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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영어정책은 미친 짓이다.”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회장 이봉원)는 지난 13일 ‘새 정부에 경고한다’는 밝힘글(성명서)을 내고 이명박 차기 정부의 영어교육강화정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는 이 밝힘글에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영어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도 없고 국력의 낭비와 국론의 분열만 가져올 미친 짓이라 아니할 수 없다”면서 “이는 마치 일제강점기에 일본어를 국어로 하고 창씨개명을 추진한 친일 세력의 모습을 오늘날 다시 보는 듯하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 금수강산을 파헤쳐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발상을 하는 천박한 개발지상주의자들과 전 국민을 미국의 신민화하려는 숭미 사대주의자들에게 국보 1호인 숭례문은 경고의 상징으로 무너져 내렸다”고 주장했다.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는 “민족도 역사도 문화도 안중에 없는 이명박 정부는 하늘의 뜻을 깨닫고 이제라도 잘못된 생각들을 버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정치적인 이유만으로 고집을 부려 망국의 길로 이대로 계속 치닫는다면 우리 국민은 수년 안에 숭례문 붕괴보다 더 큰 아픔을 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국어운동학생회는 1967년부터 전국 각 대학에서 우리말사랑과 한글만쓰기, 한말글이름 짓기 따위의 운동을 펼쳤던 교내 학생 단체의 연합모임이다.

 

이 모임의 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이봉원 회장은 1967년 서울대 심리학과 재학 당시 국어운동학생회를 결성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40년째 우리말 우리글을 지키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현재 영화감독과 방송작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다음은 이봉원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 이명박 차기 정권의 영어교육강화정책에 대해 한마디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미친 짓입니다. 우리말과 우리글(한글)로 온 국민이 별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는데, 왜 온 국민이 영어를 배우고 잘 해야 합니까?"

 

- 이명박 차기 정권의 영어교육강화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보는가?

"첫째, 우리의 얼과 국어와 한글이 상대적으로 업신여김을 받아 많은 상처를 입게 되겠지요. 일단 훼손된 그것들이 다시 회복하는 데는 그 수십 배의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둘째, 온 국민이 감당해야 할 엄청난 시간과 정력 그리고 금전의 낭비는 그대로 국력의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요.

 

셋째, 학생들은 모든 과목을 다 잘 배워야 하는데, 영어 위주의 교육 정책은 이러한 균형을 깨뜨리고, 절름발이 학생들을 사회에 내놓게 될 겁니다.

 

넷째, 사교육 시장은 더욱 번창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교육의 뿌리는 남들이 하는 것보다 내 자식을 조금 더 많이 그리고 조금은 다르게 가르치고자 하는 부모들의 욕망에 있습니다.  학교 영어 교육이 활성화된다고 해서, 사교육이 줄어들지는 않을 겁니다.

 

다섯째, 학교에서 새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의 영어를 가르칠 교사를 확보하거나 양성하는 데는 많은 재정 못지 않게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무리하게 시행하면 부작용이 엄청날 것이고,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의 교육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겠지요."

 

- 영어교육을 강화하자는 주장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견해도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영어 교육만 강화할 게 아니라, 그 전에 우리말 교육부터 강화해야 합니다. 외국어 실력도 우리말 실력이 좋아야 향상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 그렇다면 학교에서 영어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중학교 때까진 기본 영어(일상 회화와 간단한 문장을 읽고 쓰기) 습득 위주로, 현재의 영어 교육의 목표와 방법을 보완 수정하고, 고등학교 때부터는 인문계 대학 진학자나 영어가 중요한 분야에 진출할 학생들에게만 좀더 집중적인 교육을 해야 합니다."

 

- 대통령의 국어정책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가?

"국어기본법에 충실하게 국어정책을 수립해서 집행하면 됩니다."

