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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슨버그의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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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해리슨버그의 다운타운 큰 길가. 담요를 깔고 이불을 뒤집어 쓴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두툼한 코트와 방한 모자, 장갑을 낀 어른들과 눈만 빼곰히 내놓은 아이들의 모습도 자주 보인다.
 
시내 주요 간선도로를 따라서 이렇게 중무장을 하고 자리를 잡은 이들은 누구일까? 노숙자들이 단체로 모여 시위라도 벌이는 것일까. 
 
오, 천만에.
 
이들은 미국의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나온 시민들이다. 간이 의자에 앉아 꽃이불을 덮고 뜨거운 커피를 홀짝거리는 이들은 3도의 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즐기기 위해 나온 것이다.
 
"(퍼레이드 시작) 한 시간 반 전 부터 일찍 나왔어요. 주차문제도 해결하고 잘 보이는 자리에 앉으려고요. 밥이요? 의자로 자리를 찜해두고 밖에 나가서 피자로 저녁을 해결했어요. 오늘 밤 퍼레이드에 우리 아들도 제설차를 타고 참가해요."
 
여섯살 난 아들을 둔 행복한 부부, 티나(40)와 스티븐 로이드다. 
 
"아들 손에 캔디 봉투도 들려 보냈어요. 저희처럼 구경나온 사람들에게 나눠주라고요."
 
 
지난 7일 금요일 밤,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부는 미국 버지니아 주 해리슨버그. 아담하고 조용한 이 도시가 갑자기 부산스러워졌다. 많은 사람들이 연례 행사로 벌어지는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즐기기 위해 나왔기 때문이었다. 
 
겨울 코트와 담요로 무장한 이들은 퍼레이드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자리를 잡고 담소를 나눴다. 어린 아이로부터 나이 든 어른에 이르기까지 3대가 총 출동한 가족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고 피가 끓어오르는 한창 때의 젊은 커플들도 많이 보였다. 특히 이들 젊은 연인들은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꼭 붙어서 열렬한 키스를 주고받기도 했다. 
 
 
"아, 저기 온다."
 
웅장한 밴드 소리와 함께 멀리서 오토바이 불빛이 번쩍거렸다. 경찰 선도 차량을 시작으로 성조기와 해리슨버그 시 기(旗)를 든 기수대가 보무도 당당하게 시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환호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어지는 90개 팀의 아름다운 퍼레이드.
 
 
퍼레이드의 첫 입장은 제임스메디슨 대학교의 마칭밴드였다. 400여명으로 구성되어 웅장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이 대학 마칭밴드인 '로얄듀크스'는 댄스팀과 함께 퍼레이드의 개막을 알렸다.
 
마칭밴드팀에 이어 빨간 불자동차, 1930년식 시보레 스트리트로드, 수많은 전구로 장식된 제설차, 세상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 트리를 실은 트럭,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도배가 된 트랙터, 수십 명의 산타클로스를 태운 버스 등 세상에 있는 모든 크리스마스 차량들이 총 출동했다.
 
그런데 차량 뿐만이 아니었다. 퍼레이드에는 크리스마스 패션으로 화려한 꽃단장을 한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고, 말, 노새, 개, 고양이 등과 더불어 '동물농장' 퍼레이드를 벌인 농부들도 선을 보였다. 이날의 행복한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사진으로 살펴보자. 
 
 
 

 
 
바람도 차고 기온도 영하에 육박한 추운 날의 퍼레이드였지만 아기 예수 탄생을 알리는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안겨 주었다. 
 
아름다운 퍼레이드를 지켜보면서 구경나온 사람들이나 직접 퍼레이드에 참가한 사람 모두 이렇게 기원했을 것이다.
 
'하늘에는 영광, 땅위에는 평화, 사람들에게는 사랑과 행복이 깃드는 멋진 크리스마스가 되길….'

태그:#크리스마스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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