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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경이면 시기적으로 보리누름이다.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며 가을 수확에 이어 봄 수확의 기쁨을 맛보던 계절인것. 예전 뭍에서 수확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면 봄 바다에서도 수확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풍어가 인것.

보리누름철을 맞이한 서해 앞 바다에는 지금 한참 온갖 갯것들이 올라오고 있다. 광어. 병어, 꽃게 등등 제철을 만난 갖가지 고기들이 그물마다 가득차게 올라와 어부들의 마음을 충족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광우병에 구제역에 게다가 조류독감으로 온 세상이 떠들석 하니 뭍에서 나는 것들을 먹을라치면 아무래도 께름칙하고, 그나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고를라치면 갯것들에 그 시선을 돌릴 수 밖에 없을터.

하지만 갯것들이라고 해도 수입수산물이 지천에 넘치다 보니 그 갯것들중 확실하게 우리q바다에서 난 갯것이라고 한다면, 아무리 굳게 닫혔던 지갑이라고 하더라도 절로 열릴 수 밖에 없을것 같다.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 수산시장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성시를 이루고 있다. 시흥 앞바다에서 지금 한창 나오고 있는 '살아있는 병어', '통통하게 살이 오른 꽃게', '빨래판 보다 더 큰 괴물 광어'를 맛보기 위해서다.

그물에 걸린 병어가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그물에 걸린 병어가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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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플 시흥'취재 위해 새벽잠을 설치며 '삶의 체험 현장(?)'을 하다

기자는 <신문고 뉴스>를 운영하면서 시흥시청에서 발행하고 있는 <뷰티플시흥>에 기사를 보내고 있다. 시민기자 자격이다. 지난 5월 26일 7월호 편집회의 과정에서 기사꼭지를 고르다가 내가 택한 꼭지가 바로 오이도 어민들이 고기잡는 현장을 따라가서 취재하겠다며 이 기사를 골랐다.

정확히는 경기도 시흥시 정왕3동에 속해있는 오이도 어촌계원들이 배 타고 나가 물고기 잡는 모습을 체험해 보고 싶은 속내가 앞섰기 때문이다.

오이도 어촌계장과의 섭외끝에 날자를 고른게 오늘(31일)이었다. 물때도 물이 살아나는 세물이고 그 물때라면 고기가 많이 나올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촌계장은 '오이도 2호'배를 가지고 어업을 하는 이기관(52세)선장을 추천했다. 이 선장을 따라가면 취재할 깜이 있을거라는 것.

어촌계장의 소개로 이 선장 배인 '오이도 2호'를 타게된게 오늘 새벽참이다. 이 선장의 사모님 이순연(47세)씨는 기자에게 새벽 4시 30분 까지는 시화방조제 중간 무렵에 있는 선착장으로 와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새벽에 취재길을 나서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간 밤에 두어시간 눈 붙이고는 잠을 못자고는 새벽 2시부터 일어나 준비를 마친 후, 두시간 후인 4시 무렵에는 집을 나서 곧 바로 시화방조제로 차를 몰아 이 선장 부부가 몰고있는 '오이도 2호'에 시간을 맞춰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이 선장의 배는 거창한 배가 아닌 가장 작은 어선이라고 할 수 있는 1톤 짜리 선외기 였다. 기자는 새벽부터 <뷰티플시흥> 기사 취재를 위한 '삶의 체험 현장'(?)에 나선 것이다.

조업에 한참인 이 선장 부부
 조업에 한참인 이 선장 부부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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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밤바다는 칠흑처럼 어둡더니 어느새 해는 떠오르고

조업을 준비중인 몇척의 배중 오늘 타고나갈 배를 찾아보니 너무나 작다. 1톤이 채 안되어 보이는 작은선체에 자기 몸집만한 모터가 뒷쪽에 달려있는 선외기라고 부르는 배다.

