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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원들이 3일 저녁 10시경 진해시청 2층 중회의실에서 농성을 벌이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원들이 3일 저녁 10시경 진해시청 2층 중회의실에서 농성을 벌이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윤성효

 

휠체어를 탄 장애인 등 (사)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원 10여 명이 경남 진해시청에 들어가 13시간 동안 공무원들과 협의하거나 농성 등을 벌이다가 3일 밤 자정께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장애인 이동권 정책 합의서'에 진해시 서명을 받고서야 시청을 나올 수 있었다. 이들은 해당 정책의 책임단장인 부시장이 합의서에 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부시장이 없어 건설도시국장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회장 송정문)는 창원과 밀양, 합천 등 지역 자치단체를 돌며 '장애인 이동권 정책'을 제안하고 합의서를 받아내고 있다. 송정문 대표는 이날 서울 출장을 나가 대신해서 박상호 부대표와 김선영 교육정책국장, 최진기 진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등이 나섰다.

 

이들은 3일 오전 진해시청을 찾아 해당부서인 사회복지과와 건설교통과에 '장애인 이동권 정책'을 제안했다. 이들은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에 관한 조례 제정'과 '저상버스 도입'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위원회 설치' '특별교통수단 도입' 등을 제안했다.

 

협의과정에서 용어나 내용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 진해시는 몇몇 제안에 대해 예산이 필요하다며 정책 도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장애인들은 한때 부시장실을 상당 시간 점거하기도 했다.

 

여러 시간 논란 끝에 양측이 합의서를 작성한 시각은 공무원들의 퇴근 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6시 30분경. '장애인 이동권 정책 제안에 대한 진해시 합의서'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는 합의서에 누가 서명할 것인지가 또 하나의 과제로 남았다.

 

장애인들은 최소한 건설도시국장 내지 부시장이 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진해시는 실무자인 교통행정과장과 계장이 서명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합의서를 작성한 뒤 장애인들은 부시장과 국장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공무원 퇴근 시간이 지나기도 했지만, 부시장과 국장은 집안 제사 등의 이유로 시청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장애인들은 진해시청 2층에 있는 중회의실로 들어갔다. 이들은 부시장과 국장이 올 때까지 밤샘농성을 할 작정이었다. 이불 등 수면 도구도 가져왔다.

 

기자는 이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3일 오후 10시경 진해시청을 찾았다. 현관과 2층 중회의실 입구에는 공무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새로운 제안들이 제시되면서 장애인들도 모여 회의를 거듭했다.

 

 장애인들은 3일 저녁 진해시청 2층 중회의실에서 밤샘농성을 하기 위해 이불 등 잠자리 도구도 준비한 상태였다.
장애인들은 3일 저녁 진해시청 2층 중회의실에서 밤샘농성을 하기 위해 이불 등 잠자리 도구도 준비한 상태였다. ⓒ 윤성효

장애인 단체 "정책책임자가 서명해야"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김선영 교육정책국장은 "그동안 여러 시·군청에서 합의서를 체결해 왔는데, 논의가 잘 될 경우에는 실무부서인 실·과장들이 서명한 뒤 시장의 결재를 받는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예산 등 여러 이유로 원만하지 않을 경우에는 부시장 내지 부군수가 서명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장실에서 6시간을 기다렸는데, 안 계신다고 한 부시장이 와서 협상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서 "그런데 합의서를 작성한 뒤 서명을 해야 하는데 부시장은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저녁 늦게 시청에서는 부시장의 서명이 아니라 도장을 대신해서 찍으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했지만, 본인이 직접 한 것이 아니기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재홍 건설도시국장이 이날 밤 자정이 가까워 시청에 나와 합의서에 서명했다. 장애인들은 진해시청에 들어간 지 13시간만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진해시 "실무자가 해도 되는데..."

 

진해시청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도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을 두 차례나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면서 "진해시는 장애인 이동권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합의서 작성 뒤 양측이 잘 되었다며 박수까지 치기도 했다"면서 "합의서 서명은 실무자인 교통정책과장이 하나 부시장이 하나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진해시와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이날 합의한 '장애인 이동권 정책'에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진해시는 협의회에서 제시하는 조례(안)를 토대로 오는 9월말까지 입법예고하고 올해 하반기 중에 제정할 예정이다.

 

진해시는 전체 버스의 33.3%가 저상버스가 될 때까지 연도별 폐차량 100%를 저상버스로 도입·유지한다. 2009년 5대, 2010년 6대, 2011년 7대, 2012년 5대를 저상버스로 도입한다.

 

이밖에 양측은 특별교통수단을 24시간 365일 연중무휴로 운행하고, 이동지원센터를 직영하거나 자동차운수사업법에 의한 운수업체에 위탁해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장애인 이동권#진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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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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