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 주최 '제2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정원일 시민기자는 서울대학교 법학과 2학년에 재학중입니다. [편집자말]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불타는 지구’로 형상화한 그림.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불타는 지구’로 형상화한 그림.
ⓒ dailytimes.com

관련사진보기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문제로 지구촌이 들썩이고 있다. 당장 지난 11월 이라크 파병, 지구 온난화가 쟁점으로 부각된 호주 총선에서는 기후변화 문제에 미온적이었던 하워드 전 총리의 보수당이 노동당에 패배해 실각했다.

호주만의 일이 아니다. IPCC(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는 올 들어 이미 세 차례 보고서를 발표,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이에 따르면 2050년 내에 세계 인구의 1/3이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전 세계 생물종 상당수가 멸종하며, 해안 도시들은 침수 위기를 맞고, 남극·북극의 빙하지역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지구에 1만 년 전 같은 빙하기가 닥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은 '에너지 소비'다. 화석연료 연소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가 되는 것.

대학들도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강의와 연구·거주 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들어서 있어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학들은 얼마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을까.

[에너지 소비량] 나무 130만 그루 심어야 정화될 규모의 이산화탄소

이에 국내 대학들이 지구온난화 진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분석하기 위해 에너지관리공단에 '국내 대학 2006년 에너지 사용량 통계'를 요청했다.

국내 75개 대학들의 에너지 소비 총량은 39만7130TOE를 기록했다.
 국내 75개 대학들의 에너지 소비 총량은 39만7130TOE를 기록했다.
ⓒ 정원일

관련사진보기


이에 따르면 전국 75개 대학이 한 해 에너지 사용총량은 39만7130TOE(1TOE는 석유 1톤을 연소했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량)이다.

'탄소배출계수'로 보면, 대학들은 한 해 35만3000톤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해마다 국제규격 축구장 875개 넓이의 숲을 만들어 130만 여 그루의 잣나무를 심어야 온전히 흡수될 수 있는 양이다.

이같은 수치는 공단에 자료를 제출한 대학에서만 만든 이산화탄소다. 2007년 3월 기준으로 2년제 이상 전국 대학 수는 327개이니,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별 '소비순위'] 서울대 단연 1등... 서울대 병원 합치면 전국기관 중 1위

에너지관리공단은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들어 대학별 통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좀 더 자세한 통계를 얻고자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소속 이성권(한나라당) 의원실에 관련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

어렵게 건네받은 자료에는 국내 각 기관·단체들의 2006년 에너지 소비 통계가 1위부터 190위까지 순위별로 망라돼 있었다. 이 역시 에너지관리공단이 작성했다.

국내 에너지 다소비 건물 1위부터 190위까지 가운데서 '학교'로 분류된 기관은 23군데. 모두 4년제 대학교였다. (이 통계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연구시설'로 분류됐지만 학부 과정이 개설, 사실상 대학의 기능을 하고 있음을 감안해 대학으로 분류했다.)

국내 대학들의 학교별 에너지 소비 현황을 사용량 기준 1위부터 20위까지 표로 정리했다.
 국내 대학들의 학교별 에너지 소비 현황을 사용량 기준 1위부터 20위까지 표로 정리했다.
ⓒ 정원일

관련사진보기



이들 '순위권' 24개 대학들은 사용량으로는 전체 기관·단체 사용총량(174만6203TOE) 가운데 13.8%(24만1859TOE)를 차지했다. 또한 에너지관리공단이 집계한 75개 대학 에너지 사용량 전체의 60.9%를 이들 대학이 소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대학 가운데 에너지 소비 1위를 기록한 곳은 서울대(2만9870TOE)였고, 포항공대·연세대·KAIST·한양대가 그 뒤를 이었다.

통계에 따르면 고려대는 2006년 7824TOE를 사용해 국내 대학 가운데 15위로 기록됐지만, 기자가 고려대 측에 확인해본 결과 전력량이 잘못 기재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2006년 사용한 전력은 5만6535MWh였으나 해당 자료에 1만3910MWh로 나온 것. 축소신고가 있었거나 옮겨적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 사용량을 반영한다면 고려대의 에너지 사용량은 총 1만6998TOE로, 3위에 해당한다.

10위 안에 포함된 대학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캠퍼스의 규모가 큰 편이고, 각종 연구시설이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대는 전국 기관·단체 가운데서도 5번째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에너지사용량까지 합할 경우, 서울대는 2006년 총 5만5765TOE를 사용해 전국 기관·단체 가운데 1위를 기록한 인천공항(4만8349TOE)을 능가한다.

