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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동안 봄이 되면 해마다 찾아오는 귀한 손님 제비가족 전북 부안군 서해의 위도 섬 작은 어촌에 있는 한 음식점에 8년째 찾아오는 제비가족들은 음식점 안 천장에 집을 짓고 새끼를 친다. 올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제비가족이 집 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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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배배, 재잘재잘, 지지배배 재잘재잘."

어라! 이게 뭔 소리여?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소리지만 그래도 귀에 익은 정다운 목소리에 모두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음식점 안 천장이었다.

제비 두 마리가 재잘거리고 있었다. 녀석들은 언제 날아들어 왔는지 아침을 먹고 있는 음식점 천장 우리들의 머리 위에서 마주 보고 앉아 재잘거리고 있었다.

"우와! 저 녀석들 제비 아니야? 참 이게 언제 보았던 제비들이야. 그런데 어떻게 음식점 안으로 들어와 천장에 앉아서 재잘거리지?"

음식점 출입문이 열려 있었다. 제비가족은 열린 문으로 날아들어 손님들이 음식을 먹는 식탁 위의 천장에 가로지른 철제 구조물에 앉아 있었다.

식당 안 천장 형광등 위에 앉은 제비
 식당 안 천장 형광등 위에 앉은 제비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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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의 모습과 재잘거리는 소리를 담으려고 카메라를 꺼내들자 녀석들의 재잘거리던 소리가 갑자기 뚝 그친다. 제비들이 긴장하는 것 같았다. 내 카메라를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녀석들이 파르르 밖으로 날아나갔다. 무척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날아간 녀석들은 금방 다시 날아 들어왔다. 천장에 앉은 녀석들은 여전히 지지배배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꺼냈다. 순간 녀석들의 재잘거리던 소리가 다시 뚝 끊겼다. 역시 녀석들은 카메라를 의식하는 것이었다.

날아왔다가 카메라를 꺼내면 다시 날아가고, 이렇게 몇 번 반복되자 제비들도 카메라에 조금은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날아가진 않았지만 재잘거리지는 않는다. 여전히 카메라가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카메라에 민감한 제비가족

지난 4월 29일 전북 부안의 고슴도치 섬 위도의 망월봉과 몇 개의 산들을 등산하고 돌아오려다가 안개 때문에 배가 뜨지 못하는 바람에 하루를 더 묵게 되었다. 우리 일행들 30여명이 묵은 곳이 깊은금 마을의 통나무 별장이었다.

위도 어촌풍경
 위도 어촌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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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별장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에 일어나 친구들 3명과 함께 별장 아래에 있는 식당 '그곳에 가면'을 찾은 시간이 아침 7시쯤이었다. 식탁에 앉아 몇 숟갈 밥을 뜨고 있을 때 제비 두 마리가 날아들어 천장에 앉아서 재잘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렵사리 몇 컷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주인을 찾았다. 안방에 있던 주인 신영(52)씨가 무슨 일이냐는 듯 엉거주춤 나를 맞았다. 문을 빙긋이 반쯤 열고 서 있는 그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저 제비들은 언제부터 저렇게 식당 안 천장에 집을 짓고 살게 되었습니까?"
"제가 이 식당을 시작한 지가 8년 되었으니까, 8년째입니다."

식당 주인 신영씨는 8년 전에 이 식당을 시작했는데 그 해 봄에 한 쌍의 제비가 식당 안으로 날아들더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제비들은 식당 천장을 가로지른 철제 구조물의 안쪽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주인 내외는 그대로 방치했다. 본래부터 제비는 사람들이 사는 집의 대청마루나 툇마루 들보위에 집을 짓고 새끼를 치는 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8년 단골손님 제비들이 해마다 찾아오는 음식점
 8년 단골손님 제비들이 해마다 찾아오는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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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 오면 8년 단골손님이 기다려져요"

알을 품은 지 얼마 후에 새끼 다섯 마리가 태어났다. 제비부부는 열심히 먹이를 날라 새끼들을 먹였다. 그런데 제비 집이 식당 안 식탁 위여서 문제가 생겼다. 새끼들이 똥을 싸면 손님들의 식탁이나 머리 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손님들은 제비들이 귀여워서인지 대개 이해해 주었다. 그렇지만 식당 주인으로서는 여간 민망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제비집 밑에 제법 넓적한 송판을 받쳐주어 문제를 해결 할 수밖에 없었다.

봄부터 초가을까지 제비들이 살고 있는 동안 식당문은 항상 열어 놓아야 했다. 문을 모두 닫아버리면 제비들이 드나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첫 해 새끼 다섯 마리를 키워 가을에 떠난 제비들은 이듬해 봄에 다시 찾아왔다. 이렇게 해마다 잊지 않고 찾아온 것이 올 봄으로 벌써 8년째라는 것이다.

"어찌 반갑지 않겠습니까?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언제 즘 제비들이 찾아올까 기다려지는 걸요."

해마다 찾아오는 제비들이 혹시 반갑지 않고 귀찮은 것은 아니냐고 묻자 신영씨가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뛴다. 제비들은 봄부터 초가을까지 이들의 가족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바닷가 언덕 위의 마늘밭과 유채꽃
 바닷가 언덕 위의 마늘밭과 유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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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도 아닐 것이다. 제비는 새들 중에서도 항상 사람들 가까이에서 생활하는 새인데다 사람들은 제비를 길조라고 귀여워하기 때문이다. 허균이 쓴 소설 <홍길동전>에서 이상향으로 그려진 율도국의 모델이 바로 이 위도라는 말이 있다.

인심 좋고 기후도 좋은 섬마을은 제비가족들에게도 역시 살기 좋은 고장인 모양이었다.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오자 봄날의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식당에 손님들은 보이지 않고 제비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만 가득하다.

참 귀여운 철새 제비들로 인해 정답고 싱그러운 아침이었다. 바닷가 언덕 위에는 샛노란 모습으로 곱게 핀 유채꽃과 함께 노인들이 정성들여 가꾼 마늘밭이 풋풋한  모습이었다.


태그:#이승철, #제비가족, #해마다, #귀한 손님, #지지배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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