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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병이란 말은 없어져야 한다.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은 모두 생활습관병이다. 이 질환들은 나이가 들어 걸리는 자연스런 병이 아니라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걸리는 병이기 때문이다. 이들 3대 생활습관병은 이미 오래 전 사망원인의 50%를 넘어섰다. 요즘에는 연령을 초월하여 무차별하게 사람 목숨을 위협하고 앗아간다.

 

이들 3대 생활습관병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흔한 질병이 아니었다. 미국의 경우 20세기 초까진 10만 명 가운데 1명꼴로 당뇨병이 걸릴 정도였다. 지금은 그 발병률이 20명 가운데 1명이다. 피부색과 사는 곳은 다 달라도 오늘날 문명국들은 똑같이 생활습관병을 겪고 있다. 

 

왜 최근 1세기 이내에 생활습관병이 급격히 창궐했을까? 지난 1세기를 돌이켜보면 생활양식이 크게 변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이 식생활의 변화였는데 많은 학자들이 잘못된 식생활을 이유로 꼽는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은 가공식품 실체를 드러내며 생활습관병이 왜 걸리는지 충격을 주는 논픽션 정보서다.

 

제과업계 중견 간부였던 책 지은이 안병수는 어느 날 둘러보니 지인들이 하나같이 아프거나 한창 일 할 나이에 일찍 죽은 걸 새삼 깨닫는다. 자신의 건강악화를 느끼면서 문제점을 찾다가 가공제품 연구에 이른다. 가공식품의 폐해를 알게 되고 식생활을 바꾼다. 지은이는 현미밥이 좋은 것과 설탕 나쁘며 트랜스 지방이 암유발한다고는 알고 있지만, 자세히는 모르는 일반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쓴다.

 

제목만 보면 과자에 대한 비판이라고 짐작하기 쉬우나 지은이는 과자로 대표되는 가공제품 전반에 칼을 든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히트상품들, 라면과 초코파이, 바나나 우유, 껌과 아이스크림, 콜라, 햄소시지 등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한다. 익숙한 먹을거리인 만큼 그 유해성을 알고 나니 속이 안 좋다.

 

충격을 주고 호기심을 자극한 책은 가공식품에 들어있는 성분들, 설탕을 비롯한 정제당, 쇼트닝과 같은 나쁜 지방, 수백 종에 달하는 식품첨가물의 문제를 알린다. 지은이가 모은 자료들이 여러 연구 결과들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실려 있다.

 

지은이는 가공식품들이 체내에서 어떻게 대사되어 어떤 생리적 효과를 갖는지, 또 우리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쓰면서 정신건강까지 걱정한다. 현대 들어와서 폭증하는 잔인한 범죄들과 청소년들의 비행증가문제는 잘못된 식생활과 결부된 것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몇 년 전 사회를 경악시켰던 연쇄 살인범 거처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아이스크림 포장지들의 의미가 이제야 와 닿는다.

 

소비자는 왕이다. 그러나 왕대접을 받으려면 책임이 따른다. 임금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나라가 망하듯 소비자가 제품 상식에 무관심하면 시장이 망한다. 20세기에 일었던 식품 산업의 변화는 식품과 건강 측변에서는 재앙이었다. 여기에는 소비자의 무관심이 큰 몫을 했다.

 

이 책을 읽으면 지은이 말대로 '바뀌어야 한다'는 명제가 왜 그토록 절박한지 알 게 된다.  소비자가 바꾸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바꿀지'다. 지금 무엇을 먹는지 꼼꼼히 따지고 어떤 걸 먹을지 고민해야 한다. 직접 장바구니를 들고 나가보라.

 

이제까지의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메시지를 준다. 그것은 '인류의 식생활을 자연과 분리시키지 말라'다. 분리시킨 결과는 알다시피 생활습관병으로 고통 받는 우리의 몸이다. 19세기 철학자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의 경구를 되새겨 본다.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리다(you are what you eat)'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www.bookdail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2005)


태그:#가공식품, #안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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