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많지 않은 집중호우임에도 베이징 도로는 배수시설이 잘 안돼 있어 빗물이 강물로 변해 파도치고 있다.

그리 많지 않은 집중호우임에도 베이징 도로는 배수시설이 잘 안돼 있어 빗물이 강물로 변해 파도치고 있다. ⓒ 김대오


▲ 파도치는 베이징 다행히 비가 그치면서 도로 위의 물이 조금씩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파도치는 도로 위를 자전거와 차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베이징위엔대학 근처에서 촬영, 현지 시각 30일 밤 11시경) ⓒ 김대오


7월 30일(현지 시각) 베이징 톈안먼광장 근처에 있는 라오서차관에 단체로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구름만 끼어있던 날씨였는데 차관을 나오자 굵은 빗방울이 내리고 있었다. 언제부터 비가 왔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공연시간을 추산컨대 대략 1시간 남짓한 집중호우가 쏟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버스가 야경이 아름다운 톈안먼을 지나 창안지에를 통과할 때까지만 해도 별 문제가 없었는데, 숙소인 베이징위엔대학이 있는 외곽으로 갈 수록 도로 위에 빗물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건너편 차로 지하교차로로 몰려든 빗물이 넘쳐나 물에 잠긴 택시 때문에 뒤따르던 차량들도 모두 멈춰선 것이 목격됐다.

버스니까 문제가 없겠지 했는데, 숙소 부근에서 역시나 앞에 가던 택시가 불어난 물에 잠겨 멈춰선 바람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30분 정도를 차에서 기다리는데 물에 잠긴 도로가 차량이 나갈 때 마다 파도를 칠 정도였다.

자전거도 바퀴가 3분의 1쯤 물에 잠겨서 가까스로 굴러가고, 사람들은 바짓가랑이를 무릎 위까지 걷어올리고 걸어다녔다. 집중호우의 시간이나 양으로 봤을 때 베이징의 도로배수능력에 분명히 커다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길을 막고 있던 택시가 물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오고서야 겨우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순식간에 물의 도시로 변한 베이징

 집중호우가 내린 베이징 시내. 마치 강물이 흐르는 것 같다.

집중호우가 내린 베이징 시내. 마치 강물이 흐르는 것 같다. ⓒ 김대오



 30일 내린 집중호우로 강이 되어 버린 베이징 시내.

30일 내린 집중호우로 강이 되어 버린 베이징 시내. ⓒ 김대오


순식간에 물의 도시로 변한, 너무 재미난(?) 광경을 좀 더 구경하기 위해 학교 주변을 둘러보기로 마음먹고 나가 보는데, 얼마 못 가 인도든 차도든 물을 피할 곳이 없어 아예 물을 첨벙첨벙 건너 지나가는 수밖에 없다.

베이징은 원래 드넓은 평지이기 때문에 배수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 왔고, 여러 차례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그런데 중국 '백년의 꿈'이라는 국가적 대사 올림픽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배수 문제가 아직도 허술하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심각한 스모그현상을 씻어내고, 40℃까지 육박하는 온도를 내리기 위해서는 기우제를 지내서라도, 아니 인위적인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비를 많이 내려야 하는 것이 중국당국의 입장이다.

그런데 그 고마운 비가 조금이라도 많이 내릴 경우 배수가 되지 않아 도시기능 일부가 마비되는 상황이니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돌발상황에 중국정부가 얼마만큼 잘 대처할까?

 테러 걱정, 공기오염 걱정, 내리는 비까지 걱정해야 하는 중국정부로서는 올림픽이 참 애물단지 같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테러 걱정, 공기오염 걱정, 내리는 비까지 걱정해야 하는 중국정부로서는 올림픽이 참 애물단지 같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 김대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빗물을 밟고 지나가는 것은 영 기분이 찝찝한 일이다. 하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만약 올림픽 기간에 오늘과 같은 집중호우가 쏟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다. 분명히 선수나 관중 모두가 경기장에 도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테러 걱정, 공기오염 걱정에 내리는 비까지 걱정해야 하는 중국정부로서는 올림픽이 참 애물단지 같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사회적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위적 통제와 사회적 역량의 총동원만으로 훌륭한 올림픽을 치러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도처에 잠재한 이러한 돌발상황들에 대해 중국정부가 얼마만큼의 대처능력을 보여줄지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 힘든 건 나만의 생각일까?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베이징올림픽 집중호우 톈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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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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