 

-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 또는 촉구, 또는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

"온 국민이 영어를 잘하는 나라가 잘 산다는 생각을 접고, 대통령부터 영어보다 우리말을 사랑하고, 맞춤법도 잘 익혀, 자주문화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말글살이의 모범을 보여 줘야 할 것입니다."

 

- 대운하 건설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어떻게 보는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왜 대운하가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기울여서, 수백 년이 걸려도 회복할 수 없는 환경 파괴나 경제 손실 따위의 국가 재앙을 피하는 용단을 당장 내려야 합니다."

 

- 대운하를 건설할 경우 문화적인 측면에서 어떤 문제점이 나온다고 보는가?

"우선 개발지상주의의 잘못된 풍조가 이 나라를 휩쓸까 걱정입니다.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조상의 문화재들이 파괴되거나 망실될 우려 또한 큽니다."

 

-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이경숙 위원장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을텐데.

"영어몰입교육 같은 것은 우선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대학에서 먼저 충분히 시행해 보고 나서 나중에 그 결과를 놓고 주장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외국어와 외래어가 어떻게 다른지에 관해서도 공부하셨으면 합니다."

 

- 그밖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온 국민에게 영어 쓰기를 강요하는 듯한 새 정부의 영어 정책은, 마치 일제강점기에 우리말 대신 일본어를 써야 하고 성과 이름까지 일본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친일파들의 반민족적인 행위를 연상시킵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겠지만, 그런 오해와 느낌이 들지 않도록, 새 정부는 지금 추진하고 있는 영어교육 강화 정책을 재고하시기 바랍니다."

 

[밝힘글]  새 정부에 경고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영어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도 없고 국력의 낭비와 국론의 분열만 가져올 미친 짓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는 마치 일제강점기에 일본어를 국어로 하고 창씨개명을 추진한 친일 세력의 모습을 오늘날 다시 보는 듯하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 금수강산을 파헤쳐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발상을 하는 천박한 개발지상주의자들과 전 국민을 미국의 신민화하려는 숭미 사대주의자들에게 국보 1호인 숭례문은 경고의 상징으로 무너져 내렸다.

 

민족도 역사도 문화도 안중에 없는 이명박 정부는 하늘의 뜻을 깨닫고 이제라도 잘못된 생각들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치적인 이유만으로 고집을 부려 망국의 길로 이대로 계속 치닫는다면 우리 국민은 수년 안에 숭례문 붕괴보다 더 큰 아픔을 안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지금 이런 일들을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그대들의 이름을 두고두고 기억하리라. 겨레의 이름으로 반드시 심판하리라.

 

2008년 2월 13일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대한민국을 작은 미국으로 만들 셈인가

두 번째 맞는 한글날 국경일에 밝히는 한글 단체장들의 시국 성명서

때 : 2007년 10월 9일 (화요일) 오전 11시

     한글학회 한글날 기념 행사 중에 발표

곳 : 한글회관 얼말글교육관

 

오늘 우리는 국경일로 된 뒤로 두 번째 한글날을 맞게 되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 날을 제정하고 지켜 온 수많은 선각자의 숭고한 뜻에 고개 숙이면서, 우리말글이 처한 참담한 현실에 대해 커다란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국제화, 세계화 흐름을 빌미로 영어(미국말) 숭배의 돌림병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대학은 미국말로 하는 강의를 자랑으로 삼고, 교육부는 머잖아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영어 교육을 하리라고 한다.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에서도 영어 몰입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기초 행정 단위인 ‘동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명칭을 바꾸고 있다. 기업은 미국말로 회의를 열고, 미국말 잘하기를 능력의 잣대로 삼는다.

 

여러 지자체는 영어 마을, 영어 도시 꾸미기 계획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이미 거리의 간판에 미국말만을 쓰도록 강제하는 지자체가 있고, 그러다 보니, 아파트 이름, 상품 이름, 가게 이름, 회사 이름에도 우리말로 된 것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제 미국말은 우리 사회에서 한 개인의 장래를 보장하는 수단을 넘어 가족 해체를 무릅쓰고서라도 추구해야 할 가치가 되었다. 한문 숭배, 일본말 식민지에서 해방된 지 몇 해나 됐다고, 이제 제 발로 걸어가 미국말 식민지가 되려 하는가? 

