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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백화점 앞을 가득 메운 3000여 명의 대구 시민들
 대구백화점 앞을 가득 메운 3000여 명의 대구 시민들
ⓒ 이승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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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협상 결과에 반대하는 대구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5월 31일 저녁 7시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대구경북 시도민 대책회의'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약 3000여 명에 가까운 시민이 모였다. 정부의 고시 강행 이후 두 번째 문화제다.

엄마 손을 잡고 와 촛불을 든 아이의 모습
 엄마 손을 잡고 와 촛불을 든 아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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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신들'도 촛불 문화제에 참가 했다.
 '어른신들'도 촛불 문화제에 참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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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에 아기를 데리고 온 주부, 아들은 손을 잡고 딸은 무등을 태운 부부, 흰머리 지긋한 할머니할아버지 등등 오늘 집회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는 시민들이 참가했다.

저녁 7시 모듬북 공연으로 시작된 문화제는 주최측이 준비한 갖가지 공연과 시민들의 자유발언을 번갈아 가며 진행됐다. 특히 자유발언에서는 여고생들의 당당함이 문화제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일부 어른들은) 왜 공부 안 하고 여기 왔냐 해요. 그리고 우리를 연예인 따라 나오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로 취급합니다. 왜 학생들은 사회문제를 어른들에게 맡겨놓아야만 하나요... 저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심정으로 여기 나왔습니다."

라고 자유발언에 나선 한 여고생의 말이다. 이어 다른 여고생의 "여기 나온 건 죄가 아닙니다. 저희는 당당합니다." "포기하지 맙시다"라는 발언이 스피커로 증폭돼 나오자, 문화제의 열기는 달아올랐다.

"고시철회, 협상무효"를 외치는 시민들
 "고시철회, 협상무효"를 외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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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 40대 남성은 "보수 언론이 학생들을 철부지라고 매도한다. (학생들은) 앞으로 민주사회의 일원으로서 성장해야 한다"면서 "선동도, 조종도, 돈 주는 사람도 없이 자발적으로 왔다"며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을 감싸주었다.

자유 발언을 하는 사람들의 말 하나 하나를 연단 밑의 시민들은 기꺼워하며 함성으로 응대했다.

시간이 지나며 참여하는 시민들은 계속 늘어갔다. 광장을 넘어 동성로 길까지 시민들로 가득했다. 8시 즈음, 주최측이 준비한 1500개의 초가 바닥났다.

한편, '정책반대 시민연대 대구경북모임'에서 자원봉사 나온 고등학생들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서명을 독려했다. "사랑한다 대한민국" 피켓을 든 여고생은 목이 쉬도록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서명을 권했다.

협상 반대 서명 중인 시민들
 협상 반대 서명 중인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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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나온 학생들은 문화제가 두 시간 가량 진행되는 동안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묵묵히 들었다. 뻐근한 허리를 두드리며 그렇게 거리에서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했다.

무엇보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 자체에 대한 여러 불만들이 시민들의 입에서 뜨겁게 터져 나왔다.

6살 아이를 둔 26살 남성은 "햄버거 하나 사먹으면서도 나중에 죽는 것이 아닌지 걱정한다"며 "장관을 꼬리 자르듯 자르지 말고, 대통령이 책임지고 나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다른 사람은 "1%를 위한 (이명박의) 자상함(?)"이라고 비꼬며 "(지금)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한 때입니다"라며 더 많은 시민의 참여를 바랐다.

무대 양쪽 옆에는 포스트 잇 게시판이 설치되어, 글로서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기도 했다.

"너나 잘 먹어라" "미친소는 반대한다" "마음놓고 공부하고 싶어요"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마" "너부터 10년 간 먹어보고 아무 탈이 없으면 우리도 먹을게" "우리 부모님은 니 안 찍었다" "대통령을 하느님께 받치겠'읍'니다"  "공부할게 소 그만 수입해라" "경제 살리기 전에 국민을 살려라"

반월당을 행진하는 수천의 대구 시민들
 반월당을 행진하는 수천의 대구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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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20분에 공식 행사는 끝이 났다. 그리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선 시민들은 도로로 향해 9시 30분 한일극장 앞 도로로 진입했다. 9시 48분 삼덕 파출소를, 10시 10분 반월당을 지났다. "대구시민 함께해요" 구호를 외쳤고, 버스정류장과 인도에 모여있던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지나가는 버스 안 승객도 시민들의 행진해 호응해 주었다.

딸을 무등 태우면서 도로를 행진하는 아버지
 딸을 무등 태우면서 도로를 행진하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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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22분 아카데미 극장 앞에서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곧바로 대구백화점 쪽으로 진입하기를 유도하는 경찰과 곧장 가기를 원하는 시민들 사이에 작은 몸싸움이 있었지만 경찰은 이내 길을 터주었다. 충돌을 피하려는 경찰의 모습이 읽혔다.

한일극장 앞에서 연좌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민들
 한일극장 앞에서 연좌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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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30분, 다시 한일극장 앞까지 온 시위대 선두에서 잠시 언성이 높아졌다. '우측으로 돌려 대구백화점으로 가자'는 의견과 '계속 직진하자'는 의견이 맞섰다. 10여 분이 지나 시위대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이내 2.28공원 앞에서 시민과 전경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이 인도를 막았기 때문이다.

인도를 가로막다가 행진하는 시민들에게 둘러싸인 경찰들
 인도를 가로막다가 행진하는 시민들에게 둘러싸인 경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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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부터 300여 명의 시민들은 거리에 앉아 0시 15분 현재까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집회의 여열은 자정을 넘어서도 이어졌다.

2. 28 공원 앞에서 경찰에 가로막힌 채, 자정이 넘도록 인도에 앉아 촛불 문화제를 즐기는시민들
 2. 28 공원 앞에서 경찰에 가로막힌 채, 자정이 넘도록 인도에 앉아 촛불 문화제를 즐기는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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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대구 촛불 문화제 동영상
ⓒ 장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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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쇠고기 협상, #이명박, #협상반대, #촛불 문화제 ,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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