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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출범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간 협상 테이블에 올려져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평가하는 자리를 가졌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 14개 시민단체들은 20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명박 정부, 어디로"라는 제목으로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주최측은 각 분야별로 토론을 진행했고, 첫 순서로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토론 참석자들은 "정부조직 개편에 정답은 없다"면서도 인수위와 이명박 당선인이 추진중인 개편안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적 절차를 무시한 초법적이고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한 "인수위가 '작고 효율적인 정부'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지나치게 얽매인 탓에 각 부처의 기능에 대한 고찰, 기능 이양에 따른 부작용 등에 대한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이명박 당선인측이 10년간 준비했다던 정부조직 개편안이 고작 이것이냐"고 개탄하기도 했다.

 

폐쇄적 의사결정, 설득 노력 부족... 인수위 개편안 질타

 

김태일 고려대(행정학과) 교수는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여러 단체와 조직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고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일부 학자들의 피상적 관찰이나 주변에서 떠도는 의견을 참조해서 만들었다"며 인수위의 폐쇄적 의사결정 과정을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작은 정부'를 주창하지만 실제로 개편안 자체는 작은 정부와 연관성이 낮다"며 "작은 정부는 정부의 기능 축소와 인력, 예산, 규제 등의 규모 감소인데, 부처수를 줄이고 장관을 없애는 개편안은 실제적 효과보다는 상징적 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인수위가 오직 정부 규모 축소만 언급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개편에서 기관의 개수 감축을 매우 중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규모 감축을 미리 제시하면 인력 운영이 경직되는 바람에 정작 필요한 인력은 충원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민간의 책임성은 중앙 정부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중앙정부의 기능을 지방이나 민간으로 이양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예컨대 대입 업무를 각 대학과 민간자율기구로 넘기면 입시 비리 등의 문제가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문제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다른 정부 부처의 통폐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김 교수는 '국정기획수석'을 신설한 것과 관련해 "국정 방향 설정과 기획·조정 기능을 일원화해서 최고 통치자가 주관하겠다는 뜻"이라며 "추진력을 높일 수도 있지만, 독점된 권한은 독주로 흐르기 쉽고 정책 오류의 예방과 시정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사회를 맡은 홍성태 상지대(사회학과) 교수 또한 "이른바 '불도저 리더십'으로 불리는 이명박 당선인이 '불도저 정부부처'를 만든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 외에도 "기획과 예산은 각 부처의 업무를 조정하고 업무 수행을 위한 재원을 배분하는 일로, '처'에서 담당하는 것이 조직 구성 원리에 맞다"며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의 합쳐진 기획재정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예비 야당'의 대안은 있었나"

 

김상묵 서울산업대(행정학과) 교수는 "인수위가 지난달 16일 개편안을 내놓은 이후 한달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며 "개편을 통한 기대효과나 부작용 등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자료를 제공했는지 의문"이라고 개편안 설득 과정에서 나타난 인수위의 '노력 부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당선인이 개편안에 대해 '일점 일획도 못 고친다'고 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정당에 대해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며 "조직개편에 대한 저항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을 인수위가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정 행정개혁시민연합 정책실장은 "인수위가 내놓은 개편안은 각계 의견을 수렴한 '귀납적' 방식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각 부처의 업무를 분석해서 내놓은 '연역적' 방식도 아니었다"며 "'10년을 준비한 것이 고작 이것이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인수위가 내놓은 개편안에 대한 야당 나름대로의 구상이 없었다"며 민주당을 겨냥했다. 박 처장은 "지난 5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강한 비판 세력을 자임한다면 이번 개편안에 대한 총론적 구상이 있어야 한다"며 "통폐합되는 몇 개 부처를 중심으로 국민의 시선을 대신하는 듯 한 것은 다분히 정략적이었다"고 꼬집었다.

 

박 처장은 "여가부나 해수부 통폐합 논의도 중요하지만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문제도 대안이 없었다"며 "국회에서 직접 만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협상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했지만, 전혀 논의 과정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박 처장은 또한 없어지는 각종 위원회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각 위원회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있고, 관련된 피해자 및 유족들이 있다"며 "이에 대해 얼마나 많은 대화와 논의를 통해 추진했는지, 폐지에 대한 공론화없이 '위원회는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인식을 가진 것은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사회자 홍성태 교수는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홍 교수는 "10년간 준비했다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재벌의 '황제경영 방식'을 국가에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황제 경영식으로 나라를 통치하려는 것은 너무나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태그:#대통령직 인수위원회 , #정부조직 개편안,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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