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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17일 밤 11시 50분]
 
'다음' 아고라 깃발을 선두로 행진에 나섰던 300여 촛불의 행진은 변덕스런 날씨와 맞닥뜨렸다. 역삼역을 지나면서부터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천둥번개와 함께 돌풍이 몰아친 것이다. 우산이 휘어지고 날아갔다. 거의 행군 수준이다.
 
누군가 소리쳤다.
 
"아니 날씨가 꼭 이명박 대통령 같잖아?"
"맞아요 맞아."
"이명박은 물러가라, 이명박은 물러가라."
 
일부는 폈던 우산을 접고 빗속 행군을 강행하고 또 일부는 미리 준비했던 우비를 꺼내 입었다. 강남역까지는 꼭 가겠다는 다짐의 표시다. 장마가 시작됐지만 이들을 막을 건 없어 보인다.
 
역삼역-특허청을 지나 강남역 사거리로 접어든다. 포장마차가 즐비한 골목으로 "민주시민 함께해요" 구호를 외친다. 어제와 마찬가지. 박수소리와 항의소리가 함께 날아온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코엑스~강남역 행진을 '완주'한 김미성(27)씨는 "오늘은 나오기 힘들었는데 나 한 명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9시 무렵에 합류했다"면서 "내일 저녁까지 코엑스로 '출근'하고 그 다음엔 또 시청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밤 11시 40분 현재 강남역 씨티극장 옆에 모여 작별 인사를 나눴다.
 
"내일도 코엑스입니다."
"몇 시죠?"
"아무 때나요."
 
 
[6신: 17일 밤 10시 40분]
 
밤 10시 무렵 코엑스 회의장 3층 통로를 통해 외빈들이 차례로 빠져나와 차를 타기 시작했다. 경찰 4명이 코엑스 회의장 정문 이중문 안쪽을 막고 외빈들이 나올 때만 열어줬다.
 
취재진이 회의장 정문쪽으로 몰려들었으며 시위대는 더욱 목소리를 높여 "최시중은 물러가라", "이명박은 물러가라"를 외쳤다. 그러나 20분 정도 외빈들의 행렬이 이어진 뒤에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밤 10시 20분, 시위대가 대열을 빼 코엑스 동문쪽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다시 전경과 마찰이 빚어졌다. 코엑스 회의장 정문에서 동문으로 오는 작은 길에서, "지나가겠다"는 시위대와 "돌아가시라"는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일부 시민이 가던 길을 돌려 전경 뒤로 와 합류하면서 작은 몸싸움이 일어났고, 이에 흥분한 한 전경과 한 시민간에 멱살잡이까지 있었다. 다행히 경찰 지휘부와 다른 시위대가 말려 더 큰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
 
코엑스 회의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촛불 시위대 일부는 현재 코엑스 동문 앞에 삼삼오오 모여 '뒤풀이'를 진행하고 있고 일부는 강남역으로 행진을 벌이고 있는 다음 아고라 회원 중심의 대열에 합류했다.
 
 
[5신: 17일 밤 9시 51분]
 
밤 9시 30분 현재 모든 상황이 그대로다. 시위대는 같은 장소에서 쉬지 않고 "최시중은 물러가라"를 외치고 있다. 경찰과의 대치 상태 역시 그대로다. 만찬이 끝날때쯤 됐기 때문인지 시위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이따금씩 외국인들이 나와 이 광경을 지켜보고 들어간다. 현재 회의장 입구에는 경비업체직원들이 도열해 있다.
 
 
[4신: 17일 저녁 8시 50분]
 
500여 촛불 경찰과 대치중... 전경버스로 포위 
 

삼성동 코엑스에 모인 촛불들은 바로 시위로 돌입했다. 8시 10분 현재 500여 명으로 불어난 촛불 시위대가 코엑스 회의장(북문) 입구 왼쪽 만국기 아래서 "최시중은 물러가라", "언론탄압 중단하라", "방송장악 중단하라", "공영방송 지켜내자"는 구호를 외치면서 경찰과 대치중이다.

 
만국기 아래가 좁아 일부 촛불 시위대는 봉은사 앞, 봉은사로 인도와 코엑스 회의장 입구 오른쪽 도로에 각각 나뉘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인도 가장자리에 서서 피켓을 들고 홍보전을 벌이고 있으며 100여 명의 시위대는 코엑스 동문 앞에서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방금 전인 8시 20분께 경찰이 전경버스로 사위대 앞을 가리려고 하자 이에 흥분한 일부 시위대와 전경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 하지만 큰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현재 경찰은 만국기 아래 시위대를 제외한 모든 시위대 시야를 전경버스로 가리고 있는 상태다.
 
