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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2월의 끝자락에 이사를 하였다. 만 10년에 두 달 빠지는 날을 살았던 정든 아파트를 떠나 이사를 하였다. 아, ‘정든’이 아니구나. 막판 몇 년은 정말 지긋지긋했다. 지긋지긋해 하면서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서 가구 배치 한 번씩 바꾸고 물건 하나씩 들이며 기분 전환하며 살았다.

 

또, 주어진 그 자체를 감사하지 못하고 방자하다 하늘이 노할까, 아니 그전에 내 양심이 항복하여 마음을 붙잡고 살았다. 좁다지만 이런 집 없는 사람도 많고, 이사 잘 못 가서 무서운 아래층 사람 만나면 그 낭패는 또 어이하고, 둘째가 어리니 살던 데서 쭉 사는 게…. 아프리카에서는 어쩌면 내 집이 장관 집 쯤 되는지도 몰라 등등 이사 못 갈 이유를 대자면 끝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저런 핑계도 ‘10년’을 이길 수는 없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하물며 내 마음쯤이야. 내 마음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 이사가 숙원(?) 사업이었다.

 

 

“엄마, 우리도 이사 가자.”

“어디로?”

“어디는 상관이 없다. 이 집을 떠나서라면 그 어디든 좋다. 무조건 가자.”

 

애나 어른이나 모두 한계상황이 온 것이었다. 때마침 봄이 되니 이웃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입주부터 내리 13년 산 누구는 어디로 가고, 역시 13년 산 누구는 또 어디로, 10년 산 누구는 마침 전보 발령이라 또 어디로 가고 등등 10년씩 함께 살던 이웃이 떠나니 내 마음도 들썩였다. 이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하면 또 한 해를 접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그래 가자. 일단 부동산부터 가보자. 마음 먹기 어려운 사람들은 시작이 곧 반인 즉 부동산에 집을 내 놓고 나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살던 아파트 너머로 모 임대아파트가 1차, 2차, 3차, 5차 수십 동이 지어져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눈에 확 들어왔다.

 

해서, 결혼하고 부터 살았던 79제곱미터 집을 세놓고 500미터쯤 떨어진 인근의 임대아파트 102제곱미터로 이사를 하였다. 마음 먹고 옮기니 이렇게 쉬운 것을 그동안 인내하며 산 세월이 야속하고 야속했다. 4년 전에 왔더라면 아니 2년 전에 왔더라면.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10년 동안 무탈하게 살게 해 주었던 전 집에 대한 의리도 없이 우리 가족은 새 집에 홀딱 넘어갔다.

 

좁으나마 ‘자가’를 살았기에 ‘임대’라는 말이 생소해서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막상 살리라 마음먹고, 또, 들어와 살아보니 세상에 임대아파트야말로 우리나라 주택 안정 정책의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걸 이제 알았냐구요? 아무튼 나는 이제 알았기에… 긁적긁적)

 

 

대한민국 아파트값 현주소? 내 아파트 값 현주소?

 

지난 <시사인>제 21, 22 설 합병호에서는 우리나라 최고가 아파트 값의 현주소를 1등부터 99등까지 등수까지 매겨가며 가격을 적시하였는데 세놓고 온 아파트값과 현재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 가격을 비교하려니 아예 비교 자체가 무색하였다.

 

나는 이 <시사인> 기사를 보기 전에는 서울 아파트 값이 비싸다 해도 이렇게 비싼 줄 꿈에도 몰랐다. ‘타워팰리스’라 하면 글쎄 한 10억쯤? 정도였다. 왜냐하면 한 친구가 105제곱미터의 아파트를 3억에 샀다고 했으니 그 두 배면 6억, 강남이니 더하기 3~4억? 정도로 생각했었다. 나랑 상관없는 일이니 부동산값 어쩌고 해도 관심도 없고 이해도 안 되었다.

 

결정적으로, 우리 집이 10년 동안 집값 변동이 전혀 없었기에 집값이 비싸도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 서울 집값이 하도 비싸서 내 집값 밝히기 쑥스러우나 79제곱미터 우리집값은 지난 10년간 줄곧 6000만원이었다. 그리고 이사 온 임대 아파트는 102제곱미터 6700만원이다. 

