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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잔치, 기대 돼요!

"선생님! 옷은 뭘 입어야 해요? 저하고 저희 가족들이 모두 갈 거예요. 아주 기대가 돼요".
"제 조카하고 갈 거예요. 정말 한복도 입어보는 거예요?"
"이번에 세배하는 법 배워서 장인 어른께 세배할 거예요".

설날 잔치에 대한 안내 이메일이 나가자 설날 잔치에 참석하겠다고 하면서 보내온 학생들의 이메일 내용이다. 특별히 윷놀이에 대한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 사람들에게 진정한 한국의 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했다.

기부받은 한복으로 멋지게 차려입은 외국 학생들
▲ 어드로이트 칼리지 설날 잔치 기부받은 한복으로 멋지게 차려입은 외국 학생들
ⓒ 구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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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중국 설이 아주 크게 치러지기 때문에 음력설을 알고 있는 미국인들은 대부분의 중국 설로 알고 있기 마련이다. 미국 내 특히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중국인들의 영향력이 큰지라 대규모 퍼레이드를 한다든지 큰 행사를 개최한다든지 하여서 음력 설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갖고 있지만 한국인들도 독특한 설날 문화가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이곳 로칼 한국 TV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와서 설날 잔치를 준비하는 광경에서부터 떡국 먹는 광경, 한복 입어보는 장면 그리고 윷놀이하는 정경까지 취재해 가기도 하였다.

제 한복을 준비할 거예요

이번 학기에 처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백인 여학생 권지연씨는 한국 드라마의 대단한 팬이다. 이제까지 미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동양인들이 많았던 것에 비해서 권지연씨는 전형적인 20대의 미국 여자분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한국 드라마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권지연씨는 '대장금'이나 '겨울연가',  '풀하우스'는 물론이고 '해신', '대조영' 등 사극까지 섭렵하였고 지금은 '대왕 세종'을 한 회도 빠짐없이 시청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의 마니아라고 할 수 있다.

난생 처음 한복을 입어보고 난생 처음 던져본 윷가락들이다.
▲ 윷놀이에 몰두한 참가자들 난생 처음 한복을 입어보고 난생 처음 던져본 윷가락들이다.
ⓒ 구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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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지연씨가 이번 설날 잔치에 조카와 함께 참석을 했다. 특히 지연씨는 한복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하였는데, 난생 처음 입어본 한복의 매력에 푹 빠져서 자신의 한복을 마련하겠다고도 하였다.

뜻있는 분들의 도움으로 본교에는 외국 학생들이 입어볼 수 있도록 기부해주신 한복들을 구비하고 있는데 매년 설날 잔치와 추석 잔치에는 학생들이 한복을 입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그런데 남자 한복은 구할 수가 없어서 남학생들은 입어보는 기회를 갖지 못 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가족 중에 아무도 한국과 관계가 없는데도 한국어를 좋아하고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아들에게까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가르치는 강노성씨는 부인과 두 아들과 함께 설날 잔치에 참석하였다. 한복을 고르는 시간에 한복 치마 하나가 안 보여서 찾고 있었는데, 키가 큰 강노성씨의 부인이 가장 짧은 빨간 치마를 골라서는 서양 치마처럼 허리에 두르고 있어서 몰랐던 것이었다.

다행히 참석한 사람들에게 한복 크기가 대충 맞아서 여자들은 하나씩 입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고름을 매는 것이 난관이었다. 그래서 고름 매는 법을 직접 보여주며 설명하여서 이제는 제법 한복의 고름 모양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한복을 입은 후에는 세배하는 법을 배웠는데 남자들은 남자 절을, 여자들은 여자 절을 배워서 세배를 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특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길고 어려운 말도 곧잘 읊조릴 수 있게 되었다.

'윷이요!' 윷놀이의 기원까지 배우고 말을 놓는 법까지 배운 후에 신나게 윷놀이를 즐겼다.
▲ 윷놀이 '윷이요!' 윷놀이의 기원까지 배우고 말을 놓는 법까지 배운 후에 신나게 윷놀이를 즐겼다.
ⓒ 구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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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이 넘는 전통의 윷놀이

떡국을 먹고 한복을 입고 세배를 한 후에는 모두 함께 모여 윷놀이를 하였는데, 윷놀이를 하기 전에 1000년이 넘는 윷놀이의 유래에 관한 설명을 해 주었다. 사실 한국 사람들도 윷놀이를 많이 하고 있지만 이 윷놀이가 삼국시대때부터 시작된 놀이이며, 각각 '도'는 '돼지'를, '개'는 '개'를, '걸'은 '양'을, '윷'은 '소'를, '모'는 '말'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1000년 이전부터 시작된 놀이라는 사실에 놀란 참가자들은 윷놀이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였고, 특히 '걸'은 영어의 'girl'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여서인지 아주 잘 기억하기도 하였다.
아빠를 따라온 강노성 씨의 아들도 자기가 직접 던져서 '윷'이 나와서 사람들에게 큰 재미를 주기도 하였다.

윷놀이에 이긴 팀에게는 판소리 CD를 주었고, 다른 팀들에게도 작은 선물로 설날 선물을 대신하기도 하였다. 윷놀이를 하면서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윷놀이라는 놀이를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한복을 입고 윷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니 반은 한국 사람이 다 된 듯 보였다.

입양아인 아영씨도 중국인 선아 씨도 옷고름 매는 법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 한복 입어보기 입양아인 아영씨도 중국인 선아 씨도 옷고름 매는 법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 구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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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명절 증후군

이틀에 걸쳐 설날 잔치를 세 번 치르는 바람에 남편이나 나나 모두 몸살이 나서 꼼짝을 못 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들의 작은 노력으로 미국에서도 한국의 설을 지낼 수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은 뿌듯했다.

추석이 되면 송편 반죽하고 설날에는 떡국 준비에 한복 손질에 힘이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미국 사람들이 미국에서 한국 명절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행복한 명절 증후군을 앓을 준비가 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 ‘<명절, 남편들도 두렵다구요> 응모글



태그:#명절, #설날, #한국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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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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