배가 작으니 뱃전과 수면의 차이는 불과 4~50cm에 불과하다. 선외기는 모터가 밖에 달려 있어 속도는 무척이나 빠르다. 기자가 타자마자 배는 요란한 굉음을 내면서 새벽 어두운 바다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파도가 있어 평소 속도의 절반 밖에 내지 못한다고 이 선장은 말한다. 오늘 조업현장은 팔미도 근처 해상이라고 한다. 팔미도는 인천상륙작전과 함께 주요한 교두보였던 역사적인 현장이다. 시화방조제 중간 선착장을 출발한지 50여분 남짓 시커멓게 보이던 팔미도가 지척에 다가와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전히 어둡다. 모든것들이 이제 막 깨어날려는 듯 저멀리 수평선은 벌겋게 물들어 있다. 인천항에 입항하기 위해 대기중인 큰 외항선들만이 잔 파도에 우람한 덩치를 맡긴채 한가롭게 정박등을 밝히고 묘박하고 있을 뿐이다.

저 멀리 한참 공사중인 인천대교가 보인다. 동이 막 터오르고 있다.
 저 멀리 한참 공사중인 인천대교가 보인다. 동이 막 터오르고 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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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하게 들리던 엔진소리가 잦아들더니 곧 바로 깔아놓은 그물부표를 찾기 시작했다. GPS에 좌표를 찍지 않은것 같았지만 자신들의 그물 부표를 찾는데는 불과 얼마 걸리지 않았다.

새벽 4시40분경 본격적인 조업이 시작되었다. 이 선장이 오늘 잡아들일 어종은 '광어'라고 했다. 길이 50m 폭3m 짜리 그물을 다섯폭을 이어 한틀이 구성되어 있다. 그물 한틀의 길이는 250m가량인셈.

이런 그물 7틀을 걷어 올리고 고기를 딴 후 다시 바다에 뿌려놓는게 오늘의 조업일정이라고 말했다. 광어조업이 일찍 끝나면 병어조업에 나서겠다며 일정을 설명했다.

광어는 30m 수심에 너비 3m 로 깔려 있는 그물을 지나가다 걸려드는 것이다. 그물이 바닥에 깔려 있는 관계로 바닥층에 서식하는 각종 물고기도 함께 걸려든다. 조업현장의 바닥은 모래와 점토로 이루어진 곳이라고 했다.

광어가 그런 서식층을 즐겨하기에 그물 또한 광어가 좋아하는 곳에 그물을 깔아 놓는다. 특히 5월 중순경 부터 6월말 까지는 먼바다나 다른곳에 있던 광어들이 이곳 서해안 연안에서 산란을 하기 위해 많이 모여들고 그걸 노리고 조업배들이 광어잡이를 하는 것이다.

충남 앞바다인 서산 등지의 경우 광어조업이 5월초를 기점으로 성어기를 맞는 반면 인천 앞바다와 시흥 앞바다의 경우 서산 앞바다 보다는 보름에서 한달정도 늦게 어장이 형성되는 관계로 보리누름인 5월말에서 6월까지는 광어어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다.

첫 그물 부터 올라오는 '괴물'급 광어들

연안어장은 황폐화 되어 있다는 인식을 갖게 마련인데 인천 앞바다는 놀랄만큼 풍요로웠다. 첫 그물을 배 앞에 달려있는 권선기가 그물을 끌어 올린지 얼마 안되어 빨래판만한 광어가 한 마리 한 마리 올라온다.

기자는 몇년전에 직접 광어 축양을 경험해본 관계로 이 정도 크기의 광어라면 최소 4~5년 이상 되는 자연산 광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개체의 크기는 물론이거니와 살도 통통하게 올라있다. 평균 씨알은 3~5kg 남짓이다. 이 선장은 이 정도 크기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놀라는 기자에게 좀 기다려 보라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 선장 부부는 첫번째 그물에서 걸린 고기들을 정리하면서 1kg가 조금 못 되어 보이는 제법 큰(?)광어 세마리를 곧 바로 바다로 돌려 보낸다.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서다. 선외기 물칸에는 그물 한틀을 걷어내고 따낸 광어가 퍼득거리기 시작한다. 기자도 그물에서 광어를 따 내는데 팔을 걷고 나섰다.