 

내 사정은 이러한데, <시사인>에서 밝힌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타워팰리스 1차 245제곱미터는 53억 6000만원이었다. 헉! 말로만 듣던 타워팰리스가 그렇게 비싼 줄이야. 몰랐다. 꿈에도 몰랐다.

 

비싸야 10억인가 했는데. 53억 6000만원은 도대체 우리 아파트값의 몇 배인가. 계산이 안 된다. 아, 계산 할 것도 없이 얼추 ‘90배’인가. 면적은 3배인데 가격은 90배라? 도대체 6000만원으로 타워팰리스 화장실 타일 몇 개나 붙일 수 있는지

 

<시사인>에 의하면 강남권 고가 아파트 1등은 245제곱미터에 53억6000만원이고 제일 낮은 99등은 145제곱미터에 20억5000만원이었다. 100제곱미터 차이에 가격은 33억이나 차이가 나다니. 3.3제곱미터(1평)에 1억씩 추가되는 꼴이다.

 

또, <시사인>에 의하면 우리나라 아파트의 하위 20%권 아파트 실거래가는 700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하였다. 대한민국 평균은 약 1억 5천, 서울시 평균은 약 3억 3천이었다. 상위 5%에 들려면? 5억 원짜리에 살면 되었다. 상위 2%에 들려면? 15억 원이면 들 수 있다고 하였다.

 

워매, 워매, 그러면 내 좌표는 어떻게 되는 것이여? 아파트 가격으로 볼 때 나는 대한민국 하위 20%에 속한다. 대한민국 평균의 절반도 못 되는 가격이다. 아파트 아닌 예금으로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면 나는 불쌍한가?

 

 

천만에. 하나도 안 불쌍하다. 오히려 기껏해야 145~245제곱미터에 살면서 방바닥에 20~50억씩 깔고 앉은 사람들이 애처로울 뿐이다. 그런 집에 살면 잠이 더 잘 오나? 수명이 한 200년으로 길어지나? 사업이 더 잘 되나? 어째 살다보니 그런 집에 살게 되었다면 부디 그 집 팔고 떠나면서 남는 돈 세는 기쁨을 누리시라.

 

(머시라? 예금은 그보다 더 많아서, 즉, 돈에 구애 안 받는 삶이라 떠날 필요 없다고요? 그렇담 ‘도덕적’으로 떠나야지요? 그렇게 금싸라기에 앉아서 자꾸 집값 올리면 서민들이 불쌍하잖아요.)

 

내재적 가치로 보자면 별 차이 없는데 가격으로는 이렇게 차이가 나니 정말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면적이 적은 48등한 ‘압구정 구 현대 4차 아파트’ 118제곱미터는 25억이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와 비교하자면 기껏 16제곱미터(약 5평) 더 넓을 뿐인데 가격차가 ‘37배’나 난다는 것은 개인의 손실이자 국가의 손실이란 생각이 든다.

 

주택공사 토지공사는 그동안 뭐 했수?

 

아무튼 이번 이사를 하며, 집값의 격차를 어마어마한 숫자로 느끼며, 문득, 의문이 드는 것은 주택공사 토지공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나 하는 것이었다. 대한 주택공사는, 토지개발공사는 서민들의 안정된 주거 환경을 위하여 그동안 얼마나 어떻게 노력했는지 심히 궁금하였다.

 

진즉에 땅값 오르기 전에 땅을 사고 영구임대주택을 홍보하고 지었더라면 아파트 투기 공화국은 애초에 싹이 자랄 수 없지 않았느냐 말이다. 어제 우리 지역에서 공개된 한 견본 주택을 가보니 3.3제곱미터 당 800만원이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3.3제곱미터 당 500만원이었는데 1년 새 그렇게 올랐다.

 

내가 살게 된 임대아파트의 경우 물가를 감안해 1년에 350만 원 정도 오를 수 있다고 했는데 일반 민간 건설사는 일년 사이 3.3제곱미터 당 300만원이 올랐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이웃 일본 꼴 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어쩌면 그 정점을 향해 ‘최고속’으로 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가 아니고 달리고 있다고요? 결승점 다 와 간다고요?


태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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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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