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해질 무렵 모론다바 항구로 돌아오는 다우선
 해질 무렵 모론다바 항구로 돌아오는 다우선
ⓒ 김성호

관련사진보기


엄청난 혼선을 불러온 비행기 표 예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나는 택시를 타고 모론다바 교외에 있는 에어 마다가스카르 항공사 사무실로 갔다. 그 다음날 비행기 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타나에서 올 때 빈 좌석이 없어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내일 비행기 대기자로 예약했는데 표를 살 수 있느냐"고 묻자, 항공사 여직원은 "가능하다"고 했다. 누군가 예약을 취소해 대기자 명단에서 정식 탑승자 명단으로 바뀌었구나 하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제 비행기를 타고 편히 갈 수가 있구나"하며 기분 좋게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비행기 표는 다음날 오후 3시였다.

만약 비행기 표를 예매하지 못하면 나는 그날 오후 타나로 가는 버스를 타고 출발해야 했다. 이틀 후 새벽에 마다가스카르 타나 공항에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를 거쳐 귀국하는 비행기 표가 예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론다바에서 타나까지는 택시-브루스를 타고 20시간 넘게 걸리니 이틀 전에는 모론다바를 출발해서 타나에 출발 하루 전에 도착해야 한다.

비행기 표를 구한 나는 모론다바에서 하루를 더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 아프리카 여행의 마지막 여정인 모론다바의 인도양 바다에서 멋진 오후를 보내기로 했다. 이 '잘못된 비행기 표'가 다음날 나에게 엄청난 혼선과 심리적 고통, 경제적 불이익을 안겨 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신기하게도 여행 막바지가 되면 돈도 다 떨어진다. 지갑이 텅 비어가면 여행이 끝나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내에 있는 '비에프브이-에쓰지(BFV-SG)은행'에 가서 비상용으로 아껴두고 있던 미국 돈 100달러를 꺼내 아리아리로 바꿔달라고 하니, 은행창구직원은 100달러 지폐를 한참 쳐다보더니 "100달러짜리 고액권을 바꿔 줄 수 없다"고 말한다. 50달러 이하만 바꿔준다고 한다.

대부분 고액권을 선호하는데, 은행에서 100달러짜리 지폐를 거부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 위조지폐의 위험성 때문이겠지만. 다른 아프리카 은행이나 개인 환전상의 경우에는 1달러나 10달러 등 소액 지폐는 오히려 아예 바꿔주지 않거나, 터무니없이 낮은 환율을 적용했다. 시내의 다른 '아프리카 은행(Bank of Africa)'에 가서 100달러를 바꿀 수 있었다.

내가 묵던 숙소인 '노아의 방주'에서 오아시스 호텔로 방을 옮겼다. 내가 칭기를 갔다 온 하루 이틀 사이에 유럽 여행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오아시스 호텔에 빈방이 났다. 8월 말이 되면서 휴가철이 끝나가기 때문이다.

모론다바 앞 인도양 해변
 모론다바 앞 인도양 해변
ⓒ 김성호

관련사진보기


해변에 가면 사랑에 빠지는 이유

인도양의 해변으로 걸어갔다. 맨발로 걸어가니 강렬한 햇볕에 쬐인 모래에 따끔한 느낌이 들지만, 감촉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다. 여행객들과 현지인들이 어울려 파도타기를 하거나 수영을 즐기고, 어떤 여행객은 모래에 벌렁 누워 선탠을 한다. 모론다바 해변은 해변으로 썩 좋은 곳은 아니다. 파도가 세고 바람도 강하게 부는데다 모래도 진흙 모래에 가까워 바닷물 색깔도 흐리기 때문이다.

