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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가 12일 학원의 교습시간 제한을 완전히 없애는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번 서울시 의회의 결정을 두고 학원가 등에서는 반기는 분위기이며 학부모와 교원단체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조례 개정안은 애초 밤 10시까지였던 학원교습시간을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교육위원회가 밤 11시로 늘려달라고 요청하자 서울시의회가 아예 시간제한을 하지 말자며 24시간 학원교습이 가능하도록 확 고쳐 버린 것이다.

 

심야학원 가고 안 가고는 학부모들 책임?

 

그러나 이번 서울시의회 조치는 사교육비에 허덕이는 학부모들을 또다시 절망으로 내모는 결정이다. 또한 '진단평가 성적공개'와 '대학입시자율화 발표'로 불안해하는 학생들을 학원 울타리로 끌어들이려는 폭력에 다름 아니다.

 

이번 조례안 통과 이후 서울시의회 당사자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학부모와 교육단체들의 우려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규제는 철폐되어야 하며, 학원 문화가 성숙해 있어서 시간제한을 폐지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조례안 통과를 주도한 정연희 서울시의회 교육문화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심야교습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택할 사안이며 건강권과 수면권도 학생과 학부모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교육의 본질을 망각한 위험한 발언이자, 사교육을 노골적으로 부추기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전성은 초대 교육혁신위원장은 지난해 교육부가 발행한 교육실록정책사에서 "상류층의 쏟아붓기식 사교육비 투자가 중산층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사교육을 부추겼고, 지금은 서민층까지 따라 나서기식 사교육으로 확산되었다"면서 "그 결과로 사교육 문제로 고통받지 않는 사람이 없다"라고 밝히고 있다.

 

옆집 아이가 새벽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데 불안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 것이며, 그럼에도 학원에 보내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 보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학생의 건강권과 수면권은 학생과 학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학생들의 건강권, 사교육비 증가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난해 8월 국가청소년위원회는 "학원의 영업자유보다는 청소년의 건강과 행복추구권이 우선되어야 한다"면서 "학원의 심야교습은 학생인권과 건강을 보호하는 '교육기본법' 이나 '유엔아동권리협약'에도 명백히 위배된다"고 밝히며 관련조례를 개정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럼에도 전국 대부분의 시도에서는 24시까지 학원수업을 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였거나 심의중이며 대전, 울산, 서울 등이 무제한 허용 방침을 천명하고 있던 상태에서 이번 서울시 의회의 결정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만약 서울시의회 방침대로 학원 심야교습 행위가 무제한으로 허용될 경우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이며 학교의 정상적인 수업이 지장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도 아이들은 과도한 학습량에 시달리고 있다. 오전 8시 이전부터 시작된 0교시 수업, 정규수업 끝나고 진행되는 보충수업, 거기에다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야간 자율학습, 거기에다 학원 수강까지 아침 6시부터 시작된 강행군은 학교숙제 학원 숙제를 마치는 밤 12시가 넘어야 끝난다.

 

이미 아이들의 건강권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심야교습 열풍이 초등학생까지 확대된다면 건강한 심신과 창의적 사고를 길러낸다는 우리나라의 교육 목표는 실종되고 말 것이다.

 

수강시간 제한이 풀리면 학원들은 앞 다투어 다양한 형태의 새벽반 강좌를 개설할 것이다. 당연히 심야시간 수강료는 올라갈 것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이번 조례안 통과 여부가 18일 서울시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서울시의회는 이번 조례안을 부결시켜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건강권과 수면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밤 10시 이전으로 제한해야 할 것이다.

 

규제철폐라는 위장술로 학원의 수익을 보장해줄 것인가, 심야교습 제한으로 학부모의 사교육비 고통해소와 학생의 건강권, 수면권을 보장할 것인가를 확실히 선택해야 한다. "부모님 학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태그:#학원, #정연희,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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