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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대기업 회장들과 악수하고 있다.(자료사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대기업 회장들과 악수하고 있다.(자료사진)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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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주 안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인들과의 핫라인을 개통'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 대상자는 80명에 이르고 전경련 등의 경제 단체장들을 포함해 대기업 총수, 금융사 대표, 중소기업인 등이 청와대에서 부여한 핫라인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과 경제인들의 핫라인, 과연 잡음 없이 할 수 있을까?
 
경제인들과 핫라인을 설치하겠다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에 따른 선거 공약 중 하나였다. 그러하니 선거 공약을 실천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애초 경제인들과의 핫라인 설치를 두고 '나눠 먹고, 주고 받기 식'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아냥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 폭이 확대되어 중소기업인들이 다수 포함된다는 사실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인들과의 핫라인 설치를 바라보는 서민의 입장은 그리 편치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대통령과 경제인과의 만남이 단순한 경제 살리기의 일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감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핫라인은 이해관계에 놓인 국가와 국가 간에 혹여 생길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오해와 마찰로 인해 전쟁이나 불미스런 사고들을 미리 방지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사소한 마찰이 큰 문제로 비화하는 일을 막기 위해 당사자가 직접 직통 전화를 걸어 오해를 풀어주고, 이해받는 그런 형식이 핫라인의 도입 목적이다.
 
공식적인 핫라인은 아니었지만 정부 수립 이후 이승만, 박정희 독재, 전두환, 노태우 군사 정권을 거쳐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까지 비공식 핫라인은 늘 존재했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국민이 보는 경제인과 정치인과의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와 다르지 않다.
 
문제를 일으킨 정점엔 반드시 경제인과 정치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하니 이러저러한 일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 장본인들은 '돈을 주려는 경제인'과 '돈을 받으려는 정치인'들이었지 일반 서민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 비자금 사건에서도 드러나듯 기업은 돈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자 하는 것이고, 권력자들은 부끄럽게 받은 그 돈으로 기업의 보호막 역할을 했다. 서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공생 관계는 불법과 탈법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국민은 그간에 있었던 수많은 비리 사건을 소중한 경험으로 축적해놓은 것이다. 
 
사정이 그러한데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핫라인을 설치하겠다고 한다. 국민은 숱하게 진행되었거나 진행되고 있는 각종 비리 사건에 대해 아직 용서한 적이 없는데도 '짝짜꿍' 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부패지수가 2007년 기준으로 43위에 머물러 있는 것은 국민의 잘못이 아니라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만들어 놓은 불명예스러운 순위이다.
 
그런데 그 점에 대해 어느 누구 통렬한 반성이 없다. 오히려 국민에게 그 죄를 뒤집어씌우기도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반드시 실천하고 싶은 경제 살리기에 대한 충정은 국민들도 이해하리라고 본다. 그런데 문제를 푸는 과정은 어쩐지 석연치 않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경제 살리기냐'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 '서민 핫라인'없이 민심을 살필 수 있나?
 
다 좋다. 어떻게든 경제를 살려 보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런데 말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에는 경제 살리기를 통해 품고 가야 할 서민들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경제 운영에서 빠질 수 없는 경제인들과의 핫라인도 중요하지만 정작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핫라인이 없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한 사정은 중앙정부, 지방정부를 가리지 않는다. 
 
오르는 물가와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안고 살아가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지방정부에서도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과 핫라인을 구축해놓고 있지 서민들에겐 그런 혜택마저 주지 않는다. 힘없는 서민이 관청을 향해 목소리 높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이참에 이명박 정부에게 권한다. 경제인들과의 핫라인이 새로운 황태자 그룹으로 변질하지 않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은 이명박 정부가 고통받는 서민들의 삶에도 귀를 기울여 주길 희망하고 있다. 국민이 대한민국의 정치를 불신하는 것 중에는 선거철에는 온갓 고름 다 짜내 줄 것처럼 뻔질나게 드나들더만 막상 당선되면 '있는 것들끼리 논다'는 것이다.
 
이제 그런 정치는 그만 두어야 한다. 한없이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두 다리 뻗고 잠들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치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이번 핫라인 설치에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이 핫라인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면 지나친 기대감일까. 아니면 정신 나간 사람의 소리쯤으로 치부될 말인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라도 어느 섬 지역에 사는 어부의 삶을 직접 들어야 하고, 강원도 산비탈에 사는 젊은 농부의 애로사항을 직접 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듯 팔순된 시골 노인에게 전화 걸어 "진지는 드셨습니까?" 물어야 하고 "날이 추워 오는데 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라고 해야 한다.
 
할 일 많고 바쁜 대통령이 굳이 그런 일까지 해야 하냐고 묻는 철없는 사람에게 한마디 한다면 '그것이 민심을 살피는 길이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정치적인 쇼가 아닌 진정으로 백성을 품을 줄 아는 그런 대통령이 필요한 시점이기에 '서민 핫라인'을 강구해보길 권하는 것이다.  
 


태그:#핫라인, #서민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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