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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는 크게 두 곳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실리 섬의 서쪽에 위치한 '셰브첸코' (축구선수 셰브첸코 이름을 딴 것은 아니고, 시인 타라스 셰브첸코 이름을 따지 않았을까 싶어요) 기숙사와 섬의 북서쪽에 위치한 '카라블'기숙사가 그것인데, 셰브첸코에는 정규교환학생들과 러시아출신 인문대 아이들이 함께 살고, 카라블에는 대부분 외국인 단기연수생이나 어학연수생들이 살게 됩니다. 규모나 시설은 카라블이 훨씬 앞서지만, 셰브첸코에서는 러시아인들과 외국인들이 가족처럼 어울려 지내기 때문에 오히려 인기가 더 좋습니다.

 

저 역시도 셰브첸코에 있는 기숙사에서 살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낙후한 건물 가장 낙후한 방에서 살았어요. 제 대만룸메이트는 늘 'hell of the hell' 이라고 표현하곤 했지만, 좋은 친구들을 참 많이 사귈 수 있어서 떠날 즈음엔 그야말로 heaven처럼 느껴졌답니다.

 

 

일단 바실리섬으로 들어가는 버스나 마르슈르트카를 탄 후에, 발쇼이 프라스펙트를 지나,

스례드니 프라스펙트에서 내립니다. 그러면 위의 사진처럼 '우골느이 인스티튜트(광산대학)' 기숙사가 먼저 보이는데,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면 바로 '셰브첸코 울리차(거리)' 입니다. 해질 무렵이라 석양이 제법 예쁘네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10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수상도시입니다. 때문에 '북방의 베니스'라는 별칭을 갖고 있지요. 그 중 바실리섬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이 위치한, 가장 규모가 큰 섬입니다. 2006년 11월에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 페테르부르크의 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거주지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시내와 가까울 뿐 아니라, 대학과 기숙사 등이 몰려있어 가장 쾌적한 '주거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바실리섬 곳곳에은 이처럼 넓은 공원이 있어서, 근처 주민들이 강아지들을 데리고 산책하거나, 조깅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 사람들 역시 고양이나 개를 참 좋아해서 주택가 곳곳에는 애견용품점이 즐비하답니다. 작은 강아지 중에는 닥스훈트를 많이들 키우는데,(오죽하면 최대통신사 인 '비라인(Beeline)' 심볼로도 쓰일 정도입니다) 대부분은 송아지만한 개들을 키웁니다. 도둑 들 걱정은 정말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연금생활자 노인분들께서 개들을 많이 키우시는데, 경제적으로 적잖이 부담이 될 텐데도 불구하고 그러시는 걸 보면 정말 많이들 쓸쓸하신 것 같아요.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해서, 셰브첸코가에 들어섰습니다. 제일 먼저 이발소가 보이는데, 저에게는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추억을 만들어 준 곳입니다. 석달이나 머리 안 자르고 버티다가 어쩔 수 없어서 자르러 갔는데, 아이들이 완성된 머리를 본 순간 다들 '레고(LEGO)'라고 놀려댔더랬죠. 그냥 묶고 다닐 걸 그랬습니다.

 

 

 

한 블럭쯤 더가면 '피쵸라치카' 라는 수퍼마켓 체인점이 보입니다. 요즘 러시아를 휩쓸고 있는 유통체인인데, 다양한 할인행사가 많아서 사람들에게 인기입니다. 점포수가 가히 폭발적으로 늘고 있죠.

 

된장찌개 끓일때 자주 이용했던, 홍합 팩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피쵸라치카에서는 모든 상품에 할인카드를 만들었을 경우와 안 만들었을 경우, 두 가지의 가격을 적어 놓습니다. 절반 정도의 상품은 카드소유여부에 따라 1~10루블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교환학생들 역시 꼭 하나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 50루블(2천원정도)만 내면 즉석에서 만들어 줍니다.

 

 

즐비한 술들. 러시아인들도 정말 술 좋아하지요. 맥주, 보드카, 와인, 위스키. 그야말로 없는게 없습니다. 맥주는 값도 싸고 맛도 괜찮은 편입니다. (참고로, 물값이 맥주값보다 비싸요)

 

 

피쵸라치카 바로 맞은편에 드디어 기숙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앞에 있는 건물은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서 쾌적한 시설을 자랑하는 '그들의' 기숙사, 뒤에 있는 건물은 여전히 리모델링 중이지만, 여전히 암울한 시설을 자랑하는 '우리' 기숙사 입니다. '국립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2번 기숙사' 라는 명패가 보입니다.

 


태그:#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기숙사, #바실리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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