼을 하여 후회로 세월을 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인터넷에서 물건 하나 살 때도 제품 리뷰를 꼼꼼하게 챙겨보고 신중하게 고르는데 반품도 어려운 결혼을 성급하게 해서는 안 되겠지요.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는 결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만큼 지혜와 인내가 필요하지요. 평생 누군가를 보듬을 준비가 되었는지 자신을 먼저 톺아보게 되네요.  
이혼숙려기간이 생길 정도로 이혼율이 높은 현실이에요. 상대와 자신에 대해 더 알아봐야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겠지요.
▲ 이혼율 이혼숙려기간이 생길 정도로 이혼율이 높은 현실이에요. 상대와 자신에 대해 더 알아봐야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겠지요.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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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푸른숲(2007)


태그:#즐거운나의집, #공지영, #이혼, #돌싱,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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