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 민생고를 듣는다'는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3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 민생고를 듣는다'는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6월 3일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을 맞았다. "100일이 100년이 같았다"는 목소리가 들릴 만큼, 국민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벌써 한 달째 광장에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시민들이 분노하는 건 비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시장만능주의' 정책에 서민경제가 총체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와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3일 '민생고'를 호소하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화물트럭 운전사, 여성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학생들이 모여 "이명박 정권은 살인 정권"이라고 외쳤다.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이명박 정부 100일과 1000일 넘게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기륭전자에서 해고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3일 현재 9일 째 서울 구로역 앞 35m 높이의 CCTV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기륭전자에서 해고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3일 현재 9일 째 서울 구로역 앞 35m 높이의 CCTV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최석희

관련사진보기

김소연(기륭전자에서 해고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회사의 불법 파견에 맞서 1000일 넘게 투쟁 중이다. 현재 구로역 앞 35m CCTV 탑에서 9일째 두 아이의 엄마인 기륭전자 해고자가 농성하고 있다. 정부는 '노사관계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게 이명박 정부 100일의 모습이다.

지난 5월 11일 해고 노동자가 서울광장 앞 15m 높이의 조명탑에 올라갔을 때 경찰의 태도는 지난 정권과 확연히 틀렸다. 우리가 물을 올려주려고 했는데, 경찰이 이를 막았다. 이때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경찰은 '공무집행방해다, 다 연행하라'고 했다. 

더 황당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 방문할 때 중소기업인 수행원으로 최동열 기륭전자 회장을 데려간 것이다. 원래 정홍희 로드랜드 사장이 갈 예정이었지만 그가 세금포탈 혐의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어, 최 회장으로 바뀌었다. 2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쫓겨나 1000일 동안 싸우고 있는 회사의 회장을 수행원으로 데려갔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막가파식으로 간다 해도 이건 받아들일 수 없다. 이 대통령은 '파견 업종을 확대하자'고 한다. 제조업 파견은 불법이지만, 이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파견 업체를 통하지 않고선 취업할 수 없다. 이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촛불 들어야 한다. 안 그러면 다 죽는다."

불난 집에 기름 끼얹는 형국... 축산 농가 우롱하는 정부 정책

나종구(한우 키우는 축산농민) "사료 가격은 지난해보다 70% 올랐다. 25kg짜리가 작년엔 7000원이었는데, 이젠 1만2천원이다. 이렇게 어려워진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은 축산 농가로선 엎친 데 덮친 격, 불난 집에 기름 끼얹는 형국이 됐다.

사료 값만 오른 게 아니다. 소 값이 떨어지기 시작해 1년 전보다 40% 떨어졌다. 1년 전 수송아지 가격은 230만원이었다. 지금은 160~170만원 한다. 큰 소는 작년엔 42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300만원이다. 쉽게 말해 작년 송아지 값과 지금 큰 소 값과 큰 차이가 없다. 1년 전에 220만원에 사서 1년 내내 먹여 팔아도 220만원 못 받는다.

정부가 한우가격 안정제의 기준 가격을 올려준다고 한다. 지금은 1마리당 150~160만원 정도다. 하지만 사료 값은 70% 올랐는데, 정부는 7%만 올려준다고 한다. 이러면 가격이 보장이 되나. 죽거나 말거나 알아서 하라는 건데, 축산 농가를 우롱하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 한다고 하니 쇠고기 소비 굉장히 줄고, 한우 농가가 어려워졌다. 우리는 한우가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 그래서 정부에 광우병 전수가 검사를 요구했지만, 정부에서 거절했다. 큰 비용이 드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의 한우 둔갑을 막기 위해 우리는 DNA 검사를 주장하고 있다. 이 또한 큰돈이 들지 않지만 정부는 해주지 않고 있다. 한해 도살되는 70만두 모두 DNA 검사 하면 100억 정도 밖에 안 든다. 정부에서 한우 농가를 위해 그런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

"화물노동자들은 공황상태, 총파업은 불가피"

정호희 운수노조 정책실장이 5월 9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서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운송·하역 등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정호희 운수노조 정책실장이 5월 9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서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운송·하역 등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정호희(화물 트럭 운전사) "화물노동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경유 값이 휘발유 값을 추월할 때와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할 때다. 현재 우리는 공황상태다. 서울-부산 왕복 운임은 80만원 정도인데, 여기에 기름 값 60만원, 도로비 10만원, 밥값, 유지비, 알선료 등을 빼면 손해다. 그렇다고 운행 포기 못한다. 많은 화물노동자들의 차가 할부이기 때문이다. 빚내서 빚 갚는 꼴이다.