모론다바의 해안가는 붉은 흙이 강물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면서 부식되고 있었다. 방파제가 쓸모없을 정도로 파도가 해안가를 파고들면서 바닷가에 세워졌던 시멘트 호텔 등이 흉물처럼 버려진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바닷물이 있고 모래만 있으면 어디인들 해변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겠는가. 물에 뛰어들면 다 즐거운 것이 바다이다. 잔지바르의 가루 모래도 좋고, 케이프타운의 맑은 모래도 좋고, 모론다바의 진흙 모래도 여행객에게는 다 해변이다. 해변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물놀이를 하면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다. 낯선 사람도 해변은 서로 친숙하게 만든다. 서로의 얼굴에 물세례를 하고 파도타기를 하면서 친구가 된다. 우리가 여름이면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는 것은 바다가 가져다주는 사랑 때문이다. 해변에서 낯선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은 넓고 푸른 바다가 두 사람 사이의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버리기 때문이다.

파도타기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 인도양의 바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얼굴이 둥그렇고 통통한 인도계 여자아이는 연신 바닷물을 마시면서도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그 아이의 얼굴에 해바라기 꽃이 피었다. 나도 동심으로 돌아가 한참 파도타기를 즐기다 보니 온몸에 추위가 느껴진다.

모론다바에서 내가 묵었던 오아시스 호텔
 모론다바에서 내가 묵었던 오아시스 호텔
ⓒ 김성호

관련사진보기


마다가스카르는 먼 옛날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섬

멀리서 세모난 돛과 네모난 돛을 단 두 척의 다우선이 꼬리를 물고 돌아온다. 고기잡이 나갔던 어선들의 귀향이다. 탄자니아 잔지바르 섬은 멀고, 아마도 모잠비크 베이라 항구에서 돌아오는 배인지도 모른다. 다우선이 돌아오는 수평선 너머에 모잠비크가 있다. 모론다바는 모잠비크 해협을 두고 아프리카 대륙 모잠비크와 40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1억6500만 년 전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마다가스카르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하나였다.

그 후 8800만 년 전 마다가스카르의 동쪽 절반이 다시 떨어져 나가 북쪽으로 흘러간 곳이 바로 현재의 인도다. 지질학에서 말하는 '판게아(Pangaea) 이론'이다. 현재 6개로 나뉜 대륙은 2억8000만 년 전에는 '하나의 땅(판게아)'이었으나, 대륙이 오랜 기간 이동하면서 현재와 같이 떨어졌다는 이론이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유럽에서 똑같은 종류의 암석들이 발견될 뿐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의 지도를 맞춰보면 해안선의 아귀가 딱 들어맞는다. 판게아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다. 마다가스카르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근처 코모로 섬들과 달리 대륙에서 떨어져 만들어진 섬이다. 마다가스카르는 그린란드와 파푸아뉴기니, 보르네오에 있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이다.

인도양에 해가 저물고 있었다. 70대 유럽의 할머니는 선글라스를 낀 채 해변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명상에 잠겨 있는 할머니의 얼굴에 외로움이 스쳐 지나간다. 수영을 하던 사람도 해변을 거닐던 사람도 하나둘 자리를 뜬다. 흰둥이 강아지 두 마리도 아이들을 따라 집으로 돌아간다. 모래 해변의 발자국 흔적도 파도가 밀려오면서 사라졌다. 나미비아 소수스플라이 붉은 모래 언덕이 발자취를 용납하지 않듯이, 마다가스카르 모론다바의 인도양 해변도 사람의 흔적은 남겨두지 않는다.

바오밥 나무가 짙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모론다바 해변에서 아프리카 여행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강렬하게 얼굴을 달구던, 영원히 모론다바 바닷가를 밝힐 것 같던 해가 붉은 노을을 남기면서 인도양 바다 속으로 갑자기 떨어졌다. 끝없이 계속 될 것 같던 내 배낭여행의 종착을 알리는 듯이.

오아시스 호텔에는 나와 미국에서 온 50대 후반의 여자만 남았다. 며칠 전 마다가스카르 전통음악에 맞춰 그렇게 온몸을 흔들며 춤추던 여인이다. 그날 밤의 여인이 아니었다. 조용한 생물학도가 되어 있었다.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가스에서 온 '크리스틴'이란 이름의 여인은 생물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녀가 마다가스카르에 온 것도 바로 여우원숭이와 거북, 새들을 보기 위해서 였다. 그녀는 칭기를 가는 대신 키린디 삼림보호 구역을 다녀왔다. 키린디에서 여우원숭이와 포식동물인 포사, 교접하는 거북, 카멜레온과 수많은 새들을 봤다며 "아주 환상적이었다"며 흡족해했다. 그녀는 다음날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거쳐 미국으로 되돌아갔다.

