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고기는 어떤 맛일까. 동해안 여행의 색다른 맛은 이색적인 먹거리다. 가는 곳마다 색다른 먹거리가 있다. 그 중에서 아주 특별한 맛은 '고래고기'다.
요즘들어 고래가 잡혔다는 뉴스가 부쩍 많아졌다. 고기 떼를 쫓다가 정치망에 걸린 고래의 '부고'다. 이들 뉴스는 한결같이 이렇게 써있다.
'OO씨 정치망에 고래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 해경에 신고. 해경은 고래에 특별한 상처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일부러 잡은 것은 아니라고 보고, 발견자에게 인계 경매에 부칠 예정.'
이렇게 고래를 잡은 어부들은 '로또 맞았다'고 좋아한다.
밍크 고래는 보통 한 마리에 1000만원이 넘으니 어민들에게는 뜻하지 않은 횡재다. 경매에 부쳐진 고래는 다시 어시장에 먹거리로 나온다.
사고사한 고래에겐 미안하지만, 어부들에겐 '로또'
가자미·광어·대게 등 자연산 먹거리를 늘어놓은 활어통만 보다 보면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먹거리다. 간판도 없이 조그만 가판대에 비닐로 덮어 놓고 호객행위도 하지 않으니 관광객들은 모를 수밖에.
장사하는 아낙이나 어부들만이 단골로 정해두고 고래고기를 먹는다. 몇년을 동해안 항포구를 돌아다녔지만 눈에 띈 곳은 묵호항과 삼척항 두 곳뿐이다. 그나마도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삼척항 1호집은 최근부터는 팔지 않는다.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주인아저씨가 아들에게 물려주고 집에서 알음알이로 찾아오는 이들에게만 팔고 있다.
고래고기 삶는 냄새를 주변 상인들이 싫어해서 당분간은 팔지 않는다고 한다. 자리가 잡히는 대로 팔겠다고 한다. 아마도 사람이 바뀌니 주변의 텃세가 심한가 보다. 2007년 10월까지만 해도 고래고기를 팔았다.
재래시장 뒷골목 소머리 국밥집처럼 고래 고기를 부위별로 삶아놓고 손님이 원하는 부위별로 잘라서는 저울에 달아 팔았다.
검은색 가죽과 연한 갈색의 비계 그 끝에 붙은 살점. 구불 구불한 내장. 보통은 돌고래 고기가 가장 흔했다. 먹어본 경험이 없으니 주인이 추천하는 대로 살 수 밖에. 1㎏에 3만원으로 소고기보다 훨씬 비싼 값이다.
소고기보다 훨씬 비싼데, 대체 이걸 무슨 맛이라고 해야 할까? 무슨 맛이라고 해야할까? 소나 돼지 내장처럼 데워서 소금을 찍어먹으면 기름이 입가에 묻어나며 진한 맛에 특이한 향이 난다.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절대 먹지 못할 것 같고 냄새만 맡아도 얼굴을 찡그릴 그런 맛. 예민한 사람은 냄새만 맡아도 피해갈 것 같다.
호기심에 고래고기를 먹어본 뒤부터 삼척을 지날 때는 그 맛에 끌려 자주 찾곤 했다. 이제는 옛 주인 아저씨집 냉장고에 꽁꽁 얼어있다. 밍크 고래를 한 마리 사서 저장해 두었단다. 맛난 부위는 다 팔리고 터벅한 살이 많아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먹으라고 조언한다.
묵호항에 갔던 날 우연찮게 고래고기를 파는 곳이 눈에 띄었다. 생선회와 매운탕을 먹고 돌아서는 길에 고래고기를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어부들 사이에 끼어 아주 특별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었다. 돌고래 고기다.
덧붙이는 글 | 최원석 기자는 자전거포(http://www.bike1004.com)를 운영하며 강원 영동지방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