하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조중동도 '화물연대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라'고 하는데도 말이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에너지 바우처(에너지 사용권) 제도 등을 도입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유가 보조금 받고 있다. 실효성이 없다. 안타깝고 멍청하기 짝이 없다.

기본적으로 유류세와 함께 기름 값이 인하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정유 독점 재벌에 대항하지 못하고 있다. 공장도 가격을 손봐야 한다. 자본가들은 고통분담 좋아하지 않느냐. 엄청난 수익을 내는 정유사는 왜 고통분담 안하느냐. 다단계 착취하는 물류제도도 개혁해야 한다.

총파업은 불가피하다. 6월 10일부터 전면 총파업을 하든지, 그날 찬반 투표를 하겠다. 철도까지 멈출 수 있다. 그 위력은 2003년 화물연대 파업의 2배 이상을 능가할 것이다. 파업에 돌입하는 순간 물류대란 이상으로 전 사업이 마비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꼼수를 쓰지 말라.

보통 파업한다고 하면 욕 때문에 홈페이지 닫는데, 요즘엔 칭찬 때문에 다운된다. 어제 미국산 쇠고기 운송 거부를 위한 부산 부두 집회에 많은 노조원들이 모였다. 사실 처음엔 자신 없었는데, 해보니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정치적으로 승리하지 않았나."

"이민가고 싶다는 청소년 많다... 정치인과 공무원은 뭘 하고 있나"

정당당(청소년 단체 활동가) "거리에 청소년이 나오는 이유는 그들이 처한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 한 외고생이 13층 자기 방에서 투신자살했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꿈을 접고 무거운 맘으로 학교에 남는다.

한 청소년의 학교는 '야자'를 2번 빠지면, 4개월 동안 야자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그 친구의 집은 학원 보내줄 형편이 못해서 야자를 못 뺀다. 그 친구는 자신의 꿈을 위해 동아리 활동하는 친구인데, 그 꿈을 버렸다.

프랑스 청소년들은 8시간 수업을 지켜달라며 시위를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그 2배인 16시간 공부하고 있다. 도대체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민가고 싶다는 청소년들이 많다."

5월 17일 오후 서울 덕수궁앞에서 열린 '미친소, 미친교육, 청소년이 바꾼다! 5.17 청소년 행동의날'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5월 17일 오후 서울 덕수궁앞에서 열린 '미친소, 미친교육, 청소년이 바꾼다! 5.17 청소년 행동의날'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명박 정부의 100일, 서민경제의 총체적 위기"

민경우 진보정치연구소 경제담당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100일에 대해 "성장만능주의의 파산, 서민경제의 총체적 위기"라며 "물가인상과 내수침체, 사회적 양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민 위원은 "2003년 1/4분기에서 2008년 1/4분까지 소득 하위 20% 계층의 경우, 보건의료, 교육, 가사서비스에 대한 물가가 59.2%, 42.1%, 126.2%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8년 1/4분기 GDP 성장률 5.7%, GNI 성장률 0%, 소득 5분위 배율 8.41배"라며 "경제성장과 체감경기의 차이, 수출 대기업과 내수 중소기업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 위원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명박 정부는 수출대기업, 기득권 중심의 정책을 고용, 내수, 중소기업과 서민을 중시하는 정책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공기업 민영화, 대운하, 부동사 세제 개편, 한미FTA 등 물가인상, 버블, 미국경제와의 동조화를 심화시킬 수 있는 일련의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이명박 정부 100일, #이명박 정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