모론다바 앞 인도양 해넘이
 모론다바 앞 인도양 해넘이
ⓒ 김성호

관련사진보기


마다가스카르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마다가스카르는 희귀동물과 새, 파충류의 천국이자 세계적 보고이다. 오랜 옛날 아프리카 대륙과 떨어져 독립적인 진화과정을 걸어왔기 때문에 다른 대륙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의 동식물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날지 못하는 새였으나 지금은 멸종된 '코끼리 새'와 가장 작은 하마였던 '피그미하마' 등이 살았던 전설의 섬이다.

2~300년 전까지 마다가스카르 남부에 존재했던 '코끼리 새'로 알려진 '에피오르니스(Aepyornis)는 크기가 3m가 넘고 무게가 300kg 이상 나갔는데, 이 거대한 새알들은 마다가스카르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된 에피오르니스의 화석은 식민지 시대 프랑스가 멋대로 가져가 현재 파리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뼈대의 높이만 2.68m이다.

<아라비안나이트>에서 신밧드의 모험의 섬이자, 영국의 작가 다니엘 디포가 쓴 <로빈슨 크루소>에 나오는 해적 공화국인 '리베르탈리아'처럼 마다가스카르는 17세기 말과 18세기 초에는 해적의 천국이었다. 마다가스카르 북쪽 끝인 안치라나나와 동쪽 인도양의 일 상트 마리 섬은 특히 해적들의 주무대였다.

유럽인들은 마다가스카르를 신비의 섬으로 여겼다. 2m가 넘은 거인 원숭이와 인간을 공격하는 육식 나무도 있다고 믿을 정도였다. 이미 1295년 중국 원나라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귀국한 이탈리아 여행가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에는 날개의 폭이 무려 45m인 커다란 새를 마다가스카르 섬 주민들이 페르시아어로 "루크(Rukh)"라고 부른다고 기록하고 있다.

유럽인들이 '로크(Roc)'라고 부르는 '루크 새'는 이미 <아라비안나이트>의 ‘신밧드의 모험’ 이야기에 나온다. 신밧드의 모험에는 커다란 발톱으로 코끼리도 낚아챌 수 있는 거대한 새로 묘사되어 있다.

유럽인으로는 처음으로 이 ‘커다란 붉은 섬’에 대해 '마다가스카르'라는 이름을 부른 사람은 마르코 폴로다. 역사학자들은 마르코 폴로가 실제는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이름을 잘못 표기해 마다가스카르라고 부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어떻든 마다가스카르 이름은 마르코 폴로가 처음으로 유럽에 알렸다.

마르코 폴로는 직접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한 것이 아니라, 원나라에서 귀국 도중 만난 아랍인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썼다. 아랍상인들은 이미 7세기부터 마다가스카르에 무역기지를 설치하고 교역을 하고 있었다.

유럽인으로 최초로 마다가스카르 섬에 상륙한 사람은 1500년 인도로 가던 포르투갈 탐험가 디에고 디아스였다. 그 후 1690년부터 1720년 사이 30년간은 서인도에서 남아공 희망봉으로 돌아가던 선박들을 가로채던 해적들의 세상이었다.

한창때는 17척의 해적선에 1500명의 해적이 들끓었는데, 가장 악명 높은 해적은 '선장 키드(Captain Kidd)'였다. 해적 키드는 "어드벤처(모험)"라는 이름의 해적선을 갖고 마다가스카르에서 해적 왕국을 건설했다고 하니, 음모와 배신, 사랑과 탐욕의 해적 세계를 그린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개성파 배우 조니 뎁이 나오는 <캐리비안의 해적>처럼 17세기 말에 마다가스카르에서 활개치던 해적들은 바로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몰려든 악당들이었다. 이들 해적들도 카리브 해에서 활동하다 마다가스카르로 넘어왔다. 마다가스카르는 이처럼 상상과 현실이 뒤범벅되면서 오랫동안 세계인들에게 전설과 신비의 섬으로 남았다.

