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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동안 인터넷 활동을 접고 쉬다가(?) 나왔습니다. 조금 있으면 석달이 됩니다. 그간 몸이 너무 갑작스럽게 안 좋아져서 한동안 입원해 병원 신세도 졌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등 여러가지 집안에 우환이 겹쳐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말하지 않아도 공감하리라고 믿고 싶습니다. 밀렸던 그간의 얘기는 뒤로 미루어 차차 하도록 할게요.

 

아직도 몸이 다 낫지 않아 부득이하게 함께 촛불을 밝히는 자리에는 나가지 못합니다. 그러나 마음은 함께 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우리집 촛불 집회'입니다. 유치하고 우습지만 아이와 함께 집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촛불을 모두 모아 마음을 담아 밝히기로 했습니다.

 

좋은 날에 큰 마음 먹고 쓰려고 아껴두었던 초부터 제과점에서 공짜로 받아다가 모셔둔 초까지 모두 태워 촛불을 밝힙니다.

 

아이에게 직접 촛불을 밝히라고 하면서 성냥을 쥐어 주었습니다. 평소 위험해서 하지 말라고 말렸던 일을 하라고 하니 참 좋아하네요. 이 점화의 의미를 알지 모를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먼 훗날 보여주려구요.

 

아쉽게도 제 아이는 이미 유모차를 탈 수 있는 나이도 지났고, 제 남편도 이미 예비군복을 입을 나이를 넘어섰습니다. 그렇다고 광화문에 나갈 형편도 안 되는군요. 참 속상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집에서 촛불을 밝히면서 마음을 함께 모으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비록 함께 있을 수는 없지만, 비록 한 곳에서 목소리를 모을 수는 없지만, 그리고 극한 상황에서 '우리'를 지켜낼 힘도 없지만, 마음만은 함께 한다는 것을 보이며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그런 진심으로 아이와 함께 불을 밝힙니다.

 

한동안 가꿔왔던 블로그 문을 닫은 채, 얼마 전부터는 답답한 마음에 '양초 그림'을 복사해 넣어 살짝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몰래 나혼자 촛불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석달 동안 잠수했다가 갑자기 쑥 나타나서 촛불 시위한다고 나서는 것이 너무 내키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조금 부끄럽고 처지가 난처해지는 것은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제 글과 사진을 보러 오신 분들에게라도 마음을 전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서 있는 초 없는 초 모아다가 불을 붙이고 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제대로 보수도 하지 않고 단장도 하지 않은 채 허겁지겁 촛불사진으로 블로그 문을 다시금 조심스럽게 연 아줌마의 진심이 마음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남은 몇 개의 초에도 이어 불을 밝힙니다.

 

오늘밤에도 내일밤에도, 거리에서 찬 바람 맞으며 애쓰는 분들, 그분들의 행진이 끝날 때까지 이 촛불들이 계속 타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광화문, 시청 앞에 오늘 당장 나가지는 못해도 촛불 시위가 계속되는 그 날까지 매일 저녁 저희집 식탁에 작은 촛불을 밝혀두겠습니다.

 

"우리집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요리를 들려주는 여자 http://blog.empas.com/happymc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촛불시위, #촛불집회, #우리집 촛불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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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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