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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보다 배꼽이 커져버린 인턴십

범람하는 취업 자료집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인턴십과 아르바이트. 각종 자료집에서는 지금의 기업 채용패턴이 경력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기에, 취업 전에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은 경력차원의 ‘인턴십’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인턴십 기회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힘들다면 관련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이력서 공란은 반드시 매워야 한다고 언급한다.

하지만 갈수록 치솟는 인턴십 공채 경쟁률은 이내 샘솟는 의욕에 찬물을 끼얹는다. 한성대학교 중앙 도서관 앞에서 한 유학 준비생에게 이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졸업이 다가옴에 따라 취업을 준비해 가는 과정마저도 순탄치 못했다고 한다. 각종 취업 정보집에서 제시해 주던 가이드라인에 맞춰 준비하려 했었지만, 그것을 쫓아가는 과정마저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그는 인턴십에 합격하고 소화하는 것에 대한 버거움에 대해 강조했다. 취업 준비과정에서 인턴십이라는 취업 전 경험이 오히려 취업 자체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보였다. 본선보다도 예선에 통과하는 것이 더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한 번의 인턴십으로 충분하지도 않다고 한다. 어떤 특정 직종, 특정 계열의 기업에 입사하겠다고 못 박는 것은 현재 취업난에서 위험한 발상이기 때문이란다. 

취업포털 캐리어가 상반기 인턴십을 진행한 2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2007년 상반기 인턴십 경쟁률은 평균 83대 1로 집계되었다. SK 네트웍스의 경우 신입사원 경쟁률은 60대 1로 꽤나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인턴십 경쟁률은 110대 1로서 인턴되기가 취업하기보다 몇 배 힘든 실정이다. 수치상으로야 2배가 채 되지 않지만, 실제로 인턴십 지원자가 체감하는 경쟁률을 그 이상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턴십에서 떨어진 사람이 회사의 신입사원 채용 때 지원서만 신입사원용으로 바꿔 썼는데 당당하게 입사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데에 이해가 된다. 신입사원은 될 수 있는데 인턴은 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취업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처야 하는 과정이라고 알려진 인턴십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사실, 인턴 경험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수백대 일을 넘나드는 치열한 경쟁을 뚫은 인턴사원의 경우가 모든 인턴십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와는 다르게 우연하고도 다소 용이하게 인턴 경험을 한 경우도 있다.

“저 같은 경우는 그리 일반적이지 않아 말씀드리기가 좀 뭐하군요. 사실 인턴십에 대한 정확한 개념도 없는 것 같구요. 아르바이트와 인턴십의 차이가 모호한 상태에서 몇 몇 기업이 ‘인턴십’이다라고 하는 것에 개념을 한정 한다면 저의 경험이 그것에 속하는 지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어쨌든...”

인턴십에 대해 답변해주고 있다.
▲ 송이오(24)씨. 인턴십에 대해 답변해주고 있다.
ⓒ 임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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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송이오(24)씨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다소 자신 없는 투였다. 그만큼 ‘인턴십’이 분명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떠듬떠듬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희미한 기억을 다시 꺼내는 듯 했다.

"저는 홍콩계 무역회사에서 2005년에 인턴사원으로 일했어요. 보통 국내 기업들은 공채형식으로 인턴사원을 많이 선발하는데요, 외국계 회사라 그런지 몰라도 제 경우에는 공채로 뽑힌 것은 아니었어요. 어머님 지인께서 그 회사에서 일하고 계셨고, 제가 전공하는 경영에 관련된 재무 분야에서 인턴으로 한 번 일해 볼 생각이 없냐고 비공식적으로 제의가 들어 왔었죠.

2005년에도 지금처럼 한창 인턴십 이야기가 빈번했죠. 그야말로 이야기로만요. 기업이 대대적으로 주최하고 수료증까지 준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하지만 저의 경우는 처음의 시작이 알려진 것과는 달라서 그저 회사에서 하는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했죠. 마침 당시에 개인적으로는 당시 제가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서 여행경비도 마련해야 했어요. 박자가 잘 맞아 떨어졌던 거죠. 흔쾌히 인턴십 과정에 참여했죠. 당연히 수료증이라는 것도 없었구요. 얼마간 일해서 여행비용 번 것이 다죠 뭐."

질문(기자): “나중에 회사에 지원할 때 경력사항으로 넣을 생각이 있나요?”

“별로 그럴 생각은 없어요. 특별히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나는 일도 없었구요. 사실 인턴 경험을 했다라는 생각도 안 들어요. 취업을 다른 기업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신입사원 경력이라고 제시하기도 꺼림칙 하구요...”