광어가 그물에 잡혀 뱃전에 놓여져 있다.
 광어가 그물에 잡혀 뱃전에 놓여져 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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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외에 걸려든 '아귀', '장대', '돌게', '삼치'등은 뱃전에 그냥 놓여져 있다. 오늘의 잡어인셈이다. 그물에 걸려든 삼치는 그 크기가 미터에 가깝다. 그런 고기가 오늘은 잡어취급이다.

그물을 걷고 걸려든 광어를 딴 후 다시 그물 손질을 하고나니 시간이 30여분 남짓 흐른 것 같다. 한번 깔았던 장소에서 조금 비껴간 곳에 다시 그물을 깔고나니 40여분 남짓 걸렸다. 오늘 걷어 낸 그물은 어제 깔아 놓았던 그물이다.

광어 조업은 오늘 그물을 깔고 내일 걷어낸다. 즉 오늘과 같이 고기를 따낸 후 다시 그물을 까는 방법으로 광어 어장이 형성되어 있는 시기에는 날씨만 허락한다면 매일 같이 이 같은 방식의 조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잡혀 올라오는 빨래판만한 광어 크기에 놀라 정신 없던 기자가 주변을 돌려보니 어느새 어둡던 밤바다는 모든 사물이 식별이 가능한 시간이 되었다. 저 멀리에서는 해가 그 얼굴을 내밀고 있다.

잡혀 올라온 아구가 입을 한껏 벌린채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어쨓든 이 아구는 사진모델이 된 댓가로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기자가 이 선장 부부의 허락을 받아 방생했기 때문
 잡혀 올라온 아구가 입을 한껏 벌린채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어쨓든 이 아구는 사진모델이 된 댓가로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기자가 이 선장 부부의 허락을 받아 방생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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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만한 '괴물'광어가 바글 바글 

두번째 그물 부터는 좀 더 놀라운 광경이 목격되었다. 계속해서 돌아가던 배앞쪽에 설치되어 있어 그물을 끌어올리는 기계 권선기를 이용해 뱃머리에서 그물을 끌어 올리며 앞을 주시하던 이 선장이 손을 빙빙 돌려 표시하자 부인 이씨는 곧 바로 권선기를 멈췄다.

이 선장이 손으로 그물을 들어 올린다. 뒤 이어 나타난 것은 다름아닌 괴물 광어다. 괴물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횟집 수족관에서 노닐고 있는 작은 양식광어 비해서는 유치원생과 격투기 선수 최홍만 선수와의 체급 차이를 상상하면 될듯 했다.

미터급이 넘는 괴물 광어는 그 한마리가 전부가 아니었다. 나머지 여섯틀을 걷어내고 대충 헤아려보니 대여섯마리. 크기는 1미터가 넘는것도 있는 것 같다. 몸무게가 10여 kg를 훌쩍넘는 놈도 있는 것 같으니 괴물급 광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했다.

잡은 광어가 많아 물칸이 부족한 듯 한칸에 더 물을 채워 광어를 넣었는데 이 선장은 광어 조업을 마친 후 물칸속의 고기를 헤아리더니 오늘 잡은 광어가 100kg 넘는 것 같다며 만족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광어는 오후에 도매업자가 전량을 받아 간다고 했다. 킬로당 만원을 쳐준다고 하니 100kg면 100만원이다.

시간은 이제 겨우 9시 30분 남짓이다. 잠시 쉬면서 두 부부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제 거친 조업은 끝났다며 오후 1시 까지는 놀다가 가자는 제안이다.

