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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중앙로를 걷고 있다
 대전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중앙로를 걷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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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효 대전시장이 또 한번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달 말부터 지난 9일까지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박 시장은 기자들에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상한(?)정보를 일러 주었다.

"교포들이 쇠고기 문제에 대해 이해가 안 된다고 하고 있다"
"교포들이 (촛불집회 및 쇠고기 재협상 주장에 대해) 말이 안 된다고 하더라. 지금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는데 아무 이상 없다는 얘기까지 했다"

안타깝게도 박 시장이 전한 정보는 '새 것'도 아니고 '믿을 만한 것'도 아니었다. 박 시장이
미국 출장을 가기 한참 전에 미 교포들간 논란과 함께 진위공방까지 있었다. 기자들에게 새로운 소식은 박 시장이 물고온 교포들의 입장이 아닌 박 시장의 소신이었다.  

"(교포들이 촛불집회가) 반미로 보이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 다른 목적이 있으니까 그거 가지고 (촛불집회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더라"

대전시장 맞아? 수입업자 아냐?

여기까지는 박 시장이 만난 교포들의 우려 섞인 시각이니 그럴 수 있다. 문제의 발언은 그 다음에 나왔다. 그는 오찬자리에서 기자들에게 "교포들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본다. 미국사람들이 못된 것을 팔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말문이 막히게 하는 답변이다. 쇠고기 협상을 졸속으로 해놓고 "질 좋은 쇠고기를 값싸게 먹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명박 대통령보다 한 수 위다. 대전시장이 아닌 미국제품 수입업자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 

일각에서는 대전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에는 미국방문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사람과 미국상품을 맹신하는 정도를 보면 외자유치하러 갔다가 외화유출만 하고 다닐 게 뻔하다는 우려때문이다.

이런 박 시장이 교포들에게 "촛불집회에는 불순한 다른 목적이 없다"고 말해 줬을리 만무하다.

버시바우 발언 원조격...우리말 몰입교육으로 끝내자  

11일,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박성효 대전시장의 촛불비하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11일,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박성효 대전시장의 촛불비하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김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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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의 '어록'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달 금강운하 건설과 관련 운하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대운하 문제에 대해 국민이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의 "한국인들은 과학적 사실을 더 배우라"는 발언의 원조격이다. 

박 시장은 쇠고기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일부 언론의 보도는 교포들이 쇠고기 문제를 걱정하는 분위기를 전달한 게 와전된 것"이라며 "미국을 옹호하고 촛불집회를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고 밝혔다.

헌법학자 10명 중 7명이 쇠고기 장관고시는 위헌이라는 의견을 낸 데에는 광우병 위험에 따른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알고 있는 촛불과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박 시장만 모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미국을 옹호할 마음이 없었다'는 해명이 본의라면 박 시장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법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없었던' 게 분명하다. 박 시장에게 '국어몰입교육'이 필요한 때다.


태그:#박성효 대전시장, #어록, #촛불,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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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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