취재 과정에서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의 경우에는 인턴사원 채용방식과 신입사원 채용방식이 거의 유사하다. 서류심사 및 면접과정을 명시한 인턴 공고문도 신입사원 채용공고문과 차이가 없다. 다만 공고 첫줄의 제목만 ‘신입사원’에서 ‘인턴’으로 바뀐 정도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아직은 학업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

송이오와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제가 3개월하고 보름정도 근무했던 것 같아요. 방학이 끝나고 휴학 신청을 했어요. 그리고는 계획대로 중동과 이집트 등지로 해외여행을 갔었죠. 그것 때문에 더 근무할 수 있었는데 그만 뒀어요. 저랑 같이 근무했었던 사람들은 거의 정직원으로 전환되었죠. 졸업반 언니들은 학교에 취업계를 냈었고요.”

송이오는 인턴십과 학업 사이에는 큰 충돌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대부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의 인턴십은 하계 혹은 동계 방학 중에 이루어지며, 재학 중인 학생들은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인턴십에 투자한다고 한다. 그녀는 휴학마저 해가며 인턴십에 의지를 보이는 친구들은 주위에서 찾기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서 학업과 인턴사이의 개인적인 중요도에 대해 물었다.

“그래도 여전히 학업과 인턴을 비교해 보면 학업 쪽으로 무게추가 더 실리죠. 친구들 생각도 대체로 학점 잘 받는게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정말로 하고 싶은 분야의 인턴직 기회가 생겼는데 학교생활이 장애가 된다면 과감하게 휴학하는 사람들도 꽤 많겠죠. 하지만 뒤집어 생각한다면 학교를 중도에 쉬면서까지 인턴에 몰두하는 휴학생들이 적은 이유는 인턴이란게 하면 좋되 학업을 희생하면서 까지 있어야 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지 않을까요?”

송이오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옆에서 곰곰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듯 했던) 인터뷰에 함께 응해준 유효주가 송이오의 답변에 이어 이야기 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인턴십에 대한 관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턴십에 대한 그녀의 견해는 다소 냉소적이었다.
▲ 유효주씨(22). 인턴십에 대한 그녀의 견해는 다소 냉소적이었다.
ⓒ 임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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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건축과를 다니기 때문에 인턴십 경험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요. 1개월 정도는 설계사무소 같은 곳에서 쌓은 실무경험을 학교에서 요구하죠. 게다가 설계 사무소 같은 곳에서 수시로 요청이 들어오다 보니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이런저런 자리를 소개시켜 주시곤 해요.

그래서 인턴십이 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했던 것이 인턴십이 맞는가?’하는 의심도 생겨요. 전 오히려 아르바이트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학교에서 반드시 요구했던 실무경험이 아니라면 학교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설계사무소에 나갔을 것 같지는 않아요. 더 중요한 건 학점이잖아요. 인턴십 이라는 것에 전공과 상관없이 너도 나도 지원하려고 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경험의 깊이도 떨어지는 것이라 생각해요. ”

유효주는 자신의 전공에서는 일반적인 생각이라면서 매우 단호하게 답변했다.

취재과정에서 무급 인턴에 대한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한 취업포탈의 통계자료를 토대로 ‘무급 인턴도 시켜만 준다면 마다 않겠다’는 취업준비생이 열 명 중 일곱 명을 약간 넘긴 73%라는 것이다. 그 말대로라면 거의 대다수의 구직자들은 너도나도 경력을 갖추기 위해서 시간도 마다않고 돈도 마다않고자 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특히나 무급이라는 점도 강조해서 인턴십의 중요성에 대해 거의 대다수의 취업준비생들이 절박하게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명확하게 미경험 이유에 대한 결론은 낼 수 없었으나, 떠도는 루머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 인턴십 미경험 이유 통계 명확하게 미경험 이유에 대한 결론은 낼 수 없었으나, 떠도는 루머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 임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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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각종 어학 자격시험을 공부한 경험자 응답 비율 67%에 비하면 인턴십 유경험자 비율은 17%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주어진 인턴십 기회가 적기 때문만은 아니다. 경쟁률 세 자릿수를 기록하는 외국계, 대기업 인턴십을 제외하고라도 노동부 주관의 청소년 직장체험 프로그램에 힘입어 증가하고 있는 중소기업 인턴십까지 합하면 인턴십 기회는 취업준비생들의 인턴 경험율 17%를 훨씬 상회한다.

다수의 인턴십 기회에 비해 소수의 인턴십 경험율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인턴십이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것은 없어서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보도되는 모습과는 달리 대학생들의 다수가 여전히 인턴십보다 취업에 더욱 직결되는 또 다른 요소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인턴십과 또 다른 요소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면 인턴십을 과감히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항간에 떠도는 무성한 소문의 정체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덧붙이는 글 | 세번째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태그:#EACH 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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