[원인①] 무분별한 '캠퍼스 확장', 지금 있는 강의실도 안 쓰면서

서울대에서는 현재 종합교육연구단지 건설이 한창이다. 공사부지로는 테니스코트 6면이 사용됐으며, 그 과정에서 체육교육과 등의 반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서울대에서는 현재 종합교육연구단지 건설이 한창이다. 공사부지로는 테니스코트 6면이 사용됐으며, 그 과정에서 체육교육과 등의 반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 서울대저널 자료사진

관련사진보기



이같은 결과에 대해 서울대 기술과에서 근무하는 박용석씨는 "캠퍼스 규모가 워낙 큰 데다가,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면서 연구소를 비롯한 각종 건물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대학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화여대는 올해 12월에 지하 6층 규모의 지하 캠퍼스를 완공할 예정이며, 연세대와 성균관대 등에서도 최근 들어 부쩍 건물 신축이 잦아졌다. 각 대학들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유치를 위해 앞다퉈 건물 신축에 나선 점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풀이된다. 이들 대학의 에너지 소비량은 최근 몇 년 동안 가파른 증가 추세에 있다.

무분별한 캠퍼스 확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임수진 환경정의 간사는 "대학들이 에너지 소비 감축에 힘써도 모자랄 판에, 녹지공간을 줄이고 건물들을 밀집시키는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호소하는 '공간 부족' 문제는 기존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신문>이 올해 5월 1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고려대의 2006년 강의실 사용률은 71%, 서울대는 51.1%, 연세대는 66.6%를 기록했다. 대학들이 '남아도는' 공간을 제쳐두고 새로운 건물들을 짓는 데 열중하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추가로 소비하는 것은 물론 생태계 파괴에도 앞장서고 있는 꼴이다.

[원인②] 대학 전기요금은 가정의 '반값'... 불 안 끄는 학생들

국내 75개 대학 2006년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75.1%는 전력 부문(138만7074MWh· 29만8220TOE)에서 발생했다. 에너지 소비 상위 24개 대학도 74.3%를 전력 부문에서 사용해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물론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얼마간의 전력 사용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겠지만, 국내 대학들 곳곳에서 전력이 심각하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동준(연세대 건축도시공학부 1학년)씨는 "수업 없는 강의실이나 사용자가 없는 전산실 컴퓨터도 늘 켜져 있다"며 "학생들이 캠퍼스에서의 에너지 절감 필요성을 별로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에너지정책전공)는 "현재 교육용 전기요금은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가정용 전기요금의 반값 정도에 불과하고 누진요금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다"며 현행 전기요금 체계의 허점을 짚었다. 교육기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나, 현행 요금체계가 대학들이 전력 사용을 통제할 유인을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대학들이 캠퍼스 내 열병합발전소 건설과 같은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수급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도 교육용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할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한해 부담하는 전기요금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력사용량 1위인 서울대는 87억 원, 2위 포항공대는 65억 원, 3위 연세대는 37억원 가량을 지난 2006년 전기요금으로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사용량 기준). 10위인 이화여대도 19억원 가량을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천문학적 액수의 전기요금은 대학들에게 심각한 재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해, 결국 '등록금 인상'이라는 형태를 통해 고스란히 학생들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인③] 효율 낮은 냉난방 방식도 '한몫'

제어가 불가능한 중앙공급식 난방 시스템으로 인해 상당수 대학에서는 빈 강의실을 덥히는 데 연료가 낭비되고 있다.
 제어가 불가능한 중앙공급식 난방 시스템으로 인해 상당수 대학에서는 빈 강의실을 덥히는 데 연료가 낭비되고 있다.
ⓒ 정원일

관련사진보기


대학들의 전체 에너지 사용량 가운데 전력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는 연료 사용으로 인해 발생된다.

조사 결과 국내 대학들은 주로 '제어장치 없는 중앙공급식 냉난방' 또는 '실별 개별기기를 이용한 냉난방'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방식 모두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자는 건물의 층별·구역별 통제가 불가능하고, 후자는 이용이 사용자의 임의대로 이뤄져 남용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박수교(한양대 경영학부 1학년)씨는 "우리 학교 강의실은 제어장치 없는 중앙공급식 난방이어서 수업이 없는 빈 강의실에도 난방이 된다"며 "학생들 입장에서는 편리하지만, 엄청난 자원 낭비"라고 덧붙였다.