광어 조업은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그물을 끌어올리고 광어를 따내는 것은 쉬웠지만 문제는 그물을 손질하는게 쉽지 않았기 때문. 특히 죽은 물고기와 불가사리를 떼어내는 작업이 꽤 어려웠다.

죽은 각종 물고기는 그물에 걸린채 역한 냄새를 풍기며 썩어 있었는데 이걸 제거하는게 쉽지 않았다.

'병어'는 더 풍요롭게 잡히고...."서해 앞바다에는 병어가 퍼득거려요"

광어 그물과 병어 그물은 달랐다. 병어 그물은 길이는 같지만 그 폭이 훨씬 넓었다. 4미터가 남짓되는 것 같다. 또한 병어는 그물을 깐 후 30여분 후에 걷고 또 다시 까는 방식으로 조업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어장을 조금 이동해 그물을 깔기 시작했다. 그물 길이는 250미터 남짓이다. 그물은 조류를 따라서 계속해서 흘러가니 그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주시 하면서 새벽부터 시작해 분부하던 이 선장 부부도 뱃전에 앉아 한가한 시간을 갖는다.

2kg 남짓되는 광어를 썰어 놓고 기자는 고픈 배를 달랬다. 이 선장 부부는 회를 즐겨하지 않는다고 하니 썰어놓은 광어는 몽땅 기자의 입으로 들어갈 수 밖에.

숫게도 몇 마리 삶아서 내온다. 이들 부부는 삶은 게를 간식으로 먹는 셈이다. 이 선장은 연안자망으로 잡는 꽃게가 맛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어법으로 잡는 꽃게는 스트레스를 덜 받아 맛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기관 선장. 그는 오이도에서 자시 고기배를 몰기 시작한게 10년쯤 되었다고 했다. 오이도에 태어나고 자랐던 그는 회사생활을 하다가 다시 고기를 잡는 어부가 되었던 것.
 이기관 선장. 그는 오이도에서 자시 고기배를 몰기 시작한게 10년쯤 되었다고 했다. 오이도에 태어나고 자랐던 그는 회사생활을 하다가 다시 고기를 잡는 어부가 되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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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꽃게가 그물에 걸린 후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꽃게는 모래바닥층을 파고 들어가 있음으로 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연안자망에 잡힌 꽃게의 경우, 그물에 걸린 후 그물을 걷어내기 전까지 거센 해류에 시달리며 서서히 죽어가는 연안자망잡이 꽃게들에 비해 스트레스 강도가 훨씬 덜하다는 것이다.

그런 설명을 떠나서 삶은 숫게는 정말 달았다.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는 더 없는 간식감이이었다.

봄철에는 암컷 꽃게는 가격이 킬로에 3만원 남짓이지만 숫게는 훨씬 싼 가격에 거래되기에 이들 부부는 광어 조업과정에서 손님고기로 3kg남짓 잡힌 암꽃게는 시장에 내다 팔기위해 물칸에 넣어놓고.

숫게를 몇마리 꺼내 삶아서 거친 조업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는 것이다.

간식시간을 가진 후 걷어내는 병어 그물에 기자는 기대반 호기심을 가진채 그물이 뱃전에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 부인 이씨는 어제 조업에서는 30마리 남짓을 잡아 선창가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직접 썰어서 팔아 40여만원 수입을 올렸다며 귀뜸을 한다.

또 그는 병어는 이제부터 어장이 형성되고 있어 7월 초까지는 성어기를 맞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보통 한번 그물질에 4~5마리 정도 올라오면 성공이라고 한다.

첫번째 내렸던 그물을 걷어 올리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병어가 줄줄이 올라온다. 이 선장의 입에서도 "장난이 아닌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숫자를 헤아리기 시작했는데 병어를 따내는데 열중하다보니 그 숫자 헤아린 것을 잊어 먹었다. 하지만 첫번째 그물에서 잡은 병어만 50마리가 넘는것 같다.  단 한번 조업에 어제 어획을 훌쩍 넘는 병어를 잡았으니 대성공인셈.

