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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휴가철을 맞아 여행을 다룹니다. [편집자말]
아름다운 동해 바다. 이곳이 여름철만 되면 쓰레기장으로 변합니다.
▲ 바다열차 아름다운 동해 바다. 이곳이 여름철만 되면 쓰레기장으로 변합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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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에서 야영장을 관리(7월말부터 8월 중순까지)하며 여름을 보냈습니다. 마을 자치회에서 모집을 해서 신청해 일을 하게 됐습니다. 나무 그늘에 텐트를 치고 계곡물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하는 일은 야영장 쓰레기를 치우고 밤 늦게까지 주변을 순찰하는 일입니다. 비가 많이 오던 밤에는 밤새 불어나는 계곡물을 지켜보고 있어야 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피서객들에 대한 강릉시민의 상대적 박탈감입니다. 또 이런 사람들이 자연을 즐길 자격이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대관령을 막고 쓰레기 청소비 1만원씩 받아야 한다."

한 때 강릉 사람들은 이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이제는 그 말에 공감을 합니다.

5000원 내고 쓰레기 한 무더기... 이게 비싼가요?

피서지에서는 쓰레기 전쟁이 한창입니다. 동해안의 푸른 바다와 맑고 시원한 계곡을 찾아 오는 피서객들은 교통 체증을 염려하지만 강릉에 사는 사람들은 쓰레기 문제를 걱정합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모두들 음식을 장만해서 피서지를 찾아 옵니다. 현지에서 사는 것은 생수나 음료수·술같이 무게가 나가고 부피가 큰 것이 전부입니다. 외지에서 온 어떤 가족은 닭백숙을 해왔습니다. 아침 일찍 준비했다는군요. 피서지에서는 데우기만 하면 됩니다.

본인들에게는 편리하겠지만 지역경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닭은 물론 감자 하나 팔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한 가족은 5000원을 내고 10여 명의 가족이 5시까지 놀다가 갔습니다. 설거지 하는 곳이 있음에도 계곡물에 설거지 하고 한 무더기의 쓰레기를 남겼습니다.

저는 그 쓰레기 봉투를 헤쳐서 분리수거를 하고, 그들이 놀다간 곳에서 '지뢰(쓰레기들)'를 찾습니다. 바위 틈이나 바닥에 음식물을 묻어두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냄새가 나고 파리가 윙윙거립니다.

하루에 나오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놓았다.
▲ 분리수거 하루에 나오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놓았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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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5천원의 관리비마저도 내기를 거부합니다.

"돗자리 편 것 아니다. 회 사온 것 먹고만 갈 거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시비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원도 인심 왜 이렇느냐"며 눈을 부라립니다.

이런 경우 저는 반드시 관리비를 받습니다. 큰 소리가 나더라도 물러설 수 없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비싸고 좋은 숙소에 묵으며 쓰레기를 버려두고 가기 때문입니다. 본인들은 '양아치한테 갈취를 당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군사작전하듯이 '쓰레기 지뢰'를 제거하다

진고개 아래의 첫 야영장.
▲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야영장 진고개 아래의 첫 야영장.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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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은 문제가 더 크다고 합니다. 밤사이 마시고 놀다가 쓰레기를 모래에 파묻어 놓습니다. 깨진 병이나 폭죽에 사용된 철사는 발을 찌르고 피가 나게 합니다. 그래서 강릉시는 '비치크리너'라는 차량을 임대해 사용합니다. 모래를 20㎝ 깊이로 뒤집어 담배꽁초 크기의 쓰레기까지 골라내는 차량입니다.

새벽 3시부터 군사작전을 하듯이 모래를 뒤집어 '쓰레기 지뢰'를 제거하고 분리수거를 합니다. 여기에 동원되는 인원은 220여명 차량 26대. 45일 동안 진행되는 이 작전에는 8억7000여만원이 들어갑니다. 올해는 경포 등 강릉시 지역 피서지에 1일 30여톤, 피서기간 동안 1400여톤의 쓰레기를 생산(?)할 것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이 쓰레기로 인해 강릉시민들의 돈으로 마련한 쓰레기 매립장은 그만큼 사용기간이 짧아 지고 새로 만드는데 또 강릉사람들이 세금을 들여야 합니다. 강릉시에서는 공무원들까지 나서 피서객을 상대로 쓰레기 봉투를 팔고, 오후에는 청소에 참여할 것을 부탁합니다.

며칠 동안 쓰레기 봉투를 뒤지다가 분리수거함을 만들었습니다. 호응은 별로입니다. 남들이 생산한 다양한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정말 힘듭니다. 호흡을 잠시 멈추기도 하고 얼굴도 찡그려지고 "어떤 놈이 이렇게 버렸냐" 하는 욕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하는 마음에서 인내를 합니다.

쓰레기 부피를 줄이기 위해 깬은 발로 밟아 찌그리고 음료수 병은 두발로 밟아 공기를 뺍니다. 오물이 많이 튀고 냄새도 심합니다. 분리수거를 그만 둘까 하는 마음이 몇 번씩 듭니다.

부피를 줄이기 위해 찌그린다.
▲ 알루미늄 캔 부피를 줄이기 위해 찌그린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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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에서 가지고 온 쓰레기 봉투, 분리수거로 인정해야 하나 고심했다.
▲ 이것도 분리수거로 인정해야 하나 충주에서 가지고 온 쓰레기 봉투, 분리수거로 인정해야 하나 고심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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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천원의 관리비는 계곡을 청소하는 사람의 인건비, 화장실 분뇨 처리, 전기사용료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다음 해에도 자연을 즐기려면 그 동안은 누군가 지키고 가꾸어야 합니다. 

관리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계곡 바위틈에는 쓰레기가 보물처럼 숨겨져 있습니다. 바위는 불을 피워 검게 만들어 놓고, 모래밑에서는 음식물 찌꺼기가 묻혀 있습니다. 맑은 계곡과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 대가 치고는 너무 가혹합니다.

산과 바다로 피서를 떠나시는 여러분께 당부 드립니다.

동해안의 바다와 계곡의 청정함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제가 있는 삼산4리는 매달 한 번씩 전 주민이 아침 7시에 모여 청소를 하고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절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자연을 즐기시려면 그 자연을 지키려는 마음, 그것이 아름답게 유지되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분리수거를 해놓아야 수거해 간다.
▲ 쓰레기 수거차량 분리수거를 해놓아야 수거해 간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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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태그:#야영장, #쓰레기 분리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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