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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억울한 마음이 없지는 않으나 아이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이경수-가슴으로 크는 아이들>(푸르메,2006) 19쪽

 

 “그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를 써도 나쁘지 않지만, “그럴 수 있습니다”라고만 쓰면 더 좋고, “그럴 수 있겠습니다”로 써도 좋습니다.

 

 ┌ 아이 입장에서는
 │
 │→ 아이가 보기에는
 │→ 아이가 생각하기에는
 │→ 아이가 느끼기에는
 │→ 아이 생각에는
 │→ 아이 눈길에는
 │→ 아이로서는
 │→ 아이는
 └ …

 

한자말이라고 해서 딱히 싫어하지 않습니다. 한자말을 굳이 안 쓰려고 하는 마음도 없습니다. 써야 할 말은 씁니다. 쓸 까닭이 없으면 안 씁니다. 그리고 제 느낌과 생각을 제 나름대로 담아내지 못하게 하는 말도 안 씁니다. 저마다 다 다르게 생각하고 느낄 텐데, 적잖은 한자말은 우리들 다 다른 생각과 느낌을 판에 박은 듯이 두루뭉술하게 흐트려 놓기도 해서 안 씁니다.

 

보기글에는 ‘입장’이라는 말이 보입니다. 이 ‘입장’은 ‘순화대상 낱말’이 된 지 오래라,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이 말을 안 쓰려고 애쓰는 분도 많은데, 이런 움직임을 못 느끼거나 모르는 분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말을 바르게 쓰자는 이야기를 글로 쓰거나 말로 읊는 분들은 “‘입장’이라는 말 좀 쓰지 맙시다” 하고 늘 되풀이합니다.

 

뭐, 이 ‘입장’은 일본 한자말이고 여러모로 얄궂다고 하는데, 그 얄궂음을 넘어서 제가 이 말을 안 쓰는 까닭이 있습니다. 바로 ‘저마다 다 다르게 자기 생각과 느낌을 나타내지 못하도록 가로막’거든요.

 

저는 일곱 가지로 풀어 보았습니다. 더 풀어 볼 수 있어요. 열 가지든, 스무 가지로든 얼마든지 다르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그때그때 다르거든요.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고요. “아이가 보기에는 그럴 수 있다”고 말해도 좋고 “아이가 느끼기에 그럴 수 있다”고 말해도 좋습니다. “아이로서는”이나 “아이는”만 써도 괜찮아요. “아이 생각에는”이나 “아이 눈길로는”이나 “아이 눈높이로는”이나 “아이 마음으로는”을 써도 좋습니다. “아이가 받아들이기에는”을 써도 어울리고, “내가 아이였다고 해도”라 해도 잘 들어맞습니다.

 

그러나 ‘입장’이라는 말을 쓰면 죄 막히고 맙니다. 저마다 다 다르게, 그러니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말이 막히고 말아요. 이러니까 ‘입장’이라는 한자말을 안 씁니다. 이 ‘입장’처럼 우리 말문을 막고 자유롭게 풀려나가는 말길을 뚝 끊어 버리는 한자말을 싫어합니다. 거스르려 합니다. 몰아내려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태그:#한자말, #우리말, #우리 말,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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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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