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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좋은 내 자가용

부천에 있는 직장을 다닌 지 올해로 10년이 조금 넘는다. 서울에서 버스로 출퇴근을 하다가 작년 7월부터 부천에서 살게 되었다. 부천에서 살면서 이 도시는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그 이유 중 자전거가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천은 자전거 도로가 참 잘 되어 있는 곳이다(물론 이것은 중동, 상동 신도시에 한정된 이야기고 구도시 쪽으로 가면 사정이 좀 다르다). 넓직한 인도 가운데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다.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자니 위험할 것 같아 서울에서는 전혀 생각도 안 해 보았던 나도 인도 가운데로 난 자전거 도로를 보면서 자전거 출퇴근을 고려해 보게 되었다.

부천에는 이렇게 인도 가운데에 자전거 도로가 있다.
 부천에는 이렇게 인도 가운데에 자전거 도로가 있다.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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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집에서 직장까지는 버스로 겨우 15분 정도 거리이다. 자전거로 가면 25분 정도 걸리니 자전거가 더 시간이 걸리기는 한다. 하지만, 집이 부천 끄트머리에 있다 보니 버스가 자주 오지 않았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치면 자전거로 가나 버스로 가나 그게 그거일 것 같았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우리 집에 놀러왔던 사촌 언니의 권유로 작년 9월경 자전거 한 대를 구입했다.

자전거 출퇴근으로 생긴 변화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하니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이지만 첫 번째 변화는 출근길이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다 보니 기분도 좋아졌고, 자전거 위에서 바라보는 빌딩 숲 사이 하늘은 마냥 푸르기만 했다. 도시의 아파트 숲을 달리면서도 이렇게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침마다 내가 선정한 예쁜 길을 보면서 출근을 하니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좋다.

자전거로 출근하면서 본 아파트 숲의 하늘
 자전거로 출근하면서 본 아파트 숲의 하늘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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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변화는 운동이다. 자전거 타기는 전신 운동이 된다고 한다. 원래 운동을 하기 때문에 몸에 큰 변화를 느낀 것은 없지만, 굳이 하나 들자면 이렇다. 예전에는 검도를 며칠만 하지 않아도 온몸이 근질거리며 검도 금단 증상이 나타났는데, 그런 증상이 없어졌다. 그런 걸 보면 출근 25분, 퇴근 25분, 도합 1시간 가량의 전신 운동이 도움이 되는가 보다.

세 번째를 들자면 돈이 굳는다는 점이다. 어차피 버스를 타고 다녀서 자가용 운전자보다 큰 부담은 없었지만, 그래도 하루 1800원, 한 달 4만5000원 가량이 절약된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나를 보자 동료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자가용을 타고 다닌다고. 운동을 하게 해 주니 건강에도 좋고, 유지비도 거의 들지 않으니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자가용이란다.

자전거 타기도 다른 운동처럼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서 자전거를 타지 못하게 되면 화가 난다. 물론 그 외의 날은 항상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사람들은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어떻게 자전거로 오느냐며 놀라워한다.

여름에는 강한 햇빛을 막을 모자 하나만 써주면 크게 힘들지 않다. 다행히도 땀이 많이 나지 않는 체질이라 뜨거운 한여름에도 끄떡없이 자전거로 출근한다. 자전거를 타고 오며 맞는 서늘한 바람이 버스 안 에어컨보다 훨씬 더 시원하다.

반대로 겨울에는 완전 무장을 한다. 추워서 자전거를 못 타지 않겠느냐며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지만, 두터운 파카를 입고, 목도리로 감싸고, 귀마개를 하고, 장갑을 껴 주면 추위를 많이 타는 나도 전혀 걱정없이 자전거 출근이 가능하다.

시청 앞이라 그런지 풀과 나무를 심고 길을 꼬불꼬불 예쁘게 만들었다. 주변에 야외 조각도 여러 개 설치해 놓아 더욱 분위기 있다.
▲ 내가 뽑은 멋진 길 1 - 부천 시청앞 길 시청 앞이라 그런지 풀과 나무를 심고 길을 꼬불꼬불 예쁘게 만들었다. 주변에 야외 조각도 여러 개 설치해 놓아 더욱 분위기 있다.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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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예쁘기 보다는 자전거가 잘 나가기에 선정했다. 출근길 이 길을 달리면 속도가 잘 나서인지 기분이 상쾌해 진다.
▲ 내가 뽑은 멋진 길 2 - 현대 백화점 앞길 길이 예쁘기 보다는 자전거가 잘 나가기에 선정했다. 출근길 이 길을 달리면 속도가 잘 나서인지 기분이 상쾌해 진다.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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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건물을 지은 후 만든 자전거 도로. 최근에 만들어서인지 자전거가 잘 달려가는 길이라서 선정했다.
▲ 내가 뽑은 멋진 길 3 - 주상복합 건물 앞길 최근에 건물을 지은 후 만든 자전거 도로. 최근에 만들어서인지 자전거가 잘 달려가는 길이라서 선정했다.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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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출퇴근 장려에 앞서 자전거 도로를!

최근 고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전거 출퇴근 인구가 늘었다고 한다. 정부에서도 자전거 출퇴근을 장려하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생전 처음으로 시대의 트렌드를 선도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먼저 이 얘기를 하고 싶다. 장려하기에 앞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부천시에서 1년밖에 살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 부천시 차원에서 자전거 이용을 홍보하는 문구를 보지 못했다. (아마도 홍보를 했겠지만, 거주 경력이 짧아서 못 보았을 것 같다.) 그렇지만 부천에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자전거를 판매하는 곳도 많다. 부천의 신도시 곳곳을 다니다 보면 자전거를 이용하면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에서 보듯이 자전거 도로가 잘 구축되어 있고, 곳곳에 자전거를 주차해 놓을 수 있는 자전거 거치대가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야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겠지만, 가까운 거리임에도 자가용 출퇴근을 하는 이들이 많다. 앞으로 유가가 내려갈 리도 없을 텐데 지금처럼 자가용 중심의 도로 정책을 고수하지 말고,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전거 전용도로를 많이 만들면 어떨까? 국민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되고, 에너지 절약에도 도움이 되고, 대기 오염 감소에도 도움이 되니 1석 3조나 되는 멋진 정책이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자전거 출퇴근 응모 기사입니다.



태그:#자전거 출퇴근, #자전거, #부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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