현재 코엑스 회의장 안에서는 한승수 총리가 OECD 장관회의에 참석한 귀빈을 대상으로 첫째날 만찬을 베풀고 있다.
 
 
[3신: 17일 저녁 7시 40분]
 
코엑스 동문에 집결한 참가자들... "최시중은 MB 시중 그만들라"
 
삼성동 코엑스 앞 촛불문화제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오후 6시 30분부터 모인 사람들은 현재 200여명 정도. 이들은 '언론탄압 중단', '국민과의 소통 부재' 등을 뜻하는 영어피켓 'stop media suppression' 'no control over media' 'our president is deaf to his people' 등을 만들어 들고 코엑스 동문 앞에서 코엑스 정문 쪽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에 막혔다.
 
시위대는 "인도로 이동하고 있는데 갑자기 왜 막느냐"며 항의했으나 강남경찰서 경비과장은 "다수가 피켓, 양초 등 일정한 목적을 갖고 이동하고 있어 불법이다. 다시 동문 앞으로 가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라"고 답변했다. 대다수 시위대가 다시 동문쪽으로 이동하고 불과 10여명 정도가 경비과장과 얘기하고 있는 중임에도 경찰은 무려 여섯 군데에나 병력을 배치해 시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근처를 지나가던 한 시민은 경비과장의 마이크를 빌린 뒤 "내가 미국에 있을 때 백악관에 눈이 좀 왔다. 그 안에서 1인 시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미끄러질까봐 백악관쪽에서 염화칼슘 뿌리는 기계로 그 사람을 따라가면서 보호까지 주더라"면서 "경찰에 비해 시위하는 사람이 훨씬 적은데 무슨 이렇게 경찰이 많은가"라고 따져 물었다.
 
참가자들은 다시 동문 앞에 정렬해 앉고 있다. '최시중은 MB 시중 그만들라', 'KBS 표적감사? 뉴라이트 너네나 해' 등의 피켓을 만들어 세워두고 있다. 오늘 가장 눈에 띄는 피켓은 이것이다.
 
'반대할 게 너무 많아 피켓공간 부족하다'
 
한 참가자가 나지막히 '타는 목마름으로'를 부르기 시작했다.
 
'네 이름 남몰래 쓴다~~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 등 언론노조 관계자들이 현장에 도착, 스티커 부착을 위해 동문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건물 관리측에서 이를 불허해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현장에 양초가 나눠지고 있다. 곧 촛불이 환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하늘은 흐리다.
 
 
 
[2신: 17일 오후 6시]

 

무서운 배후들 '다음 아고리언'을 만나다

 

'다음(Daum) 아고라'를 모르면 컴맹이다? 아니다. 다음 아고라 깃발이 거리에서 펄럭인지도 한 달 가까이 지났으니, 온-오프 세상을 누비는 다음 아고라를 모르면 세상 물정 한참 모르는 거다.

 

어젯밤(16일)에는 갑자기 모인 다음 아고라 회원들에게 당황한 한 경찰 관계자가 다가가 말을 걸었다.

 

"책임자 되시는 분이…."

"우린 그런 거 없거든요."

 

강남역까지 인도행진을 유도하면서도 경찰은 진땀 깨나 흘렸다. 이 '위아래' 없는 조직 때문에.

 

17일 오전 김효진(29·유학준비생)씨가 삼성동 코엑스에서 '최시중 사퇴 촉구' 시위를 시작한 시간이 8시 55분. 곧이어 10시 미디어행동이 기자회견을 할때 쯤 또 한명의 네티즌이 합류했다. 두 명. 그런데 그 이후 스물스물 한명씩 두명씩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12시 무렵에는 20명이나 됐다. 언제 준비했는지 예의 그 아고라 깃발도 나부끼고 있었다.

 

일단 그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땅에 엎어져 스스로 피켓을 만들었다. 12시 20분 무렵 3명의 직장인(이 사람들은 코엑스 동문으로 나와 그곳으로 들어갔는데, 혹시 코엑스 직원?)이 합류했고 곧 오토바이를 탄 다른 회사원 한 명이 합류했다. 이들은 1시 무렵 다시 인사를 나누고 돌아갔다. 분명 점심시간을 쪼개 왔다가 회사로 복귀하는 것이리라.

