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형준이 떨어졌다.

 

박 후보는 지난 대통령 경선과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변인을 지냈고, 인수위에서는 기획조정분과위원으로 활동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중에 핵심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초선임에도 초선답지 않은 중량감이 느껴졌고 이 때문에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부산 수영은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던 곳이다. 모두가 재선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틈에 친박무소속연대의 김무성 후보가 버티고 선 남구의 거센 파도가 인접구인 수영을 서서히 덮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박형준 후보의 위기감은 지난 3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잘 드러난다.

 

박 후보는 "강재섭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의 부산 방문이 전혀 도움이 안됐다. 오히려 친박 바람을 부채질한 결과 밖에 안 됐다"며 당 지도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오늘부터 비상체제에 돌입한다고 했지만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그의 말에선 절박함도 뭍어났다.

 

왜 박형준이 떨어졌을까?

 

박형준 후보의 위기 의식은 현실로 드러났다. 개표 방송 후 저녁7시 30분쯤 캠프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지지자들과 악수를 청하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웃는게 웃는게 아니었다.

 

박형준 후보의 부인은 지지자의 위로에도 설움이 북받쳤는지 캠프 사무실 앞쪽으로 들어가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형준 후보는 왜 선거에서 패한 것일까? 캠프 관계자는 상대의 네거티브와 조직력을 꼽았다.

 

네거티브로 꼽는 '박풍'은 선거기간 내내 박형준 후보를 힘들게 했다. 박형준 후보측에서 '이명박도 2번, 박근혜도 2번, 박형준도 2번'을 내건 대형 걸개를 서둘러 내걸 정도로 박풍을 의식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여기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모임 '박사모'도 힘을 보탰다. 부산 수영을 대표적인 낙천운동 지역으로 손꼽았던 박사모는 박형준 후보 낙선에 나름대로 공을 세웠다고 볼 수 있다.특히 대통령  경선 당시 날선 공방의 전달자인 대변인으로의 임무를 수행했던 박형준 후보에게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은 앙금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친 이명박계 낙선자들 중 유독 박형준 후보의 낙선을 반기는 댓글이 박사모 게시판에서 자주 발견된 것도 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직력에서 밀려 떨어졌다는 박형준 캠프측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탄탄한 조직력은 한나라당 만한 곳이 없다.  더구나 선거 막판에는 중앙에서 지원된 인력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유재중 당선자는 "민심이 무서웠다"면서 "지역 국회의원이 지역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말로 박형준 후보의 패인을 에둘러 표현했다.

 

특히 유재중 당선자는 박형준 후보에 대해 "정치인은 IQ(지능지수)와  정책도 중요하지만 EQ(감성지수)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역민의 가슴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박형준 후보가 EQ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은 시의원과 구청장을 두루거친 지역밀착형 후보를 선택했다. 한나라당 간판만 걸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던 부산에서 무소속 후보가 그것도 정권의 실세를 눌렀다는 일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복당하겠다"는 유재중 당선자의 일성에서 드러나듯이 부산 수영구의 선거는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 박근혜를 대리전이었고, 한나라당과 한나라당의 대결이였던 셈이다.


태그:#박형준, #유재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