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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자료화면)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자료화면)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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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방호 사무총장은 28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특히 MBC는 사기꾼이자 범죄 피의자인 김경준 측의 일방적 주장을 아무런 여과 없이 사실인 양 보도하고 있다.

<PD수첩> 등 수십 건의 보도 및 제작 프로그램을 통해 이명박 후보를 음해하는 일방적인 편파보도를 일삼아 왔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최소한의 공정성과 객관성마저 포기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오죽하면 'MBC문화방송은 정동영 방송'이라는 지탄이 나오겠나."

한나라당 소속 당직자에 의한 언론 압박은 이외에도 많습니다.

지난 2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BBK사건 관련자 에리카 김과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심재철·김학원·진수희 등 한나라당 의원 13명이 MBC 본사를 찾아가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반응에서 엿보이는 한나라당의 언론관은 전두환의 국보위 시절에서 한걸음도 진전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대가 바뀌어 '민영화' 정도로 끝낸 것이지, 정권을 잡으면 '언론 통폐합'과 같은 과거가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고발을 예사로 언급하고 '법적 책임'을 운운하는 것을 보면 이 불안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MBC가 '정동영 방송'이면 <중앙일보>는 '정동영 신문'?

이방호 사무총장의 기자회견에서 보아도 알 수 있듯 한나라당이 가장 대립각을 세우며 공격하고 있는 언론은 MBC입니다.

이명박 후보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보도했다고 해서 MBC가 '정동영 방송'이라면, <월간중앙>을 비롯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정동영 신문'입니다. 한나라당 주장대로라면 감히 이명박 후보가 하지도 않은 말을 기사에 내보냈기 때문입니다.

2000년 10월 16일 자 <중앙일보>에는 이명박 후보 스스로가 "BBK를 창업한 바 있다"고 표현한 인터뷰 기사가 실렸고, 같은 해 10월 15일 자 <동아일보>에는 이명박 후보가 "사이버 금융에 승부 걸겠다"며 김경준씨의 "어깨를 연방 토닥였다"고 표현한 기사가 게재됐습니다.

또한, <월간중앙> 2001년 3월호에는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해 펀드를 묻고 있는 상태"라는 이명박 후보의 발언이 실렸습니다.

이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오보'라고 반응했다는데, MBC와 <한겨레> 등에 '법적 책임'을 묻기 전에 <중앙일보>나 <동아일보>에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겨레> 보도에 6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으니 후보의 말을 직접 인용한 것처럼 오보를 낸 <중앙일보>나 <동아일보>에는 수백억원쯤을 청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나라당의 주장이 진정 사실이라면 이런 '명백한 오보'를 눈앞에 두고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시 이명박의 'BBK 창업' 발언을 게재한 2000년 10월 16일자 <중앙일보>.
 당시 이명박의 'BBK 창업' 발언을 게재한 2000년 10월 16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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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2001년 3월호
 <월간중앙> 2001년 3월호
ⓒ 월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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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도만 높으면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어느 누리꾼의 다음과 같은 인간적인 조언을 깊이 새겨들어야 합니다.

"당신들(한나라당)은 매일 떼로 몰려다니면서 당신들 주장을 온 동네 언론에 다 퍼트리고 다니는데, 김경준 일가는 고작 라디오 인터뷰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김경준 쪽의 주장이 전부 사실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렵지만, 이명박 후보의 "BBK와 무관하다"는 말 역시 사실이라는 증거 또한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동안 이명박 후보는 '위장전입' 등 다양한 의혹에 대해 "무관하다"는 이야기만 하다가 나중에 사실로 밝혀져 점점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방호 사무총장은 "한나라당 후보 경선 때 '도곡동 땅' 문제에 대해 이 후보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60% 정도 됐지만 후보 지지율도 그만큼 나왔다"면서 "(유권자들이) 사실관계를 믿는 것과 지지도는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지도만 높으면 됐지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무총리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임명동의안도 부결시켰던 정당이 대통령 후보에 대한 의혹에는 지지도를 들먹이며 사실관계를 무시하는 것은 이율배반입니다.

결국 한나라당의 사고방식은 정권만 잡으면 다 된다는 것입니다. 정작 문제는 정권을 잡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는 데 있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고문과 폭력으로써 탄압했던 군사독재세력이 뿌리인 정당인만큼, 이런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말끝마다 "좌시하지 않겠다"며 공포를 조장하니 무서울 수밖에요.

한나라당, 지금은 21세기다

2000년 10월 15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이명박 '사이버금융에 승부 걸겠다'"는 기사의 일부분.
 2000년 10월 15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이명박 '사이버금융에 승부 걸겠다'"는 기사의 일부분.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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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알아야 할 것은, 지금은 남산에 끌고 가 입막음하고 마음껏 고문할 수 있는 70년대가 아니라 21세기라는 사실입니다. 지나도 한참 지났습니다. 지금은 2007년입니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언론의 자유'를 믿는다면, 단지 노무현 정권이 추진했다는 이유로 '기자실 통폐합 반대'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다른 의견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발언만 난무하면 믿음을 줄 수 있겠습니까?

한나라당이 '법적 책임'을 무기로 김경준 일가의 말할 수 있는 권리와 방송의 보도할 수 있는 권리를 봉쇄하고 싶다면 친한 언론·불편한 언론 가릴 것 없이 다 고소할 것을 권합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도 '법적 책임'을 묻고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는 것이 최소한 주장의 일관성과 진정성을 얻을 수 있는 길 아니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BBK 이면계약서, #이명박, #김경준, #BBK, #이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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