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도/네팔 이동경로, 스토리에 등장하는 지명을 중심으로 표시 (네팔 지도는 갈색으로 반전시켜 따로 확대해 표시했습니다.)
 인도/네팔 이동경로, 스토리에 등장하는 지명을 중심으로 표시 (네팔 지도는 갈색으로 반전시켜 따로 확대해 표시했습니다.)
ⓒ 김성국

관련사진보기



인도양 상공을 날아, 인도로 가는 중.
 인도양 상공을 날아, 인도로 가는 중.
ⓒ 김성국

관련사진보기



저희는 2002년 11월 한국을 떠났고, 2004년 9월 유라시아 대륙의 거의 서쪽 끝에 위치한 영국에 도착했습니다. 이후 저희는 영국의 수도 런던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인도/네팔을 여행했던 기간은 2003년 10월~2월까지고 비행기를 탔던 시기는 2003년 10월입니다. 혹 정보로써 이 글을 받아 들이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기자 주>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둘러본 1년간의 세월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시골을 포함한 이들 나라의 크고 작은 도시들을 거쳐 오며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환경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많은 다른 삶의 형태를 접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내안에 자리 잡고 있던 세상에 대한 무지와 편견들은 여지없이 깨어져 나갔다.

이제는 그나마 익숙했던 아시아 문화권을 떠나 인도·중동·유럽 문화권으로 들어갈 것이다. 분명 지금까지와는 많이 다른 인종적·문화적 충격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가슴 떨리는 설레임이 우릴 등 떠밀고 있다. 어서 인도양을 건너라고…." - <국이랑 영아의 자전거 세계 여행 1>(중국 동남아시아 편) 에필로그 중

너무 인정에 이끌렸을까? 기다리고 있던 인연 때문에 태국에 너무 오래 머무른 것 같다. 우리는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드디어 인도로 출발하기로 했다. 어릴 때도 그렇고 자라서도 그렇지만, 인도에 대한 건 혼란스럽고 단순한 기억뿐이었다.

여인들의 사리, 힌두교의 전통에 따라 소를 신성시하는 것, 별로 깨끗해 보이지 않는 갠지스 강에서 마시고 목욕하는 사람들, 카레, 가난과 함께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나라 등 단편적인 것들뿐이었다. 인도여행을 갔다 온 사람들도 가지각색이었다.

"좋았다 나빴다"처럼 단순하게 표현하는 사람을 포함해 저마다 다른 추억을 가지고 온 것 같았다. 어쨌든 또 다른 출발을 앞둔 우리는 낯선 세상에 대한 설렘과 약간의 걱정이 어우러져 복잡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인도로 가는 여정은 출발부터 만만치 않았다.

인도까지는 비행기로 가려한다. 자전거로는 몇 개월이 걸릴 거리를 인도양 상공을 날아, 단 4시간 만에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미얀마를 통해 방글라데시를 거쳐 인도로 들어가는 육로 이동은, 공식적으로는 불가능 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육로로 가려면 다시 중국을 거쳐 돌아가야 한다. 중국에서 시작해 동남아의 끝자락인 싱가포르까지는 모두 육로 이동이 가능했기에 이번 여행 중에는 처음으로 비행기를 이용하게 되는 구간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자전거를 비행기에 싣고 가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자전거를 분해해서 박스로 포장 하던지, 아니면 자전거 전용 가방에 넣던지 둘 중 한 가지 방법을 택해야 했다.

자전거를 비행기에 싣기 전, 분해해서 박스에 넣고 있는 모습.
▲ 자전거여행 자전거를 비행기에 싣기 전, 분해해서 박스에 넣고 있는 모습.
ⓒ 김성국

관련사진보기



인도행 비행기를 타기위해, 방콕(태국) 공항에서 대기중
▲ 자전거여행 인도행 비행기를 타기위해, 방콕(태국) 공항에서 대기중
ⓒ 김성국

관련사진보기



우리는 여러 루트를 통해 알아본 경험자들의 조언에 따라 자전거를 분해해서 박스에 담아 가기로 했다. 박스 때문인지 짐이 만만치 않았지만, 게스트 하우스 차량에 이어 공항버스로 이동했기 때문에 공항까지 오는 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체크인 과정이었다. 수화물의 초과 무게 때문에 문제가 생겼고 거의 비싼 수수료를 물 뻔했다. 