모론다바 앞 인도양의 해넘이
 모론다바 앞 인도양의 해넘이
ⓒ 김성호

관련사진보기


어이없는 비행기 탑승 착각

모론다바에서의 꿈같은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음날 편안한 마음으로 비행장으로 갔다. 오후 3시 타나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다. 비행기에 오르면, 택시-브루스로 20시간이 넘는 거리를, 한 시간 만에 타나에 도착한다. 타나에서의 마지막 밤은 한국식당에서 우리 음식을 다시 맛볼 생각이었다.

비행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거의 없다. 짐으로 부칠 배낭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탑승 수속을 밟으려고 하는데, 공항 직원이 "짐을 부칠 수가 없다"며 짐을 내려놓으란다. 짐을 부치지 않는 비행기도 있나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나는 "왜 짐을 못 부치느냐"고 물었다.

직원의 답변에 눈앞이 캄캄해진다.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 수가 있나. 그것도 아프리카 장기여행 중 마지막 날에 말이다. 내가 갖고 있는 비행기 표는 "대기자 탑승권"이라는 것이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이다. 나는 오늘 이 비행기를 타지 못하면 다음날 아침 6시 마다가스카르에서 남아공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귀국 비행기를 놓치게 된다. 수습 불가능한 사태가 벌어졌다.

전날 항공사 여직원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여직원이 표를 사겠느냐고 물으니 당연히 정식 탑승권으로 생각해 샀던 것인데, 여직원은 공항에서 다른 승객이 나오지 않으면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대기자 탑승권을 팔았던 것이다. 비행기 표에 영어가 아니라 프랑스어로 표기된 것도 나의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비행기 탑승권에는 프랑스어로 "에타 레스(ÉTAT RES. 예약 상태)"란에 "알큐(RQ)"로 되어 있었다. "오케이(OK)"로 되어 있는 것이 정식 탑승권이고, '알큐'는 '대기자 탑승권'이라는 뜻이라고 공항 직원이 설명한다. 프랑스어로 된 탑승권의 예약 상태를 내가 알 리가 없었다.

대기자 명단에서도 나는 무려 다섯 번째였다. 내가 탑승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20인승 소형 비행기의 탑승자 가운데 3분 1인 다섯 명이 포기해야 나에게 순서가 돌아오는데, 여름 휴가철에 무더기 탑승 취소사태가 일어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한 시간을 기다려 비행기가 착륙했는데, 역시 단 한 명의 결원도 없다. 대기자 승객 누구도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순간 머리가 멍해진다. 요행을 바란 것이 잘못이었다. 아프리카 여행 막바지에 귀국 비행기를 놓치는 상황이다. 새로 귀국 비행기 표를 끊으려면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번거롭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타나에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비행기는 다음날 오전 5시이지만, 최소 한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오후 3시 현재 나에게 남겨진 시간은 13시간밖에 없다. 타나에서 모론다바까지 오는데 택시-브루스로 22시간이나 걸렸는데, 아무리 빠른 차량이라 하더라도 12시간 안에 타나에 도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없다. 그렇다고 그냥 포기할 수도 없다.

마침 공항에는 일본 단체여행객을 인솔하고 온 현지 여자 여행가이드가 있었다. 내가 사정 얘기를 하면서 모론다바까지 가는 차량을 대절할 수 있는 방법을 부탁했다. 여자 가이드는 자신을 태우고 온 지프 운전사에게 말하더니 가능하다고 한다. 지프 운전사가 소속된 여행 회사의 다른 차량 가운데 바로 타나로 출발하는 지프가 있다는 것이다.

마다가스카르 거북
 마다가스카르 거북
ⓒ 김성호

관련사진보기


밤새 지프를 타고 공항에 달려갔지만

나는 여자 가이드가 타고 온 지프를 얻어 타고 모론다바 시내로 다시 들어갔다가 오후 4시 30분에야 타나로 가는 지프를 대절해 출발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1시간 30분밖에 없다. 점점 희망은 사라지고 불가능이 다가가지만, 그렇다고 노력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 택시운전사는 중국계의 50대 중반인데 "12시간 안에 타나에 도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 큰 기대는 하지 마라"고 한다. 나중에 내가 실망할 것을 우려해서 하는 말이다. 나도 "최선을 다해 보라"고 말했다.

