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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해군의 첫 대형 상륙함인 독도함은 700명의 병력과 전차 6대, 장갑차 7대, 트럭 10대, 야포 3문, 공기 부양상륙정 2척 등을 수송할 수 있다.
▲ '독도함' 우리 해군의 첫 대형 상륙함인 독도함은 700명의 병력과 전차 6대, 장갑차 7대, 트럭 10대, 야포 3문, 공기 부양상륙정 2척 등을 수송할 수 있다.
ⓒ 유용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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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구의 본거지는 대마도입니다. 왜구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이 섬을 정벌해야 합니다."

고려 우왕이 왕위에 있던 14년 동안 무려 374회에 이르는 왜구의 침입을 받았던 신하들은 왜구를 무찌르기 위해 대마도를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388년 1월 17일, 경상도 도순문사(都巡問使, 군사임무를 띠고 지방에 파견된 관직) 박위는 정벌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대마도의 왜구를 소탕했다.

"우리 조선은 왜구에게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왜구가 모여 있는 대마도를 정벌하러 온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도주가 해적을 조선에 보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는 것인데, 이를 약속하겠는가?"

1419년 6월 19일, 세종의 명을 받고 전함 227척에 군사 1만 7285명의 대마도 정벌군을 이끈 총사령관 이종무는 대마도주에게 글을 띄웠다. 하지만 회답이 없자 이종무는 정벌을 시작해 그해 7월 3일 도주의 항복 문서를 받아내 싸움을 끝냈다.

이는 고려와 조선 시대에 각각 시도했던 '대마도 정벌' 내용이다. 이처럼 우리는 정벌을 시도하거나 때론 반대로 침략을 당하면서 고조선부터 대한민국 현재까지 수많은 전투들을 치러왔다. 심지어 최근에는, 중학교 사회과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명기하며 '독도 침탈사'라 기록될 만한 영토전쟁을 시도하는 일본을 막아야 할 상황에 처해있기도 하다.

시대마다 새로운 무기를 개발해 싸운 조상들

고조선부터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전투 74가지를 간추려 소개한다.
▲ <한국의 전투와 무기> 고조선부터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전투 74가지를 간추려 소개한다.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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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끝없는 전투 속에서 때로는 강한 힘으로, 때로는 슬기로운 지혜로 우리나라를 지켜왔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싸웠고 어떻게 나라를 지켜냈을까? <한국의 전투와 무기>는 이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전투역사에서 주목해 볼 만한 사실은 우리 조상들이 삼국시대에는 강한 활을 만들고 고려시대에는 화약을 개발하는 등 각 시대마다 새로운 무기를 개발해 싸웠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경주전투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해전에서도 적의 수많은 함선들을 부수는 데 쓰였던 '비격진천뢰'를 보자.

조선 선조 때 이장손이 발명한 비격진천뢰는 내부에 도화선을 감아 넣을 수 있는 장치를 이용해 도화선의 길이에 따라 폭발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던 시한폭탄이다.

무게 12kg 가량의 비격진천뢰는 대완구나 중완구를 사용해 발사하는데 무려 420m를 날아간 뒤 도화선이 타들어가며 폭발을 일으켰던 획기적인 무기였다.

조선시대 시한폭탄인 비격진천뢰는 임진왜란 때 요긴하게 쓰였다.
▲ '비격진천뢰' 조선시대 시한폭탄인 비격진천뢰는 임진왜란 때 요긴하게 쓰였다.
ⓒ 전쟁기념관, 육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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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무기는 충무공 이순신이 만든 '거북선'을 비롯해, 고려말 최무선이 개발한 '주화'를 개량해 만든 조선의 로켓무기 '신기전', 6·25 당시 부산 앞바다에서 특수부대를 태운 북한 수송선을 격침하면서 한국을 위기에서 구한 역사적 군함인 '백두산함', 지난 2007년 5월 세계 5번째로 이지스 구축함 시대를 연 '세종대왕함', 지난 2007년 7월부터 배치된 우리 해군의 첫 대형 상륙함인 '독도함' 등 다양하다.

한편 <한국의 전투와 무기>는 외교력과 국방력의 차이에 따라 연합 상대를 달리했던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도 생각하게 한다. 당나라와 손을 잡고 백제와 고구려를 멸하며 국토를 축소시켰던 신라가 그렇고, 6·25전쟁 당시 미국과 소련의 개입으로 지금껏 국토가 분단된 남북한의 현실도 뼈아프다.