개별 냉난방의 경우에는 보통 여름철에는 지나치게 낮은 온도를, 겨울철에는 높은 온도를 설정하는데다 사용자가 퇴실할 때 기기를 켜놓은 채로 떠나는 경우도 허다해 더욱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윤순진 교수는 "이미 관련법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공실 자동제어가 가능한 중앙공급식 냉난방'을 도입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새로 지어지는 건물들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선을 긋고, "부분적인 리모델링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 말고는 별다른 해법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국내 대학들에서 비효율적으로 이뤄지는 냉난방으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 낭비는 캠퍼스 구조적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인 셈이다.

[대학의 대응] 형광등 바꾸고 에어컨 요금 징수한 게 전부

이처럼 국내 대학 곳곳에서 무분별한 에너지 낭비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에너지 소비 감축 대책을 세우고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중앙대 전기과 관계자는 "현재 ESCO(매칭펀드 방식의 에너지절약 사업)를 통해 캠퍼스 곳곳에 산재해 있는 40w짜리 형광등을 32w짜리로 교체하는 중"이라며 "그 외에는 별다른 에너지 절감 대책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학 사정도 엇비슷하다. 에너지 소비량 기준 상위 10개 대학 조사결과 각 부문을 아우르는 통합 에너지 절약 대책을 수립해 시행 중인 대학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에서 올 들어 화장실 전구를 자동점등식으로 교체했고, 이화여대에서 교수연구실 에어컨 사용요금을 직접 징수하기로 한 것 정도가 그나마 눈에 띄었다. 연료 부문의 절감 대책은 전무했다.

이미 국제사회는 지구 온난화로 초래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12월 3일, 그동안 구속력이 약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현행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을 제정하기 위해 세계 각국 환경장관들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모임도 열린다.

세계 대학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미국 뉴욕에서는 11월 28일부터 '교토의정서와 세계 대학'이라는 주제로 전 세계 대학 관계자들이 참석한 기후변화 총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대학들은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와 세계 대학들의 노력에도 한참 못 미치는 미온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임수진 환경정의 간사는 "온난화 문제에 대한 국내 대학들의 인식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모범사례] 조선대학교에서 일어난 '에너지 혁명'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온수공급 설비가 들어선 조선대 기숙사의 전경.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온수공급 설비가 들어선 조선대 기숙사의 전경.
ⓒ 조선대학교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적극적으로 재생 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해 온난화 방지에 앞장서고 있는 사례도 있다. 바로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조선대학교가 그 주인공.

조선대는 '솔라 시티'를 지향하고 있는 광주광역시와 연계, 지난 2000년 기숙사 신축 과정에서 태양광 발전시스템 및 태양열 온수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건물에 고효율 에너지 설비, 외벽단열공법 등도 적용해 '에너지 절약형' 기숙사를 건립했다. 일조량이 하루 4시간 이상 되도록 건물의 방위도 최적화했으며, 남향으로 유리창을 집중 배치했다. 연면적 대비 표면적을 최소화해 유출되는 에너지 양을 줄이는 데도 힘썼다.

조선대는 태양에너지 설비로 전력·난방요금 절감 효과도 톡톡히 봤다. 한 해 전기요금 약 550만 원, 연료비 약 2000만 원 가량을 절약하게 된 것. 조선대의 2006년 전력사용량은 2만2463MWh(국내대학 가운데 17위·17억원 상당), 난방연료인 도시가스 사용량은 1734TOE(16위·10억원 상당)를 기록한 바 있다.

또한 이로 인해 한 해 48톤의 이산화탄소를 덜 방출하게 된 점도 성과로 꼽힌다. 정부가 새로운 기후변화협약 발효에 발맞춰 국내에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을 조성할 것으로 알려진 터라, 대학도 그 대상기관에 포함될 경우 조선대는 배출권 판매로 추가적인 이득까지 얻을 수 있다.

온난화 방지를 위한 조선대의 '무한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선대는 2002년부터 캠퍼스 안에 '태양에너지 실증연구단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학교 부지 5000평에 태양광 및 태양열 분야의 실증적 연구를 위한 실험장을 조성한 것.

태양광 발전시스템 및 태양열 온수시스템 세트가 들어섰고, 50평 규모의 조그마한 연구동도 지어졌다. 현재 이 곳에서는 정부연구소 및 관련 기업들이 입주해 태양에너지 관련 발전설비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5월 말 완공될 것으로 알려진 '그린빌리지'에는 연구단지에서 개발된 제품들을 실생활에서 적용해 보기 위한 태양에너지 주택 111세대가 건립될 예정이며, 곧 이와 같은 성과를 전국에 알리기 위한 교육홍보관도 세워질 예정이다.

