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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의 대책을 마련하던 정부가 현대아산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다. 18일 NSC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아산의 책임을 강하게 제기한 이후, 19일에는 정부가 금강산, 개성 등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전반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현대아산은 물론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다. 피해자의 피살 소식을 인지한 이후에도 이를 관광객들에게 숨기고 북송을 계속한 일, 현지의 전화선을 고의로 절단하여 사고소식의 전파를 막은 일 등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

 

현대아산과 참여정부에 책임 전가하는 한나라당 정권

 

그러나 이는 현대만의 잘못이 아니며, 정부의 잘못이 훨씬 크다. 현대의 보고를 받은 시점에서 정부는 금강산 관광 중단 및 현장의 안전상태를 점검하도록 신속하고 명확하게 지시했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북한군에 의해 자국민이 피살된 소식을 접하고도 태연히 웃으면서 북한에 전면적인 대화를 제안하는 비상식적인 국회개원연설을 하였다.

 

남북관계 개선이란 큰 틀의 정책은 다르다는 청와대의 주장은 옳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시기와 절차가 있는 법이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 것인지 판단력을 결여한 대통령은 지도자 실격이다.  

 

미국과의 정보교환이 대북관계 해법인가? 

 

잘못을 남탓으로 떠 넘겨서야 정확한 원인규명이 불가능하고, 올바른 대책을 수립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려 하지 않고, 현대아산과 김대중 노무현 정권 및 북한 측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20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이러한 한나라당 정권의 남탓 전염병이 만연했다.

 

사건을 사전에 감지하고 방지하지 못한 것은 지난 정권 동안 대북정보수집 기능이 현저히 저하한 탓이라고 한다. 핫라인이 가동되지 않는 것조차 지난 정권 탓이라고 생떼를 쓴다. 미국과의 정보교환을 강화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한나라당 정권의 발상은 깜찍하기까지 하다.

 

이런 무능하고 유치한 집단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간다는 사실에 경악할 따름이다. 뼈에 사무친 남탓 근성으로 똘똘 뭉쳐 있으니 상황판단을 그르칠 수밖에 없고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가 없다. 원인규명이 남탓이니 기껏 내놓는 대책 또한 남에게 의지하는 것뿐이다.

 

금강산 관광과 한반도 평화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금강산의 비극은 한나라당 정권의 대북정책이 초래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무능이 박왕자씨를 죽인 것이다. 모든 것을 이명박 정권 스스로의 책임으로 통렬히 인식할 때 비로소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문제의 출발은 ‘비핵개방 3000’에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비핵개방 3000과 금강산 관광은 양립할 수 없는 정책이다. 둘을 동시에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며 어느 하나만을 얻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비핵개방3000을 주장한 시점에서 정부는 대북관계 전반에 대한 안전점검을 철저히 했어야 한다.

 

지난 정권의 정책을 부정하고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면 그에 따른 대책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송두리째 부정하여 북한의 신경을 극도로 자극하면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금강산 관광의 전제는 햇볕정책이다. 햇볕정책을 폐기했다면 금강산 관광 전체에 대한 재검토, 철저한 안전점검이 당연히 따랐어야 한다. 집권 이래 북한과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도 아무런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것은 한나라당 정권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비핵개방 3000을 외쳐댄 이 한심한 정부는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노력 없이 공짜로 주어지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냉전적 사고로 남북대결상황을 스스로 조장하면서 남북경협의 과실만을 따먹으려는 것은 허황되고 우둔한 짓이다.

 

북한의 의도는 남북교류의 확대

 

지금은 고의냐 아니냐에 몰입할 때가 아니다. 재발방지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진상조사가 중점이 되어서도 안 된다. 남북대화의 재개가 우선이다. 그래야 진상조사도 가능하다.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북한이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하지 않고 은폐하려 하고 있다. 시간과 정황을 숨기고, 박명시간대에 일어난 일이라 하고 공포탄을 미리 발사했다고 말하는 점 등이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정부는 이 점을 비판만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북한이 우발적인 사고로 가장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북한은 남북관계의 단절을 원하지 않고 교류의 지속과 확대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박왕자씨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도,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정부는 남북대화의 재개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상호간의 존중과 배려가 문제해결의 출발점

 

남쪽에서 촛불과의 소통에 실패하면 한나라당 정권의 파산으로 끝나지만, 북쪽과의 소통의 실패는 7천만 민족의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 남쪽 국민들에게 대하는 폭압적인 소통의 방식으로 북한을 대한다면 결과는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북한에 적선하러 금강산에 간다는 인식, 핵을 버리면 소득 3000달러 만들어 주겠다는 비핵개방 3000의 시혜적인 대북관으로는 남북대화의 재개는 없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남한 경제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비핵개방 3000 을 과감히 폐기하고, 6.15, 10.4선언을 전면적으로 계승할 것을 선언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만이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유일한 길이다. 햇볕정책, 포용정책을 따라 하기 싫다면 ‘공생정책’ ‘MB정책’이라 불러도 좋다. 이제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명박 정권으로서는 김정일 체제를 독재체제라 부정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한나라당 정권도 국제사회에서 인권후진국으로 비난 받는 동일한 처지가 아닌가? 김일성 박정희 독재시절 적대적인 공생관계가 가능했듯, 이명박 정권도 의외로 김정일 정권과 코드가 잘 맞을지도 모른다.


태그:#금강산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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