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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도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이번엔 깨끗한 나라로 알려진 싱가포르를 찾아가봅니다. [편집자말]
도시국가 싱가포르. 관광지로도 유명한 싱가포르는 '깨끗한 나라'로 유명하다.
 도시국가 싱가포르. 관광지로도 유명한 싱가포르는 '깨끗한 나라'로 유명하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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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하철역에서.
 어느 지하철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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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605㎢)보다 조금 더 큰 도시국가 싱가포르(683㎢). 1970년 하루 1260톤이던 쓰레기가 2000년 7만6000톤으로 늘었다. 30년 사이 무려 60배가 늘었다. 서울시에서 나온 쓰레기(2005년 1만1170톤)와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싱가포르 인구는 448만(2006년), 서울 인구는 1042만(2007년)이다.

가장 높은 산이 겨우 105m(mt.Faber)에 불과한 이 나라에선 쓰레기를 파묻을 땅이 부족하다. 게다가 연중 기온이 30℃ 이상에다 수시로 비가 내려 쓰레기를 내버려둘 수도 없다.

쓰레기 처리와 관련해선 온갖 악조건을 갖고 있는 이 나라가 어떻게 쓰레기를 처리할지 궁금했다. 지난 5월 비행기를 타고 대략 6시간을 달려 싱가포르를 찾아나선 이유다.

[쓰레기의 탄생] 깨끗한 싱가포르 VS 더러운 싱가포르

싱가포르 중심가.
 싱가포르 중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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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가 싱가포르 수준의 '거리청결 전쟁'에 나섰다. 서울 강남구는 2일부터 구 전역에서 담배꽁초·껌·휴지 등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는 행위를 무기한 단속, 적발되면 5만원의 벌금(과태료)을 물린다고 밝혔다. - <문화일보>(2007년 1월 2일)"

청결을 꿈꾸는 지방자치단체에 싱가포르는 이상향이다. 거리에 휴지조각 하나, 담배꽁초 하나 없는 나라, 껌을 씹는 것도 수입하는 것도 안 되는 나라가 바로 우리에게 알려진 싱가포르다.

싱가포르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는 동안 본 싱가포르는 깨끗했다. 사진에서 본 관광도시 모습 그대로였다. 길은 잘 치워져 있었고 집도 단정했다. 휴지는 물론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싱가포르 서남쪽 차이나타운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고 인근 동네를 돌아보자 환상은 여지없이 깨졌다. 자판기 숫자보다 더 많은 쓰레기통엔 쓰레기가 넘치고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부터 낙엽·비닐봉지·캔·플라스틱통·신문 등이 쓰레기통 하나에 모두 들어가 있었다. 모두 똑같은 상태였다. 여기선 분리수거라는 게 없는 듯했다. 쓰레기통 안에만 들어있어도 다행이었다. 통 옆에 쓰레기가 가득 든 비닐주머니가 잔뜩 쌓여 있었다.

깨끗한 나라로 알려진 싱가포르. 그러나 주민들은 쉽게 쓰레기를 버린다. 차이나타운 주택가에서.
 깨끗한 나라로 알려진 싱가포르. 그러나 주민들은 쉽게 쓰레기를 버린다. 차이나타운 주택가에서.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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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을 빠져나와 시내 중심가·주택가·축구경기장·유원지·지하철역 등 여러 곳을 돌았다. 담배꽁초·휴지가 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시장 주변에 쓰레기가 특히 많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내 중심가와 국가 소유 아파트 단지엔 분리수거통이 있었다. 한 아파트단지 재활용 통엔 비닐·페트병 등 플라스틱류만 들어 있어 분리수거가 잘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옆동네에선 마구 뒤섞여 있었다. 국가 소유 아파트에 10년 넘게 살고 있는 현지교포에게 확인한 결과 "분리수거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일반 주택가를 찾아갔다. 한인 7명이 모여 야외 저녁식사를 한 뒤 남은 것을 몽땅 쓰레기통에 털어놓고 있었다.

"종류별로 나눠야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이 곳에선 항상 이렇게 버린다, 한국에서 분리수거가 몸에 배어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편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싱가포르에 2~3년째 살고 있었다.

주택 단지에 있는 큰 가게에 들어갔다. 물건 네 개를 샀다. 비닐봉투 세 개에 담았다. 거의 물건 하나에 비닐봉투 하나씩이다. 다른 사람들을 봤다. 역시 마찬가지.

한국교포 몇 명에게 물어봤다. 이 곳 가게에선 비닐봉지 사용이 아주 흔하단다. 물건 10개를 사면 비닐봉지 10개에 각각 담아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 마디로 쓰레기를 만드는 데 안전장치가 없다는 뜻이다.

싱가포르에선 가장 흔한 게 쓰레기통이다. 거의 다섯 발자국마다 쓰레기통이 나온다.
 싱가포르에선 가장 흔한 게 쓰레기통이다. 거의 다섯 발자국마다 쓰레기통이 나온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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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버리는데 아무 부담이 없는 이 나라에서 도로변이 깨끗할 수 있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쓰레기통이 몇 발자국 걸을 때마다 나온다. 쓰레기통을 찾지 못해 길에 버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또한 부지런한 환경미화원들이 수시로 청소를 한다. 공원·인도·주택가 등 곳곳에서 부지런히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하루에도 몇 차례씩 내리는 비가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사람들은 열심히 버리는데, 국가와 자연이 열심히 청소해주는 셈이다. 요약하면 그렇다. 싱가포르 환경청 공무원들에게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을 위해선 분리수거 등 국민 참여 정책을 좀 더 강력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정책을 펼 순 없고 소각을 통해서 충분히 감량과 재활용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곳에서 수거는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수거] 싱가포르 전역을 네 개 민간회사가 전담

환경미화원이 청소를 하고 있다.
 환경미화원이 청소를 하고 있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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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단지엔 쓰레기를 모으는 센터가 있다. 센터엔 쓰레기 양을 줄이는 압착기가 있다. 압착기가 작동하면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양이 줄어든다. 수분은 하수도를 통해 빠져나간다.

싱가포르에서 쓰레기 수거는 매일 이뤄진다. 공휴일도 예외는 없다.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한주에 5~6일 수거가 이뤄지니,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셈이다.

쓰레기수거 기업은 허가권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동 차량은 반드시 방수 차량이어야 한다. 만약 쓰레기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수분이 나오면 벌금이 매겨진다.

트럭이 소각장에 들어가면 중량 측정을 한다. 차량이 입구를 통과할 때 무게를 재고, 떠날 때 다시 무게를 잰다. 그 차이가 쓰레기 양이 된다. 비용은 월 말 계산한다. 트럭 회사들은 이용료를 소각공장에 낸다.

현재 싱가포르 쓰레기 수거는 민간회사가 맡고 있다. 9개 지역으로 나눈 싱가포르 전역을 4개 회사가 전담한다. 쓰레기는 네 군데 쓰레기소각장에서 태워진 뒤 매립지로 보내진다. 싱가포르보다 인구가 두 배 이상 많은 서울에 소각장이 네 군데(강남·노원·마포·양천구)라는 점에 비춰보면 싱가포르에 소각시설이 적은 편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태그:#싱가포르, #쓰레기, #분리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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