개인 수화물의 무게가 초과될 경우, 초과 무게에 해당하는 상당히 비싼 수수료(Over Charge)를 물어야 하는데, 여러 경험자의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이런 경우를 모면하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1. 개인 수화물을 적게 가지고 오는 사람이나 일행을 찾아내서 함께 수화물을 보내는 방법.(단체나 일행의 경우 수화물 무게를 1인당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총인원에 총무게로 계산하기 때문에 간단한 짐만 가지고 탑승하는 승객이나 일행을 찾아서 양해를 구하고, 일행이라고 하면 무사통과 할 수 있다.)
2. 책임자를 찾아서 적절한 상황을 말하고 협조를 구하는 방법.(이 경우에는 친절하고 마음씨 좋은 항공사 직원을 만나야 가능한 방법이다.)
3. 일단 짐을 밀어 넣고 비행기 출발 시간까지 돈이 없다고 버티는 방법.(얼굴이 좀 두꺼워야 한다.)

자전거 때문에 수화물 무게가 개인 허용치를 넘어서는걸 아는 우리로서는 수화물 무게를 측정하기 전에 단체 여행객이나 간단한 짐을 가지고 다니는 여행객을 찾아 사정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결과적으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수화물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른 채 낯선 우리를 그들의 일행으로 선뜻 받아줄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체크인을 해야 하는데 시간은 흘러가고 마냥 시간만 보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은 국이가 업무를 보는 한 무리의 태국 여자들(인디언 에어라인)에게 다가갔다.

"자전거의 경우에는 수화물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국제규약이 있는 걸로 아는데, 아시죠?" (예전에 행창 스님이 집필하신 자전거 여행 관련 책자에서 본 적이 있고 이후 인터넷에서 확인한 사항이었다.)

다행히 직원들 중 한 명의 여자가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인디언 에어라인에선 자전거 또한 개인 수화물로 취급해 다른 짐과 함께 무게를 측정한다는 틀에 박힌 대답을 해왔다. 마침 나타난 사람 좋아 보이는 매니저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일단 무게를 먼저 재보자는 결론이 났다.

결과는 18kg 초과다. 우리 얼굴이 굳어졌다. 잘못하다가는 한국 돈으로 10만원이 넘는 수수료를 물게 생겼다. 장기여행을 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큰 타격이자 지출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인도에서라면 2주일간의 식비로도 쓸 수 있을 만큼의 금액이다. 하지만 사람 좋은 이 직원은 이런 경우라도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 인디언 에어라인의 매니저가 나오면 다시 이야기해 보자고 했다.

희망이 보인다. 그런데 얼마 후, 도착한 인도인 매니저와 이야기를 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한참을 얘기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아서 좀 있으면 온다는 총책임자와 다시 얘기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20분 후 나타난 총책임자를 만났음에도 "수수료는 물어야 한다"로 결론이 떨어졌다.

인도인 총매니저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국이
 인도인 총매니저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국이
ⓒ 김성국

관련사진보기


비행기 시간은 다가오는데 협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수화물의 무게를 측정한 후 짐들은 이미 비행기로 들어갔으니 우리는 들은 이야기가 있기에 일단 시간을 끌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시간이 갈수록 항공사 직원들이 요구하는 수수료의 금액이 점점 내려간다는 것이다.