조금배 조선대 교수(전기공학과·태양에너지실증연구사업단장)는 "고유가시대가 장기화되고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구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조선대가 지역의 태양에너지산업 육성의 기반시설로 활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블라인드 걷기, 계단으로 다니기... 온난화에 맞서는 일본 대학들

온난화 방지 노력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새로운 발전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기 위한 시도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타깝게도 국내 대학들에서는 그동안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광범위한 실천 노력들이 거의 없었다. 이런 현실에서 '팀 마이너스 6%'라는 에너지 절약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 속에서 온난화 방지를 실천하는 일본 대학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일본에서 수년 째 전개되고 있는 '팀 마이너스 6%' 운동은 정부 주도 에너지 절약 프로젝트다. '6%'는, 일본이 교토의정서의 적용을 받아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6%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것에 근거한다. '팀'은 운동 전개 과정에서 정부가 기업·시민사회·대학 등과 긴밀히 협력한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일본 당국은 교토의정서를 발효시킨 주요 당사국이라는 점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대학들도 이러한 정부의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팀 마이너스 6%' 프로젝트의 뼈대는 여름철 '쿨 비즈(Cool Biz)' 운동과 겨울철 '웜 비즈(Warm Biz)' 운동이다. 이는 고이즈미 전 총리가 여름철 반팔 와이셔츠만을 입은 채 넥타이를 풀고 출근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일본 토요대학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여름철 에너지 절약 수칙들(사진 위쪽). 토요대학 학생들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노력들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룩했다. 붉은색 선이 2004년 여름의 전력소비량이고, 노란색 면은 2007년의 수치다.(사진 아래쪽)
 일본 토요대학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여름철 에너지 절약 수칙들(사진 위쪽). 토요대학 학생들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노력들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룩했다. 붉은색 선이 2004년 여름의 전력소비량이고, 노란색 면은 2007년의 수치다.(사진 아래쪽)
ⓒ team-6.toyo.ac.jp/eco

관련사진보기


이에 근거해 일본 대학들에서도 캠퍼스의 현실에 맞는 에너지 절약 수칙들을 제정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 예로는 '냉방온도 28℃/난방온도 20℃ 유지하기' '사용하지 않는 조명기구 끄기' '여름철에 블라인드를 닫아 햇볕 차단하기/겨울철에 블라인드 걷어 햇볕 들이기' '옷으로 더위/추위 조절하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사용하기'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등이 있다.

사소한 것들에서 출발한 일본 대학들의 에너지 절약 노력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로 도쿄에 위치한 토요 대학에서는 수년째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캠페인을 전개해, 2007년 여름에는 2004년 대비 19%의 전기 사용을 줄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대학생들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함으로써 온난화의 거센 파고를 막아내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귀감이 되고 있다.

캠퍼스에서부터 실천해 나가는 온난화 방지

지난 11월 17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제27차 IPCC 총회에서는 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으로 수십 년 내에 지구에 환경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채택됐다.그동안 단지 '북극곰들의 멸종을 재촉할 수도 있다'는 정도로 인식돼 온 지구 온난화가 점차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무기'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온난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국내 대학들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임수진 환경정의 간사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은 물론, 사회시스템과 삶의 패턴을 바꾸는 근본적 변화가 캠퍼스 차원에서도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간사는 ▲캠퍼스 녹지화 ▲'차 없는 날' 운영 ▲기후변화 관련 수업 실시 등도 방안으로 제시했다.

윤순진 교수는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 구성원들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전지구적인 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공유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어 "대학 차원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학 당국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캠퍼스 안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구온난화의 궁극적 책임은 에너지 집약적인 ‘거대 소비사회’를 지탱하는 경제주체들에게 있다. 대학들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사이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는 북극곰들은 우리의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궁극적 책임은 에너지 집약적인 ‘거대 소비사회’를 지탱하는 경제주체들에게 있다. 대학들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사이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는 북극곰들은 우리의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 taco 2007 / Dan Crosbie

관련사진보기


IPCC 평가보고서가 채택됐던 지난 11월 17일, 파라우치 IPCC 의장은 기자회견장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변화된 세상에 살고 싶다면 당신이 그렇게 변하라"(Be the Change you want to see in the world).

지구온난화로 인류의 미래마저 저당잡힌 오늘날,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태그:#캠퍼스, #지구온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