그렇게 피하고 싶었던 타나에서 모론다바의 22시간에 걸친 지옥의 비포장도로를 거꾸로 거슬러 다시 올라가고 있다. 지프에 혼자 타고 가니 편하기는 하다. 밤새 별을 보며 달려가는 것은 올 때와 똑같다. 정말 마다가스카르에서 밤에 별이라도 없으면 밤새 달리는 차량 안에서 누구 하나 친구할 대상이 없다.

타나에서 모론다바에 올 때는 바오밥 거리를 본다는 기대라도 있었으나, 지금은 비행기를 놓치지나 않을까 하는 초조함만이 내 머리를 짓누르고 있다. 저녁 6시가 되자 캄캄한 어둠이 다시 몰려오고 차량은 어둠을 뚫고 간다. 모론다바에 갈 때 건너던 다리도, 저녁을 먹을 때 잠시 섰던 식당도 마찬가지이다.

운전사는 놀랄 정도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타나로 오는 동안 저녁을 먹기 위해 5분 정도 쉰 것을 제외하고는 한시도 지체 없이 달린다. 운전사는 졸음이 오자 담배를 꺼내 물고, 담배도 몰려오는 졸음을 쫓아내지 못하자 잠시 차를 길가에 세워 큰 물통의 물로 자신의 머리부터 얼굴까지 들이붓는다. 밤 날씨는 제법 쌀쌀한데 말이다. 마치 겨울에 차가운 물로 등목을 하는 셈이다. 내가 오히려 미안해 운전사에게 "천천히 가도 된다"고 위로한다.

눈물겨운 노력에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두운 밤과 몰려오는 졸음과 싸워가며 달려왔지만, 거리는 초조한 내 마음의 시간에 따라 줄어들지는 않는다. "타나 67km"라는 팻말이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비행기 출발시간인 아침 5시를 넘기고 있었다.

모든 것은 끝났다. 나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깨끗이 포기하면 이렇게 평온함이 찾아온다. 사람은 미련이 있을 때 초조해지는 것이다. 운전사도 이미 알고 있다. 마침 비까지 추적추적 내린다. 더 이상 속도를 낼 수도 없다. 차가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6시 30분. 비행기가 떠난 지 한 시간 반이나 지난 시각이다.

나는 다음 비행기라도 타고 일단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공항청사에 들어가 남아공 항공사 직원에게 "오늘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비행기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직원은 "타나에서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비행기는 아침 5시에 출발하는 한편 밖에 없다"고 한다. 마지막 나의 희망마저 무너졌다. 막막하다. 공항 청사에서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돌아오는 일정이 완전히 엉켜버린 셈이다. 지금까지 두 달 반의 긴 아프리카 배낭여행에서 아무런 탈 없이 잘 달려왔는데, 마지막 귀국 길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지르다니. 언어 소통의 장애는 이처럼 여행객을 난처하게 만든다.

"그래, 다음날 마다가스카르 항공을 통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로 간 뒤에 귀국 비행기 표를 알아보자"고 마음속으로 결정했다. 시간적으로 비용적으로 개인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프리카 여행은 이처럼 처음부터 마지막 돌아오는 날까지 힘든 여정이다.

마다가스카르 쌀
 마다가스카르 쌀
ⓒ 김성호

관련사진보기


놓친 비행기가 기체결함으로 결항이라니

나는 공항청사를 나오면서 입구에 있는 마다가스카르 항공사로 찾아가 다음날 비행기 시간을 물었다.

"내일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비행기 표 있나요?"
"비행기 표는 있는데 내일도 비행기가 운항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비행기에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
"오늘 아침 비행기도 기체결함으로 뜨지를 못했다."