비행기 출발시간 30분 전쯤에는 그들이 요구하는 수수료가 우리 돈으로 2만원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결국 "그럼 오늘은 비행기를 탈 수 없겠군요. 조금 기다리시면 미리 넣어 놓았던 수화물이 다시 돌아 나올 겁니다. 내일 돈을 준비해 오셔서 비행기를 타셔야겠네요"라는 여직원의 마지막 협박이 이어졌다.

"어떡하지? 이거 진짜 못 가는 것 아냐? 어떡해?" 겁이 덜컥 난 영아의 말에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저들이 원하는 대로 돈을 내면 우습잖아. 정 안되면 비행기 연기하고 내일 가지 뭐" 겁없이 태평스런 국이의 대답이다.

어차피 계속해서 버티기로 들어간 상태라 끝까지 버텨보기로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막판 10분을 남기고 그들의 태도가 확 돌변했다는 것이다. 우리보다는 그들이 더 불안해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한번 넣어 놓은 짐을 비행기 출발 직전에 다시 돌려 빼는 게 그리 쉬운 일이겠어?"

이렇게 수군거리며 겉으로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을 하고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약  5분정도 더 우리의 눈치를 살피던 항공사 직원들이 우리 표와 여권을 가지고 와서는 슬그머니 건네며 얼른 비행기를 타러 가라고 등을 떠민다. 수수료 없이 말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추가 수수료를 전혀 물지 않은 채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런데, 수화물 무게가 초과 했으면서도 끝까지 수수료 물지 않으려고 했던 일이 잘한 건지 모르겠네. 영 좀 그렇다"

"안 물 수 있으면 안무는 게 낫지! 왜냐면 원래 이런 규정이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데 수화물의 무게가 초과할 경우, 안전 운행에 위험이 생길 수 있으므로 생겨난 거잖아!(이건 어디까지나 당시 우리의 상황을 스스로 합리화시키기 위해 생각했던 부분입니다.) 그걸 가지고 돈 벌려는 저들의 생각이 더 이상한 거 아냐? 봐. 어떤 사람은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타는데 거기서 빠지는 무게를 우리 거랑 상쇄하면 되는 거잖아? 그런데 저들은 그걸로 지금 돈 벌려고 눈 벌게서 달려들잖아.

봤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수료가 팍팍 내려가다, 아예 그냥 태워 주는 거. 어차피 결과는 이렇게 될 건데 선심 쓰면서 태워주면 좋았을 걸, 모양 빠지게 끝까지 협박하다가 안 될 것 같으니까 아랫사람 보내서 슬그머니 표와 여권 주면서 비행기 타라고 할 건 뭐냔 말이지? 어쨌든 성공이다"

미안한 어투의 국이 말에 영아는 열을 내며 대답을 했다. 여전히 마음이 개운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초과수수료를 다 낼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는 하늘로 떠올랐다. 힘들게 이륙했던 사실은 벌써 다 잊고,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에 호기심이 발동한 우리는 뜨고 내리는 비행기의 순간 속도를 GPS를 꺼내 확인해봤다. 보통 이륙하는 순간 비행기 속도는 400~500km/h 이고 어느 정도 비행기가 자리를 잡게 되면 시속700~800km/h 의 속도를 유지하는데 GPS 거리계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보니 1분에 10km씩 쫙쫙 빠지는 게 아닌가?

자전거 타는 것과는 게임이 안 되는구만.

암리차르(펀잡)의 황금사원에서 만난 순례 객들(시크교)
▲ 인도의 색 암리차르(펀잡)의 황금사원에서 만난 순례 객들(시크교)
ⓒ 김성국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2003년 10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자전거로 인도와 네팔, 파키스탄, 이란, 터키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국이랑 영아의 자전거로 가는 세상구경 - 긴 여정(이란,인도/네팔,터키편)- 은 작자의 홈페이지(http://www.bikeworldtravel.com/)와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그리고 SLR CLUB(http://www.slrclub.com/)에서 연재가 이루어 집니다. 오마뉴스는 매주 토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태그:#자전거여행, #국이랑영아, #인도여행, #김성국, #네팔여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