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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왼쪽)와 부시 미 대통령(자료사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왼쪽)와 부시 미 대통령(자료사진).
ⓒ 권우성/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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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한다. 이를 두고 대다수 언론과 정부에서는 1942년부터 미국 대통령 전용별장으로 이용되어온 캠프 데이비드에 한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초대받은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미관계를 두고 '혈맹'으로 일컬으면서도 60년이 넘게 미국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유대를 상징하는 캠프 데이비드에 한국 대통령이 초대받지 못한 점을 떠올려 보면, 이러한 분위기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명박 후보 당선 이후 한미간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반영하듯, 불과 2달 사이에 한미관계에는 '처음'이 유독 많았다. 지난 1월 24일 부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로 워싱턴을 방문한 정몽준 특사 일행을 전격 면담했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 당선인 특사를 면담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또한 미국 의회의 상원과 하원은 각각 2월 7일과 14일 이명박의 당선을 축하하고 한미동맹 강화를 희망한다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역시 처음이다. 그리고 4월 중순 한미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공고해지는 보수정권-재벌-보수언론-미국 '4자연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필자는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는 보수정권-재벌-보수언론-미국 '4자 연대'이다. 이명박 정부의 '비지니스 프렌들리', '프레스 프렌들리'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10년만에 정권을 탈환한 보수진영은 국내 연대망을 굳건히 해 장기 집권의 포석을 깔려고 하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론'은 미국 정치권의 '처음 시리즈'와 맞물려 한미관계가 더욱 굳건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정몽준 특사 면담, 상하원의 당선 축하 결의안 채택, 캠프 데이비드로 한국 대통령 초청 등 일련의 '처음 시리즈'의 이면에는 미국 정치권이 한국의 보수진영 집권을 환영하고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처럼 점차 굳건해지는 보수정권-재벌-보수언론-미국 사이의 연대를 보면서 일본 자민당의 장기집권이 한국에서 재연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가져보게 된다.

부시, 김정일은 싫고 이명박은 좋다!

또 한 가지 필자의 뇌리를 스치는 것은 '분할통치(divide and rule)'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을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하기 일주일 전에 "나는 김정일과 개인적인 유대를 맺지 않을 것이다, 그런 관계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단할 필요는 없지만, '김정일과 부시가 만나 한반도와 동북아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이처럼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지도자와는 '개인적인 유대'를 맺고 싶지 않고, 남한의 대통령과는 개인적인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자신의 별장에 초대한 것이야말로 오늘날 남-북-미 3자관계에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4년 5월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목이 마를 정도로  부시 대통령과 춤을 추고 싶다"고 말했고, 고이즈미는 한달 뒤 부시와의 정상회담에서 이 말을 소개하면서 북미 직접대화를 권유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은 이를 일축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07년 10월 비선까지 동원해 부시와의 면담을 추진해 '성사됐다'고 발표했다가 백악관에서 그런 일 없다며 취소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바 있다. 그리고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미국은 전례없는 환대를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고이즈미만큼은 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이 남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호불호'를 분명히 하면서 남한은 껴안고 북한은 밀어내는 정책을 쓰게 되면, 한반도 평화는 더욱 요원해진다. 오늘날 한반도 평화의 핵심적인 조건은 한미동맹 강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에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잠잠했던 남북관계의 긴장의 파고마저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선미후북(先美後北)' 정책은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은 이미 많이 나왔다. 그런데 부시의 김정일에 대한 거부감 표출 및 이명박 정부와의 유대 강화로 통미봉남마저 어려워지면, 북한은 특유의 벼랑끝 외교를 구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거의 여러 차례의 경험이 보여주듯, 위기의 돌파구는 위기 조성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성사를 영광스럽게 생각해 들뜬 분위기로 정상회담에 임해서는 안 된다. 정부 스스로 강조해온 '실용'의 관점에서 차분히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용 외교의 핵심에는 이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북미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는 것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필요하다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는 것이야말로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고 한미관계를 공고히 하는 길임을 설득해야 한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고이즈미는 여러 차례에 걸쳐 부시에게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권유했다. 그러나 고이즈미가 미국에게 할 말을 했다고 해서 미일관계가 악화되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부시는 고이즈미의 솔직함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의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이명박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권유하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나선다면,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그 누가 얘기하는 것보다 이 대통령의 권유에 귀기울이게 될 것이고, 평양의 김 위원장에게도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한미관계가 좋아지면 북미관계도 좋아지고 남북관계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해왔다. 4월 중순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이야말로 이러한 발언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덧붙이는 글 |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한미정상회담, #캠프 데이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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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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