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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한국 이름을 갖게 된 한경민, 태진아, 김경태, 강명철, 윤병로, 권지연, 유영기, 강노성, 이명진, 황영정, 인태영 씨 - '직지' 홍보물 관람 후 직지 홍보물을 들고 찍은 사진
▲ 2008년 겨울학기 초급반 학생들 난생 처음 한국 이름을 갖게 된 한경민, 태진아, 김경태, 강명철, 윤병로, 권지연, 유영기, 강노성, 이명진, 황영정, 인태영 씨 - '직지' 홍보물 관람 후 직지 홍보물을 들고 찍은 사진
ⓒ 구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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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래가 좋아요", 태진아씨

"저의 애창곡은 태진아의 '동반자'예요. 저는 제 한국 이름을 '태진아'로 하고 싶어요."
"제 여자 친구가 'storm'이라는 뜻의 한국 이름이 좋다고 했어요. 그게 뭐예요?"
"아, 태풍이요. 그럼 스테판씨는 한국 이름을 '강태풍'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매 학기 새로운 학생들에게는 한국 학생이 아니더라도 한국 이름을 지어주곤 하는데, 그때마다 선호하는 이름이 있는지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 이름이 있는지를 물어보곤 한다. 보통 그런 이름이 없다고 할 때에는 학생들의 영어 이름의 자음을 따서 한국적으로 만들곤 한다.

수업 시간에는 항상 그 이름을 사용하고 숙제나 시험지에도 자신의 영어 이름과 함께 적도록 하곤 한다. 그렇게 첫 시간에 한국 이름을 지어주면 학생들의 신기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학기말에 수료증을 받을 때에도 난생 처음 가져본 한국 이름이 쓰여진 수료장을 보면서 상당히 뿌듯해 하기도 한다.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들이 바로 친구나 배우자가 한국인인 것과 한국 드라마나 한국 가요를 좋아해서 그 내용들을 한국어로 이해하고 싶다는 이유이다. 요즘 청소년들도 알기 힘든 '들국화'의 '행진'을 읊조리면서 가수 전인권씨의 곱슬머리까지 설명하는 태진아씨가 바로 여기에 속하는 사람이다.

태진아씨는 한국 가요들을 좋아하여 최신식 노래방 기계까지 집에 갖춰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한국 노래를 부르는 덩치 큰 미국 아저씨다. 매 학기 말에는 한국 식당에 가서 함께 식사를 하고 그 후에는 노래방에 가곤 하는데, 이번 학기말에는 순신씨가 자기 집에 초대를 하여 노래방에 가지 않고도 한국 노래들을 맘껏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안주까지 꿰고 있는 하순신씨

한국에서 온 유학생 친구들이 많은 에릭씨는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따서 '순신'이라는 이름을 원한다고 했다. 순신씨는 정식으로 한국어를 배워본 적이 없지만 많은 한국 유학생들과 어울리면서 '닭모래집'이나 '번데기탕' 등 걸쭉한 안주 이름까지 다른 학생들에게 소개해 주는 백인 학생이다.

순신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사람이 한국에서 한 10년은 살다 온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놀랍게도 순신씨는 한 번도 한국에 가 본 적이 없는 학생이다.

김경태씨는 부인의 성씨인 '김'을 따고 영어 이름에서 자음을 따서 김경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필자의 산문집에도 등장했던 유대봉씨 역시 부인의 성씨인 '유'에 밥 두와트(Bob Dewart)에서 각각 자음을 따서 '대봉'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인데 보는 사람들마다 유대봉씨의 듬직함과 아주 잘 어울린다는 말들을 하곤 한다.

한국 이름을 만드는 이유

이렇게 한국 사람도 아닌 사람들한테 한국 이름을 붙여주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문장 안에 영어 이름을 넣으면 어색하고 학생들도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학생들이 가장 우스워하는 이름이 있는데 한국어 책에 표기된 '마크(Mark)나 스티브(Steve)'가 그 예이다. 다른 한국 단어들은 잘 읽다가도 '마크'나 '스티브' 등의 한국어로 쓰여진 미국 이름 앞에서는 한창 고민을 하다가 발음을 하고, 그것이 바로 미국 이름들을 가르치는 말임을 알아채고는 한바탕 웃음을 웃곤 한다.

또 한 가지 한국 이름을 붙여주는 이유는 바로 주변에 있는 한국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더욱 친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 이름을 갖게 됨으로 한국어 공부에 더욱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은 학생들의 한국 이름은 잘 기억하는데 정작 그들의 미국 이름은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어서 학생들이 전화로 자신의 미국 이름을 대면 누구인지 바로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학기에도 한국을 알고 싶어하고, 한국을 좋아하며 비 한국인이지만 한국 이름을 가진 고마운 학생들이 본교를 찾았다. 그들의 한국 이름이 그들에게 한국을 더욱 가깝게 느끼도록 해 주리라고 믿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코리아나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어, #한국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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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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