 

1시쯤 되자 이번에는 '무적의 간식부대'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양복을 입은 50대 아저씨가 한 봉지 가득, 또 다른 30대 아저씨가 두 봉지 가득. 자양 강장제며 초코파이며 몇 분 있다가는 누군가 피자도 사갖고 왔다. 살짝 왔다가 살짝 내려놓고 무섭게 가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김밥 등 주식은 차례차례 도착하는 아고라 회원 손에 들려 있었다. 회사원에 이어 대학생이, 대학생에 이어 연구원이, 연구원에 이어 강사가, 강사에 이어 주부가…, 연령·계층을 막론한 아고리언들이 차례차례 합류했다.

 

1시 20분쯤 한 50대 아저씨가 이들에게 소리를 버럭버럭 지른다. "나라 망신시키지 말라"고. 이들은 들어줄 만큼 들어드리고 말할 만큼 한다.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응이 매끄럽다. 1시 40분쯤 되니 근처 경찰관들과 가벼운 농담을 나눈다. 강성 운동권들이었다면 저 조직원을 용서치 않았으리라.

 

2시부터 1시간 남짓 나도 아고리언이 되어보리라 생각했다. 뭐 나도 아고라 깃발 밑에서 으쌰으쌰 하고 있지 않아서 그렇지 제법 눈팅도 하고 기삿거리도 많이 훔치고 그렇잖은가. 그래. ID만 있으면 다음 아고라 회원이다. 너도 나도 아고리언이었다.

 

촛불시위 최대 배후 조직 '다음 아고라' 안으로 들어갔다. 우선 그때까지 모인 스무 명 남짓한 회원 중 얼굴을 아는 사람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처음 만나면 뻘쭘할만도 한데 그런 사람 없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저는 홍길동입니다. 댁은요?" 이렇게 묻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미소지으면서 손피켓을 만들고 차례차례 저 옆으로 가서 섰다. 언뜻 봐서는 정말 '배후 있는 조직' 같았다.

 

"혼자 있으니 뻘쭘"-"우리가 지금 간다!"

 

이 사람들이 모인 '루트'는 이렇다. 우선 김효진씨가 "나 혼자 있으니 뻘쭘하다"는 문자를 친구에게 날렸단다. 그 친구가 바로 아고라에 글 등록.

 

그 글을 보고 (전부 다음 아이디) '니미' '까미' '아라곤' 'creativeun' '그린로드' 등이 바로 달려왔다. 'creativeun'는 "지금 달려간다"는 댓글까지 친절하게 달고 달려왔다고 한다.

 

그럼 이 사람들은 다 백수? 이상득 의원 말처럼? 천만에!

 

'lovecat'은 주부다. '밥 문제' 달려있어 곧 들어가봐야 한다더니 정말 3시쯤 자리를 떴다. '까미'는 학원강사다. 곧 5시부터 양재동에 가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단다. 아고라 깃발 아래 친해진 'happy'(30), 'rem'(26)은 각각 고시준비생, 취업준비생이다. 한창 공부할 때인데 이게 뭐냐고 입을 내민다.

 

직장인 'creativeun'는 "효지니님 혼자 있어여~~'라는 글에 마음이 흔들려 조퇴를 내고 달려왔다고 한다. 직장 상사가 알면 큰 일 난단다.

 

'밥먹자'는 여대생이다. 방금 기말시험이 모두 끝났단다. "앞으로는 투쟁모드?" 물으니 "내내 투쟁모드였는데 잠시 시험모드였다"며 웃는다. '밥먹자'는 이곳에 오는 사이에 멋들어진 피켓을 만들어 아예 저만치에서부터 들고 왔다.

 

'다음 아고라'의 어떤 점이 당신을 이렇게 끌어 당기는 것인가 라고 물어봤다.

 

"정치색이 없어서~~"라는 복수의 외침이 들려온다.

 

'아고라 폐인'이라는 '아라곤'은 이렇게 말했다.

 

"정치인들이 제대로만 한다면 우리 네티즌들이 이렇게 뛰쳐나올 이유가 없다. 아고라에서는 자발적으로 이슈를 내고 의견을 표출하고 토론을 한다. 촛불 집회도 자발적으로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것 아닌가. 아고라는 쉽게 '토론의 광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포털도 언론이다. 제대로 여론을 반영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다음 아고라의 성공을 얘기할 수 있다."

 

강제 진압 이후 열혈 아고리안이 된 'happy'는 "오늘은 정말 공부하려고 했다"고 했다. 그런데 나우콤 대표의 구속 소식이 거리로 잡아끌었다. 아고라를 통해 안 사실이었다.

 

"여자들은 아무래도 혼자 참여하고 목소리를 높이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다음 아고라가 그런 작용까지 해 주는 것이죠. 남자 여자를 떠나서 네티즌, 행동하는 네티즌이라는 일종의 소속되지 않은 소속감? 요즘 정말 세상 공부 많이 하는데 아는게 병이더라고요. 점차 알면서 소름끼쳐요. 최시중 위원장도 그렇고…."

