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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소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아레나의 중앙에서 새빨간 천을 흔들어대는 투우사를 향해 미친소가 달려든다. 기어이 장관고시를 강행한 이명박 정권의 행태가 빨간 천에 흥분해 돌진하는 투우와 닮았다. 소는 이미 상당한 피를 흘리고 있으나 이제 누구도 죽음의 질주를 멈출 수가 없다.

 

청계 아레나에서 벌어지는 미친소 혈투

 

투우의 진행은 서막과 1, 2, 3막으로 나뉜다. 싸움에서 늘 투우사가 이기는 것만은 아니다. 투우사가 부상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는 일도 있다. 서막에서는, 3명의 보조 투우사들이 소를 향해 빨간 천을 흔들며 탐색전을 벌인다.

 

이어서 제1막에서는, ‘피카도르’(picador: 찌르는 기사)가 말을 타고 돌며 소의 숨골을 창으로 찌른다. 소는 등이 아플수록 더욱 덤비는데, 이 때 피카도르가 너무 많이 찌르면 청중들이 야유를 한다. 소가 힘이 빠져버리면 본 경기가 시작될 때 힘을 못 쓰기 때문이다.

 

미친소 항쟁을 투우 경기에 빗대어 말하자면, 지난 4월 말경의 온라인상의 사이버 민란은 탐색전의 성격을 띤 서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청계광장에서 열린 초기의 촛불문화제는 제1막에 해당하며, 10대 중고등학생 여학생들이 피카도르로 활약하였다.

 

마타도어(괴담)의 어원은 마타도르(투우사)

- 국민을 마타도어라 탄압한 미친소 정권, 마타도르의 칼을 받다

 

제2막에서는, ‘반데릴레로’ (banderillero: 깃대를 꽂는 기사) 가 나온다. 그는 양손에 깃대를 들고 맨몸으로 투우를 부르며, 정면에서 달려오는 투우의 등 양쪽에 깃대를 꽂는다. 5월 중순의 촛불집회와 가두시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참가자들이 10대에서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었다.

 

5·29 장관고시 강행으로, 이제 투우경기는 마지막 제 3막에 접어들었다. 조중동 등은 붉은 천을 흔드는 투우사를 향해 ‘좌빨(좌익빨갱이)’ 또는 ‘마타도어’ (괴담)라고 온갖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 때 이 날의 주역, ‘마타도르’(matador: 죽이는 기사)가 등장한다.

 

그는 빨간 무레타(muleta)로 투우를 흥분시켜 아슬아슬하게 피하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아레나의 열기가 절정에 달한 순간, 마타도르는 정면에서 돌진해 오는 소의 심장을 향해 예리한 검을 찌른다. 이때 단 한 번의 정확한 칼끝으로 날뛰는 미친소를 절명시켜야 뛰어난 투우사로 성공할 수 있다.

 

21세기 한국형 매카시즘의 메커니즘

 

촛불 든 국민은 투우사다. 촛불은 투우사가 흔드는 빨간 무레타다. 이명박 정권은 촛불을 향해 달려드는 투우다. 그런데 소는 색맹이라 한다. 빨간 색을 보지 못한다. 흔들리는 천을 향해 덤벼드는 것일 뿐이다. 무레타가 빨간 이유는 투우가 아니고 관중을 흥분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결국 투우는, 존재하지도 않는 좌빨을 향해 덤벼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무레타를 보고 뛰어드는 이명박 정권의 실제 문제는 좌우(적청)의 이념대립이 아니라 흑백논리에 있다. 이들은 좌우대립을 날조해 정권을 유지 강화한 유신 오공 독재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좌빨이 사라졌음에도 이분법적인 사고유형은 그대로 남아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활보하는 매카시즘의 메커니즘은 상당히 복잡하다. 문제는, 내용은 없고 형식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바라보는 세계가 좌우대립구도로 짜여 있다고 믿고 있다. 절차만이 남았다는 의미에서 스노비즘(snobbism)의 일종이다.

 

아니 실제로는 이들 역시 이런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권력장악과 독점을 위해 위장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좌빨이라 매도하면서 내심으로는 누구도 좌빨이라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시니시즘(cynicism)의 성향을 띤다.

 

어느 쪽이 실체일까? 정상적인 지능을 가진 인간이라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매카시즘(McCarthyism) 선풍을 일으켜 권력을 움켜쥔 매카시(Joseph R. McCarthy) 본인도 그랬다. 결국에 그의 색깔론은 거의가 거짓으로 드러났고 정적을 공격하기 위해 매카시즘을 선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미국에서 매카시즘은 급속히 약화되었다.

 

좌빨지옥 우파천국 - '이명박 혁명'의 끝은? 

 

그러나 뉴라이트 집단은 이념 싸움을 더욱 강화하라고 절규한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사회 곳곳에 찌든 좌빨색을 모조리 제거하라고 한다. 6.15, 10.4 등 김대중 노무현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태도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기어이 '좌빨지옥 우파천국'의 '이명박 혁명'을 이루고자 말겠다는 태세다.

 

이토록 좌빨의 적출에 매진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매카시즘이 단순히 스노비즘이나 시니시즘만은 아닐 수도 있다. 스스로 좌우 이념대립을 얼마만큼 사실로 인식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런 '좌빨 타도' 슬로건의 반복이 점차 자신의 사고를 규정해 간다는 점이다. 일종의 자기 암시다.

 

이명박, 조중동, 뉴라이트, 한나라당이 자신의 이러한 정신적인 병리현상을 자각하고 노선을 수정하게 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설혹 자각하더라도 치유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자칫하면 이명박 대통령 5년 임기 내내 유사 미친소 사태가 확대 재생산될 수도 있다.

 

'좌빨타도'의 매카시즘 광풍이 국민의 저항을 잠재우고 이명박 혁명을 완수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명박 퇴진을 외치는 '미친소 혁명'이 대한민국의 뜨거운 6월의 역사에 보태지는 것일까?

 


태그:#매카시즘, #투우, #배후, #마타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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