병어는 성질이 급해서 잡힌지 얼마 안되어 죽는 관계로 횟집 수족관에서는 살아있는 병어를 볼 수 없다. 보통 생선의 경우 -치로 끝나는 생선의 경우 성질이 무척 급해 활어를 보기는 어렵다.

-치로 끝나는 생선의 경우 단백질이 많아 부패속도도 빠르지만 싱싱할때는 상대적으로 다른 물고기 보다도 조림을 해도 회로 먹어도 그 씹는 맛이나 고소함이 훨씬 뛰어난게 보통이다.

갈치. 삼치. 멸치. 꽁치 등이 -치가 들어가는 대표적인 생선이 바로 그것. 병어도 남도 쪽에서는 병치라고 부른다. -치 자 생선인셈. 성질이 급한 만큼이나 그 맛이 뛰어나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횟감중에서는 병어를 참돔 보다도 더 높게 그 맛을 친다. 싱싱한 병어는 조림으로 먹어도 그만이지만 횟감으로서도 으뜸이다.

병어 그물은 세시간 남짓동안 계속해서 네번을 더 담궜다. 마지막에는 두틀을 한꺼번에 넣기도 했다. 세시간 남짓 동안의 조업에서 잡힌 병어가 200마리가 넘는 것 같다. 크기도 대부분 500g넘는 통통하게 살이 찐 실한 놈들이다.

병어는 도매가가 1kg에 2만원이 넘으니 아침 일찍 잡은 광어 보다도 병어의 어획고가 훨씬 많은셈이다. 쉽게 말하면 병어 한마리가 곧 만원짜리 한장 인것. 

병어 그물을 내려놓은 후 잠깐 동안의 한가한 시간을 갖고 있는 이 선장 부부
 병어 그물을 내려놓은 후 잠깐 동안의 한가한 시간을 갖고 있는 이 선장 부부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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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장의 애로사항은.. "현장에 맞는 어업지도를 해달라"

병어 그물을 내린 후 짬짬이 쉬는 시간에 이 선장 내외와 꽤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서해 앞바다를 생계터로 삼고 살아가는 어부들의 애환인셈. 이 선장은 가장 큰 애로사항을 해경이 현지사정과는 전혀 동 떨어진 단속을 계속하고 있다며 애로사항을 말했다.

그는 지난 초봄무렵 안양초등학교생 실종사건 당시 사체의 일부가 발견되었던 하천을 수색하기 위해 시화호 물을 과도하게 빼는 바람에 열흘남짓 조업을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한참 잡히던 쭈꾸미가 물을 빼니까 그 자취를 감춰 한동안 애로를 겪었다는 것. 그는 계속해서 가을철 대하잡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시화조력발전소가 건설 된 후 문제도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지역의 경우 한시적으로 삼중그물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즉 가을 대하철에는 충남 해경에서는 지역 어민들에게 대하잡이를 위해 두달여 동안 조업기간중에는 이를 잡기 위한 삼중그물로 잡는 것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것.

하지만 이와 반해 인천해경에서는 이 같은 현실적 조업과 맞는 어업을 전혀 허용해 주지 않아 대하를 만족스럽게 잡지 못하게 함은 물론, 삼중그물외에는 잡히지 않는 대하를 잡기 위해 어민들이 삼중그물을 사용하게되면 벌금만 때리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말했다.

어민들이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얼마만큼이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공무원들은 전혀 헤아리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그는 꽃게를 예를 들기도 했다. 실제 인천 앞바다의 경우 꽃게는 6월 중순경이면 암게는 알이 차는 관계로 금어기가 6월 중순경 시작해 8월 중순경에는 마쳐져야 하지만 금어기가 일률적으로 7월 8월로 정해져 있어 실제 어업현장과는 동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즉 꽃게 금어기의 경우에도 지역에 맞춰 금어기를 설정해야 맞는 것이지 전국적으로 일괄적으로 지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특이했던것은 기름값 상승으로 인한 타격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하루조업에 휘발유가 약 7~80리터 가량 소요되지만 리터당 1000원 남짓의 면세유인 관계로 어획양에 비해서는 부담이 덜한듯 했다.