"뭐라고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오늘 아침 요하네스버그 비행기가 취소되었다고요?"
"예. 오늘 아침 비행기도 고장으로 뜨지를 못했다."
"그럼 승객들은 어디로 갔나요?"
"승객들은 항공사가 제공한 호텔로 갔다."

믿어지지 않았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나"라는 생각에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내가 놓쳤다고 생각한 비행기가 뜨지 않았던 것이다. 국내선도 아니고, 국제선이 그것도 마침 내가 늦게 도착해 놓친 비행기가 기체결함으로 뜨지 않았다니. 내가 비상용으로 남겨두었던 미국 돈 300달러를 몽땅 주고 지프를 대절해 달려온 보람이 있었다. 만약 내가 이미 늦었다고 모론다바에서 지프를 대절하지 않았다면, 공항에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포기하고 그냥 돌아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다.

"어휴~"하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나는 항공사 직원에게 "오늘 비행기 탑승자인데, 항공사가 제공한 호텔이 어디냐"고 물었다. 항공사 직원은 "이미 다들 갔는데, 어디 있다 이렇게 늦게 왔느냐"고 묻고는 기다리라고 한다. 잠시 후 항공사에서 보낸 차량이 와서 나를 태우고 공항 근처의 깨끗한 호텔로 데려갔다. '르 샬레트(Re Charlette)'라는 이름의 호텔에는 비행기에 타지 못한 승객들이 먼저 도착해 늦은 아침을 먹고 있었다.

마다가스카르 까치인 맥파이-로빈 새
 마다가스카르 까치인 맥파이-로빈 새
ⓒ 김성호

관련사진보기


코카콜라에 울고 웃는 마다가스카르 

나는 짐을 풀자마자 대기 탑승권으로 지불했던 항공권을 환불받기 위해 시내 마다가스카르 항공사로 가서 돈을 돌려받았다. 비행기 결항으로 덤으로 생긴 타나에서의 하루를 그냥 헛되이 보낼 수 없었다. 여우원숭이 중에서 시파카와 함께 유명한 인드리를 보기 위해 안다시베-만타디아 국립공원(Parc National d'Andasibe-Mantadia)으로 갔다. 타나에서 동쪽으로 145km 떨어진 곳이다.

타나에서 시골 길로 빠져 한참을 달리는데, 오른쪽 산에 푸른 나무 위로 커다란 바위가 얼굴을 쑥 내밀듯 혼자서 있다. '큰 바위 얼굴'과 같다. 타나에서부터 조금씩 흩뿌리던 비가 제법 많이 온다. 내가 운전사에게 "비가 매일 오느냐"고 묻자 그는 "여기는 열대 우림지대"라고 말한다. 건기인데도 거의 매일 빠짐없이 비가 오다 보니 나무와 풀이 잘 자라 숲이 우거지고 원숭이 등 초식동물의 천국이 된 것이다.

마다가스카르는 이처럼 동해안은 비가 많은 열대우림 지역이고, 서해안은 건조지대, 중부는 고원지대로 나뉜다. 내가 가는 안다시베-만타디아 국립공원은 동해안 쪽에 있다. 동해안은 인도양 남서부의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홍수와 해일로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 동해안은 북동쪽의 만나나라 지역을 중심으로 '바닐라 해안'으로, 일 상트 마리 섬 주변으로 '해적 해안', 앙통질만을 중심으로 '사이클론 해안'이라 부른다.

마다가스카르의 주요 수출품은 고원지대의 커피와 북동쪽 해안가의 바닐라, 남서쪽의 이살로 근처에서 많이 나는 사파이어다. 사파이어는 지난 1998년 이살로 국립공원 근처의 일라카카 지역에서 양치기가 우연히 발견했다. 양치기가 발견한 파란돌이 사파이어로 밝혀지면서 순식간에 '마다가스카르판 골드러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바닐라는 세계 최대의 생산국으로 우리가 즐겨 마시는 '코카콜라'에 따라 울고 웃는다. 바닐라는 아이스크림 뿐 아니라 콜라의 주요 원료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코카콜라 회사가 1985년 바닐라가 적게 들어가는 대신 옥수수 시럽을 많이 사용한  '뉴 코크(새로운 코카콜라)'를 내놓으면서 마다가스카르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았으나, '다행히' 뉴 코크가 인기를 얻지 못하면서 코카콜라가 예전 방식의 '코크 클래식'으로 돌아가면서 바닐라 수출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아예 바닐라 향이 많이 들어간 '바닐라 코크'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바닐라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