 

개인사업을 하는 '그린로드'는 386이다. 솔직히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했다. "뜻 맞는 사람끼리 한 뜻으로 뭔가 헤쳐가고 이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일보다 더 중요하다"고 한다.

 

"주최나 지도부 없는 것도 장점이죠.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중요하니까요. 오프라인 투쟁하고 집에 가 한숨 자고 나면 또 한가득 정보가 올라와 있고… 아고라만이 가능하죠."

 

"소통 패러다임 바뀌어...국민이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

 

인터뷰중에 갑자기 '민중의 소리'님이 도착했다. 이미 모인 아고라 회원들에게 묻는다. 좀 부끄런 눈치다.

 

"외국인 상대로 상황 설명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아내가 전화해서…."

 

이건 또 뭔 소리? 알아보니 이랬다.

 

회원들 사이에 '외국 내빈이나 기자들을 상대로 시위대의 주장을 설명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혹시 영어에 능통한 사람이 없을까'라는 말이 나왔단다. 시위대 중 한 사람이 그걸 전화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친구에게 전화해 '다음 아고라'에 올리라고 한 것.

 

그것을 본 '민중의 소리'의 아내가 "당신 영어 잘 하잖아. 가 봐"하면서 급히 남편을 닦달해 현장으로 보낸 것이다. 실시간이다. 아고리언들의 '내공'이 이 정도다.

 

아고리언들이 한창 시위중일 때 이명박 대통령의 '신뢰없는 인터넷은 독이 될 수도' 발언이 전해졌다. 다들 한마디씩 토해냈다. "아유, 본인이나 인터넷을 좀 보라고 하세요~" "요즘에 부팅은 잘 하시나~~"

 

'민중의 소리'는 이렇게 정리했다.

 

"이제 사람들은 아고라, 즉 광장에 익숙해졌지요. 누구나 나와서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요. 소통의 패러다임이 확 바뀌었습니다. 정부는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으니 이 국민들을 어떻게 이겨요. 이건 국민이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입니다. 더디고 느리지만 이 패러다임에 발을 맞추는 게 진정한 보숩니다. 뻔히 지는 싸움을 이렇게 국민하고 에너지만 소진하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역사는 흘러가고 진화합니다. 국민들이 세상이 이렇게 진화했잖아요? 그걸 확인하고 있고요. 이 현대적인 진화를 어떻게 돌릴 수 있습니까. 이걸 거부하는 한 불행에서 헤어나올 수 없어요."

 

가장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대한민국 네티즌. 그 중 최근에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며 탄생한 새 종족 '아고리언'들. 그들이 한 얘기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것이었다.

 

"우리는 목적있는 진화를 꿈꿉니다."

 

[1신: 17일 낮 12시]

 

다음 아고리언들, 코엑스 OECD 행사장 앞서 시위

 

오늘(17일)부터 이틀에 걸쳐 '인터넷경제의 미래에 관한 OECD 장관회의'가 열리는 삼성동 코엑스. 이 근처에 배치된 전경들과 경호업체 관계자들은 밀려드는 시위대로 인해 분주하다. 어제는 오후 6시 무렵부터 느닷없이 양초를 든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나 금세 500여 개의 촛불을 만들더니 오늘 아침에는 9시부터 '불청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의 구호는 모두 똑같다. '최시중은 물러나라'는 것. OECD 장관회의를 다름 아닌 방송통신위원회가 주관하기 때문에 코엑스 근처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가 이틀째 울려퍼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아침 8시경부터 주위는 바쁘게 움직였다. 코엑스로 통하는 모든 문에 전경들과 경호업체 직원들이 배치됐으며 전경들은 2인 1조로 외곽을 경비했다. 개회식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다음 아고라 중심의 '행동하는 네티즌'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시중 방송 장악 기도, 국민들이 다 알아버렸다"

 

오전 8시 55분, 코엑스 정문에 한 남성이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 유학준비생 김효진(29)씨였다.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규탄하는 피켓을 목에 걸고 혼자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조금만 앞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요구하는 행사 관계자들에게 밀려 코엑스 정문 앞 계단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씨는 "최시중씨가 대선때 이명박 대통령을 도운 측근들로 방송을 장악하려 하는 걸 국민들이 이제 다 알아버렸다"면서 "최시중씨 뜻대로 하면 국민들은 언론으로부터 세뇌될 것이며 이후 5년 동안 눈과 귀가 멀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음악을 전공했으며 이 분야를 더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날 생각이라는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음악이고 유학이고 다 뒤로 미루고 있다"면서 "대통령이나 최시중 위원장이나 제발 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시간여 혼자 1인 시위를 이어가던 김씨에게 우군이 나타났다. 오전 10시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위원장과 지부장, 미디어단체 관계자들이 코엑스 앞에 도착했다. 언론노조 등 48개 단체로 구성된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이었다. 무선이어폰을 꽂은 경호업체 직원들과 경찰들이 다시 모여들었다.