거란을 맞아 담판을 벌인 '서희'의 눈부신 외교

반면, 작은 국력이지만 슬기로움으로 큰 적을 물리친 사례들도 여럿 있다. 수나라의 30만 대군을 살수(청천강)에서 물리친 을지문덕과 거란을 맞아 삽교천의 강둑을 막았다 풀며 적군을 몰살시켰던 강감찬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거란의 대군을 맞아 담판을 벌인 서희의 외교는 눈부시다.

고려 조정은 993년 80만 대군을 이끌고 온 거란 장수 소손녕에게 평안북도 봉산성을 빼앗기자 평양 북쪽 땅을 거란에게 내주고 화의를 맺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때 서희는 그 의견들을 물리치고 혼자 적진으로 뛰어 들어, "고려는 신라에서 일어난 나라이니 옛 고구려의 땅을 모두 내놓아야 할 것이오"라는 소손녕의 말에 다음과 같이 맞받아친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오. 우리는 신라를 잇는 나라가 아니라 고구려를 잇는 나라이기 때문에 고려라 이름 지었소. 옛적부터 고려는 고구려의 줄임말이었소. 그러므로 고구려의 옛 영토인 요동은 당연히 고려 땅이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기세등등한 적군을 물리친 서희의 외교는, 고구려사문제와 독도문제, 한미자유무역협정 등 국토와 외교 분쟁, 통상무역마찰로 이래저래 바람 잘 날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고구려의 옛 영토인 요동은 당연히 고려 땅이오"라며 거란의 80만 대군을 물리친 서희의 외교는 눈부시다.
▲ '서희'의 담판 "고구려의 옛 영토인 요동은 당연히 고려 땅이오"라며 거란의 80만 대군을 물리친 서희의 외교는 눈부시다.
ⓒ 전쟁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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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이 활약했던 해전을 표현했다. 책은 이처럼 전투상세도 등을 곁들여 전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 이순신의 해전지도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이 활약했던 해전을 표현했다. 책은 이처럼 전투상세도 등을 곁들여 전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다할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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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를 통해 조상들이 남겨준 소중한 교훈을 들여다보자

<한국의 전투와 무기>는 우리 역사를 초기국가·삼국·후삼국·고려·조선·일제강점기·대한민국 등 일곱 시대로 구분, 왕검성전투·살수대첩·안시성전투·황산벌전투·귀주대첩·한산도대첩·노량대첩·황토현전투·청산리전투·인천상륙작전 등 고조선부터 대한민국까지의 대표적인 전투를 74가지로 간추려 소개한다.

책은 전투상황의 단순한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각 전투별로 자세한 '전투상황도'는 물론이고 전투 관련 유물 사진과 그림, 무기에 대한 설명 등을 곁들이며 전투의 원인과 과정, 결과, 그리고 전투에 참여한 주요 인물 등을 폭넓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또한 전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성(城)의 역사와 시설, 무과 과거시험제도, 신호전달체계 등을 소개하며 역사상 벌어졌던 전투들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도 풀어준다. 제목 그대로 우리나라의 전투와 무기를 아우른 '전투백과사전'의 성격을 갖췄다.

세계화시대, 더 이상 국방력의 크기가 국력을 좌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상들이 숱한 전투를 치르면서 어떻게 유구한 역사를 면면이 이어왔는지는 잘 들여다봐야 한다. 침략을 막아냈든 정벌을 했든 그 모든 전투 과정에는 조상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소중한 교훈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횃불이나 연기를 피워 그 수에 따라 신호를 전달하는 '봉수'는 고려 때부터 사용한 기록이 있다.
▲ 봉수 횃불이나 연기를 피워 그 수에 따라 신호를 전달하는 '봉수'는 고려 때부터 사용한 기록이 있다.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싸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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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당시 부산 앞바다에서 특수부대를 태운 북한 수송선을 격침하면서 한국을 위기에서 구한 역사적 군함인 '백두산함'.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사용하던 것을 1949년 국민들의 성금으로 구입했다.
▲ '백두산함' 6·25 당시 부산 앞바다에서 특수부대를 태운 북한 수송선을 격침하면서 한국을 위기에서 구한 역사적 군함인 '백두산함'.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사용하던 것을 1949년 국민들의 성금으로 구입했다.
ⓒ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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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한국의 전투와 무기>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편, 신현득 글, 신재호·유용원 감수 / 현암사 / 357쪽 / 15,000원



태그:#전투, #무기 , #한국의 전투와 무기,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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