가로등 안에 있는 마다가스카르 보아뱀
 가로등 안에 있는 마다가스카르 보아뱀
ⓒ 김성호

관련사진보기


인드리 여우원숭이 대신 보아뱀을 보다

안다시베-만타디아 국립공원 중에서 아날라마자오트라 특별보호 구역에 도착하기까지 3시간이 걸렸다. 공원 안내자는 50대 중년의 여자였다. 비가 오자 공원 관리사무소에서 나눠주는 우비를 입고 안내자를 따라 인드리 트레킹에 나섰다. 숲 속이 밀림처럼 우거져 있다.

수많은 종류의 나무들과 새들이 있다. 마다가스카르의 상징나무도 있다. 10여분 정도 숲 속을 헤치고 돌아다니자 나뭇잎이 우거진 나무줄기 위에 검은 물체가 보인다. 두 마리의 작은 여우원숭이가 자고 있다. '난쟁이 여우원숭이'다. 조금 더 올라가자 역시 나무 위에 또 다른 한 마리의 난쟁이 여우원숭이가 자고 있다. 그러나 막상 여우원숭이인 인드리는 보이지 않는다. 한 시간 넘게 밀림을 헤지고 다녔지만, 여우원숭이 중 가장 크지만 멀리 뛰고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내는 인드리는 결코 나타나지 않았다.

인드리(Indri)는 아침 일찍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 다니며 "크어억~"하면서 마치 누군가를 부르는 아름다우면서도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데 3km 밖에서도 들린다. 10m까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뛰어다니는 모습은 마치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다. 프랑스 여자 여행객 두 명도 비옷을 입고 열심히 돌아다니는데, 인드리를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면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안내자는 "인드리는 아침 7시쯤 일찍 활동하고 점심 이후에는 낮잠을 즐기고 움직이지 않는다"며 "오후에 오면 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동물들은 활동시간이 정해져 있고, 수시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그 습성을 잘 파악해야 볼 수 있다.

여우 원숭이는 난쟁이 여우 원숭이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파충류의 천국답게 마다가스카르 고유의 부피스 재게리 개구리(Boophis Jaegeri) 등 다양한 양서류와, 포크같이 두 갈래로 갈라진 꼬리와 머리 위에 깃을 단 '볏 바람까마귀(Dicrurus Forficatus)', 마다가스카르 고유의 까치인 마다가스카르 '맥파이-로빈(Madagascar Magpie-robin. Copsychus Albospecularis)' 등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새들을 볼 수 있었다.

공원 안에는 멋진 호수가 있는데, 호수 주위에는 많은 종류의 나무와 꽃들이 있었다. 여행자의 나무와 판다너스, 대나무와 야생난, 수련 등도  볼 수 있었다. 공원에서 나와 입구에 도착했을 때 보아뱀과 카멜레온을 본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공원 입구의 화단 전등불 가로등 안에 보아뱀이 똬리를 뜬 채 잠을 자고 있었다.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모습 그대로이다.

<어린왕자>에는 "보아뱀은 먹이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켜 버린다. 그리고는 그걸 소화시키느라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여섯 달 동안을 잠만 잔다"고 했다. 가로등 안에 들어간 보아뱀이 정말로 커다란 먹이를 잡아먹고 소화를 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밤에 사냥을 나가기 위해 낮잠을 자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린왕자>에서 보아뱀은 상상력이 부족한 어른을 상징한다. 어른들은 코끼리를 삼키고 소화하느라 배가 볼록한 보아뱀의 모습을 보고 모자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항상 겉으로 드러난 모양만을 보고 판단하지, 보이지 않은 속에 무엇이 있는 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상만 보고 본질을 보지 못하는 현실을 꾸짖는 것이다. <어린왕자>는 "어른들은 꼭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행은 점점 사라져가는 상상력과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옆의 커다란 나무에는 카멜레온이 나뭇가지위에 붙어서 마치 나뭇잎처럼 자심을 숨기고 있었다.