 

언론노조 관계자들은 '최시중씨는 OECD 장관회의 그만두고 당장 방통위원장부터 사퇴하라'는 펼침막을 들고 '방송장악 배후 최시중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OECD 장관회의 외국 참가자들을 고려해 'Choi See-joong, chairman of the KCC, Resign Now'라는 영문을 펼침막에 크게 넣었다.

 

문효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이 포문을 열었다. 문 위원장은 "시민들의 촛불에 대해 최시중 위원장은 방송사들이 보도를 잘못했기 때문이고 인터넷 괴담 때문이라고 말하는 등 국민의견을 무시하고 묵살하기만 했다"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역할을 방기한 최시중 위원장을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기자회견에는 '낙하산 사장'을 맞은 지부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함현호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노조위원장은 "이명박 후보 시절 방송특보였던 양휘부씨가 사장으로 내려왔다"면서 "만일 양 사장이 사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언론장악의 임무까지 수행하는지 견제하고 감시해 언론 공공성 수호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YTN 위원장 "철없던 막둥이, 국민 방송으로 일어서겠다"

 

이어서 YTN 현덕수 비대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특보였던 MBC 출신 구본홍 사장이 내정되어 시끄러운 곳이다.

 

"YTN은 두 달 동안 낙하산 사장 선임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다. 구본홍 사장 인사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최시중씨가 있었다. YTN이 벌이고 있는 구본홍 사장 저지 투쟁이 곧 최시중 위원장 사퇴 투쟁과 맞닿아있다."

 

현 위원장은 YTN을 '철없던 막둥이'에 비유하면서 "철없던 막둥이가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으로 국민의 방송으로 일어서겠다"고 말했다.

 

역시 이명박 후보 시절 방송특보였던 정국록씨를 사장으로 맞은 이정원 아리랑국제방송 노조위원장은 "우리 방송 역시 낙하산이 내려왔지만 언론 탄압하지 못하도록 노조가 볼모로 잡고 있다"면서 "해외에 정부의 정책이나 업적을 잘못 알리는 정권 방송이 되지 않도록 감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은 '몸통론'을 폈다. "특보, 측근들은 전부다 깃털이다. 몸통을 뽑아내야 하는데 바로 최시중 위원장이 몸통"이라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장이 아닌 방송통제위원장 최시중씨를 사퇴시키는데 MBC가 끝까지 집요하게 따라다닐 것"이라며 "외국 출장을 간다고 하면 사비를 털어 외국에까지 따라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제위원장 최시중 사퇴 집요하게 진행할 것"

 

송파구에 산다는 한 네티즌도 집회 중 가세했다. "강남 서민을 꿈꾸는 사람인데 회사도 팽개치고 달려왔다"는 그는 "지금 최시중 위원장이 해외 귀빈을 모시고 이 곳에서 인터넷 경제니 뭐니 하는 것을 주최할 자격이 되는가"라고 물으며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활발한 소통에는 관심도 없는 최 위원장은 거짓 가면을 벗으라"고 주문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송통신위는 장관급인 위원장과 차관급인 4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곳이어서 4개 부서를 하나로 합친 것과 같은 규모의 부처"라면서 "이런 막강한 권력을 가진 곳이 정권 유지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임기가 보장된 KBS와 EBS 사장 쫓아낼 궁리, 방송장악 언론장악만을 궁리하고 있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사퇴를 위해 언론노조는 오늘부터 높은 수위의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기자회견문을 읽은 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과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은 행사장 미디어실을 찾아 영문판 기자회견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OECD 장관회의 행사가 끝나는 내일까지 코엑스 근처에서 '최시중 사퇴 촉구' 문화제를 계속 열 계획이며 오늘 저녁에는 언론노조와 언론 유관단체들이 이 곳 촛불문화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혀 대규모로 치러질 전망이다.

 

다음 아고라 중심의 일부 네티즌들은 오늘 오후부터 서서히 코엑스 앞으로 집결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어 내일까지 이 곳은 '안에서는 인터넷 경제가 다뤄지고 밖에서는 인터넷 유저들이 시위를 벌이는' 풍경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최시중, #방송통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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