 

말이란 그것이 쓰이는 구체적 맥락을 떠나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영어가 쓰이는 환경을 위해 영어 마을이나 영어 도시를 만든다는 발상 역시 미국말이 쓰이는 구체적 상황 속에서 미국말을 배우면 효과적일 것이란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다시 말해 미국적인 삶의 방식과 그들의 문화를 답습하여, 우리나라를 작은 미국이 되게 하자는 사대주의에 다름 아니다.

 

작은 미국이 되는 것이 결코 우리 문화가 나아갈 목표는 될 수 없다. 옛날 선비들이 자랑스럽게 여겼던 작은 중화가 오늘날 우리에게 부끄러움이듯이, 작은 미국은 우리 시대가 만드는 또 하나의 부끄러움이다. 작은 중화가 우리 문화를 끊임없이 부정하고 한족 문화 흉내내기로 우리를 떠밀었듯이, 오늘날의 국제화, 세계화는 우리를 끝없이 미국 흉내내기로 내몰고 있다. 남의 것을 무턱대고 물리치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삭이어 옹근 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바탕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 무턱대고 남을 흉내내는 것은 스스로 모욕을 부르는 일이다. 작은 미국 만들기로는 존경은커녕 조롱만 당하고 말 것이다. 작은 미국 만들기는 우리 삶을 스스로 부정하고 모욕하는 것이다.

 

우리말은 우리 겨레가 반 만년 역사의 삶에서 문화 활동이 낳은 결과물이다. 그 낱낱의 말은 다 무수한 우리 조상이 잇고 이어 보태고 다듬어서 오늘날 우리에게 물려 준 거룩한 보배이다. 우리는 이 말을 떠나서는 하루 한때라도 살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말과 글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곧 우리 삶과 역사에 대한 믿음이요 사랑이다. 우리는 자라나는 세대가 우리말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갖기도 전에 미국말 배우기로 내몰리는 이 개탄스러운 현실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한글날을 제정하고 지켜 오신 선열들의 뜻을 받들어, 우리 말글의 발전을 막고 겨레 문화를 크게 훼손하는 오늘의 이 영어 광풍을 온몸으로 막으려고 한다. 뜻있는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호소하는 바이다. 한 겨레의 말은 곧 그 겨레의 얼이요, 삶이고, 문화이자 역사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장과 결의]

 

1. 우리말과 한글이 살아야 우리 얼과 문화가 살고 국력도 커진다.

2. 오늘날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어 광풍 현상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기에 잠재워야 한다.

3. 영어 광풍을 조장하는 중앙 정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대학 모두 각성하고, 특히 정부는 말글 사랑의 정신을 받들어 영어 광풍을 잠재울 방안을 마련하라.

4. 영어는 중학교에서부터 가르치고, 필요한 사람이나 열심히 배우고 익히게 하자.

5. 우리말글을 더욱 사랑하고 발전시켜, 모든 국민이 영어에 주눅 들지 않고도 떳떳하게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

6. 아울러 저희 한글 단체장 일동은 외국 문화 (한문) 숭배의 오랜 인습을 없애자는 뜻에서, 저희가 평생 써 온 한자 이름을 한글로 바꾸는 개명신청서를 관할 법원에 제출한다. (한자 이름에서 한자만을 떼어버리는 것임.)

 

2007년 10월 9일

 

한글학회 회장 김승곤

외솔회 회장 김석득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박종국

국립국어원 원장 이상규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이끔빛 이봉원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이대로


태그:#영어몰입교육, #국어, #우리말, #국어순화운동, #숭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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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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