타나로 돌아오는데,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짙은 안개마저 끼었다. 1m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운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시야가 가리는데도, 운전사는 마치 야간 내비게이션처럼 길을 잘도 달린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시야에도 차량들은 속도를 줄이는 법이 없다. 마다가스카르의 운전사들은 모두 '올빼미 눈'을 가졌다.

산이 약간 높은 곳이면 어김없이 안개가 끼었고, 내리막길에 내려오면 안개가 약해지는 길이 반복된다. 신기하게도 여러 고개를 넘어 타나 지역에 들어오자 비도 그치고 안개가 사라졌다. 타나가 수도가 된 것은 바로 산 하나를 두고 이런 차이가 나는 날씨도 고려된 것이겠지.

안다시베-만타디아 국립공원 안 호수
 안다시베-만타디아 국립공원 안 호수
ⓒ 김성호

관련사진보기


한 편의 스릴러 영화 같았던 아프리카 배낭여행

다음날 아침 5시 호텔 방안의 전화벨이 울린다. 공항으로 갈 시간을 알린다. 오랜 여행으로 지친 나의 몸이 자명종 시계에도 일어나지를 못했다. 언제나 자명종 시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던 몸도 지칠 대로 지쳤나 보다. 애초 예약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와 홍콩을 거쳐 귀국하는 비행기 대신, 마다가스카르 항공사가 제공한 타이 방콕을 거쳐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 올랐다. 76일간 배낭을 메고 걸어온 아프리카의 풍경이 필름의 되감기처럼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여행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그래서 여행은 묘미가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 영화처럼 여행에는 긴장과 짜릿함이 있다. 나의 아프리카 배낭여행이 그랬다. 여행 막바지에 비행기를 놓쳤다는 낙담과 믿기지 않는 비행기 결항이라는, 하룻밤 사이에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경험을 했다. 내가 지레 비행기 시간이 늦었다고 공항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면 나는 이런 반전의 희열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운도 노력하는 사람에게 오듯이, 반전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나타난다.

스릴러 영화의 쾌감과 반전 드라마의 짜릿함을 안고 나는 비행기 좌석에 앉았다. 상상의 날개를 펼칠 경험과 추억을 가득 안고서. 먼 훗날 내가 어린아이들에게 아프리카 여행기를 들려주면 그게 바로 '오디세이'고, '아프리카 천일야화'다. 호기심 많은 꼬마 아이가 희끗희끗한 머리의 나에게 묻는다.

"할아버지, 정말로 옛날에 아프리카는 그랬어요."
"그럼, 그랬지."
"그런데 왜 힘들게 아프리카를 갔어요."
"어릴 적 꿈이 나를 아프리카로 가게 만들었지."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의 고통을 지나 놀라운 아프리카의 자연환경에 감탄하고, 시대발전에 뒤처진 현상 뒤에 감춰진 경이로운 역사유적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도시의 불안한 공포감에 떨다 시골마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순수한 친절에 감동하고, 비행기를 놓쳐 낙담하던 나에게 예상치 않았던 비행기 결항이라는 놀라운 행운을 가져다준 아프리카 배낭여행. 76일간의 아프리카 배낭여행은 한 편의 짜릿한 스릴러 영화이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극적인 반전 드라마이고, 흥미진진한 탐정소설이었다.

낡고 헐어버린 나의 배낭 속에는 아프리카 여행 중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되뇌던 아프리카 속담이 담겨 있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빨리 가려면 직선으로 가라.
깊이 가려면 굽이 돌아가라.

외나무가 되려거든 혼자 서라.
푸른 숲이 되려거든 함께 서라."

마다가스카르 '볏 바람까마귀' 새
 마다가스카르 '볏 바람까마귀' 새
ⓒ 김성호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아프리카 여행기는 이번 글로 마치고, 마지막 회는 '아프리카 여행 후기'를 싣습니다.



태그:#마다가스카르, #모론다바, #아프리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