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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감아도는 창장(長江)을 따라 충칭(重慶) 의 현대식 건물들이 솟아 있다.
▲ 영화 속 충칭(重慶)의 모습(스크린 화면캡쳐) 휘감아도는 창장(長江)을 따라 충칭(重慶) 의 현대식 건물들이 솟아 있다.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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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계수 0.375가 말해주는 중국의 엄청난 빈부격차! 하층민은 지하에서 늘 위를 올려다보며 신분상승을 꿈꾸지만 헛된 욕망은 옥상에서 결국 추락하고 만다.

창장(長江)으로 흘러드는 물줄기처럼, 서부내륙의 가난한 사람들은 저마다의 꿈을 안고 충칭(重慶)으로 몰려든다. 물줄기는 흘러 고향 앞을 지나겠지만 그들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인구 3200만명, 면적 8.25만㎢의 거대도시 충칭은 서부 대개발의 전진기지로 1997년 3월 직할시로 승격된 이래 매년 10%의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며 급변하는 도시 중 하나다. 충칭을 감싸고도는 창장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탐욕과 신분상승의 음모들이 거센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며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1월말 한국에서 개봉한 장이빠이(張一白) 감독의 영화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好寄害死猫, 2006년작)>는 급변하는 현대 도시 충칭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파라다이스'라는 호화빌라 가정에서 일어나는 중국식 신분상승의 욕망과 탐욕과 음모와 좌절을 등장인물 다섯 명의 시선에 따라 감각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중국의 계층 문제를 적나라하게 까발리다

늘 아래에 서서 로즈부인이 사는 높은 곳을 올려다보는 펀떠우.
▲ 경비원 펀떠우 늘 아래에 서서 로즈부인이 사는 높은 곳을 올려다보는 펀떠우.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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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소녀 모모'에서 시작된다. 영화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에서 호기심 많은 고양이는 바로 사진사인 모모다. 그는 우연히 로즈부인의 남편인 존의 외도를 목격하게 되고 그가 사모하는 바오안(保安, 경비원)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준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회장 딸과 결혼한 존은 부인인 로즈를 만나기 전에 사랑했던 여인 샤론과 헤어지기 위해 20만위안(우리돈 2천만원)을 건네지만 샤론은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 그리고 매일 그를 만나고 싶어서 그의 집 1층 로비에 존이 준 돈으로 네일숍을 차려놓고 그의 곁을 맴돌며 그를 유혹한다.

축첩문화 혹은 혼외정사를 다룬 평범한 영화라고 치부할 즈음, 영화의 포커스는 경비원 펀떠우(奮鬪)와 부인 로즈에 맞춰지며 반전이 시작되고 드디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며 중국의 빈부, 계층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놓는다.

모모 : "정말 아름답죠? 지금까지 안에 들어가 본적 있나요?"
펀떠우 : "가끔 배달하거나 무거운 짐을 옮길 때 들어가죠. 오랫동안 머무르진 않죠. 경비원의 규칙이니까요."
모모 : "전 자주 들어가요. 그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죠. 파티에 초대받은 적도 있고요. 당신은 상상도 못할 일이죠."
펀떠우 : "당신은 정말 호기심이 많군요. 그들은 그들만의 생활이 있고 우리에겐 우리들의 생활이 있어요."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신분상승의 '욕망'

붉은 '욕망의 소파' 위에 앉은 존과 샤론.
▲ 존과 샤론 붉은 '욕망의 소파' 위에 앉은 존과 샤론.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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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경비원 펀떠우는 지하 숙소에 산다. 하지만 경비 일을 할 땐 가끔 짐을 들고 호화저택에 올라가기도 한다. 그런데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로즈부인은 복수를 위해 돈을 주고 그를 고용하고, 그는 로즈부인을 도와 옥상에서 붉은 페인트를 쏟아 붓는다.

로즈부인의 복수를 위한 공범자가 된 펀떠우는 당당하게 로즈부인에게 커피를 타 달라고 요구하고 처음으로 그녀와 평등하게 마주앉아 커피를 마신다. 티스푼으로 커피를 떠먹는 펀떠우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로즈를 통해 두 사람의 문화적 격차를 느낄 수 있다.

결국 펀떠우는 많은 돈을 세어보고 처음으로 그녀와 마주앉아보기도 하고, 가끔 그녀 머리 위에 올라서기도 하지만 결국 그녀의 작은 소모품으로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다. 늘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올려다보며 상류사회를 동경하던 펀떠우! 지하에서 옥상까지 올랐던 그릇된 현실타협과 헛된 신분상승의 욕망은 결국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남편의 불륜을 조용하면서도 주도면밀하게 응징해 나가는 로즈부인은 그야말로 '얌전한 고양이'이고 또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장미'인 셈이다. 펀떠우를 돈으로 매수하여 남편 스스로 내연녀를 살해하도록 만들고 자신의 안락을 위해 결국 펀떠우마저 죽음으로 내몬다. 오를 수 없는 나무에 매달려 신분상승을 꿈꾸었던 그의 남편 존과 경비원 펀떠우는 처참한 파멸을 맞는다.

중국사회 가장 민감한 빈부격차를 건드리는 영화

함께 커피를 마시지만 펀떠우는 티스푼으로 커피를 떠서 먹고 있다.
▲ 로즈부인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펀떠우 함께 커피를 마시지만 펀떠우는 티스푼으로 커피를 떠서 먹고 있다.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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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요크 앤 랭커스터 장미가 요크가의 흰색과 랭커스터가의 빨간색, 두색이 하나로 합쳐졌지만 흰색 아니면 빨간색 한 색으로만 꽃을 피우는 것처럼 자신 이외의 어떤 사랑도 용납할 수 없고 자신의 계급이 아닌 어떤 계급과도 최종적으로 하나 될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펀떠우가 아이를 유괴했다고 생각하고 사랑보다 정의를 위해 110에 전화를 하는 모모, 로즈와 입을 맞추면서 사랑하는 모모의 발자국소리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자신을 이용하는 로즈의 아이를 다시 엄마 품으로 되돌려주는 펀떠우는 여전히 선량하다. 하지만 가난한 그들은 돈의 유혹에 약하고 철저히 이용당하다 내팽개쳐진다.

영화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잔잔하면서도 감각적인 음향과 흰색과 붉은색의 상징적인 대조 등을 통해 중국사회의 가장 민감한 빈부격차 문제를 툭툭 건드리고 있다. 거대한 성곽과도 같이 단단한 피라미드를 형성하고 있는 중국의 신분질서는 쉽게 허물어질 것 같지 않다. 충칭의 상류촌 파라다이스빌라는 창장의 뿌연 물안개 사이로 여전히 건재하다. 그리고 충칭의 화려한 불빛들은 수많은 하층민들의 희생과 신분상승의 욕망이 산산이 부서진 상처 위에서 여전히 반짝이고 있다.


태그:#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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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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