31일 조업현장인 인천 팔미도 전경
 31일 조업현장인 인천 팔미도 전경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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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는 도매업자에게 곧 바로 전량 팔리고... 병어는 '오이도 선착장'으로

오후 1시경 오늘의 조업을 마친 '오이도 2호'는 출발했던 시화방조제 중간 선착장으로 향했다. 두개의 물칸이 작아 뱃전에는 커다란 물통에 별도로 광어를 담았다. 물칸에 고기가 넘치다 보니 고기가 뱃전에까지 놓이게 된것.

손님 고기로 잡힌 제법 커다란 아귀를 비롯한 삼치 장대 등은 배 한켠에 검은 그물망으로 쌓여진채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었다.

바닷고기로서 전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아귀와 삼치의 굴욕(?)이라고 말해도 그 표현이 그리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오이도 2호'배는 LNG기지 앞 등을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 오후 들어 파도가 거의 없다보니 엔진이 낼 수 있는 최고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새벽참에는 괴기스럽게 들리던 엔진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저 멀리 잡히던 선착장이 어느새 손에 잡히듯이 다가오더니 어느새 배는 선착장 뱃머리에 배를 댄다.

선착장에는 도매상의 5톤 활어차가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요즘 잡히는 광어는 워낙 큰 관계로 관광객들을 상대로는 팔기 어렵기 때문에 도매상에게 잡힌 전량을 넘기는 것이다.

1미터가 훌쩍 넘는 '괴물'급 광어
 1미터가 훌쩍 넘는 '괴물'급 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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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을 상대로는 '병어'가 그 주요 판매어종이었다. 펄떡펄떡 살아있는 병어를 곧 바로 썰어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판매를 하는 것. 잠시 후에는 오이도에서 활어차가 또 한대 도착했다. 이 선장 부부는 병어가 하루전날처럼 소량이 잡혔으면 자신들이 직접 관광객들을 상대로 소매를 했겠지만 양이 너무 많아 도매상에게 이를 넘기기 위해서였다.

이 선장 부부가 잡은 병어는 오이도 수산센터로 옮겨져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병어 생각만 해도 기자는 군침이 돈다. 이 선장 부부가 잡은 병어는 오이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입맛을 돋굴터.

고유가로 어렵다는 말만 듣던 기자로서는 이들 부부의 오늘 하루 조업 결과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대충 헤아려 보니 광어가 100여만원 남짓 병어가 200여만원 남짓이다.

뭐 이런 맛에 그 힘든 어부의 일을 하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어쨓든 시흥의 어부들은 거친 바다와의 싸움에서 우리의 소중한 갯것들을 거둬들이고 있었다. 오이도는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 내려 버스로 불과 15분 거리에 있다.

고기를 한참 내리고 있는데 주변에 있던 관광객들이 몰려 들었다.
 고기를 한참 내리고 있는데 주변에 있던 관광객들이 몰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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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서 판매하는 살아있는 병어는 조금비싸고, 수산물 시장 A동 뒤켠에 가 보면 현지 어민들이 잡아온 물고기를 노상에 파는 소위 '다라이 아줌마'들에게 직접 사는게 싸다. 이 들은 남편이나 친척들이 직접 잡아온 각종 싱싱한 물고기를 이곳에서 팔기 때문이다.

평일 오후 4~5시는 넘어야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조금물때를 맞춰가면 더욱 풍성한 어시장을 구경할 수 있다. 살아있는 '병어'나 아침까지 서해 바다에서 노닐던 '아귀', '꽃게'를 사고 싶거든 평일 오후 바로 이곳으로 가면 될 찌니.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오이도, #광어, #병어, #꽃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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