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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시기' 정체는? 22일 공무원노조 집회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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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장(시장 권한대행)은 경찰 보호를 받으며 업무를 보고 있고 신임 구청장은 자기 책상도 찾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다. 구청장 출근을 저지하던 공무원 노조 간부 3명은 포승줄에 묶여서 끌려갔고 나머지 조합원들은 “낙하산 인사 저지” “구속 공무원 석방” 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07년 11월 23일 안양시 공무원 사회 모습이다.  이렇듯 안양시 공무원 사회는 최근 심한 홍역을 앓고 있다. 원인은 뿌리  깊은 인사 관행이다.

 

안양시장 보궐 선거를 위해 명예 퇴직한 박원용 동안구청장 자리는 관행상 ‘경기도 몫’ 이었다. 공무원들은 이를 지자체 자주권을 말살하는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거세게 저항했다. 경기도는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 데 6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안양시는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 데 약 14년이 걸릴 정도로 인사 적체가 심하다. 때문에  안양시 공무원 을 승진시켜서 구청장에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지난 5일, 전국 공무원 노조 안양시지부(지부장 박광원)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경기도를  항의 방문했다. 12일에는 안양시청 현관 앞에서 ‘낙하산 인사 저지 결의 대회’를 개최하고 부시장실 앞에서 연좌 농성을 시작했다.

 

구청장 인사권자는 시장이다. 당연히 공석이 된 동안 구청장 인사권자는 권한대행인 부시장 에게 있다. 그동안 시장이 경기도에 공문을 통해 새로운 구청장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인사가 이루어져 왔던 것이 ‘관행’이다. 이번 인사도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노조는 부시장이 공문을 보내지 못하도록 집무실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박 부시장은 지난 20일, 경기도청에 직접 방문해서 공문을 접수했고 경기도는 서둘러 인사를 단행했다. 

 

21일 오전, 동안구청장 후임으로 류해용 서기관이 내려왔다. 노조원 200여명은 류 서기관 출근을 막고 동안 구청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손영태(42)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과 박광원(50) 안양지부장 포함 총 15명이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연행됐다.

 

이 날부터 류 서기관은 자리를 찾지 못하고 구청장실 밖으로 밀려났다. 경찰 보호를 받으며 구청장실에 입성했지만  “나가달라”는 노조원들 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물러났던 것. 22일에도 노조원들에게 가로막혀 구청장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당직실에서 경찰 보호를 받고  있었다.

 

박신흥 부시장은  인사 협조 공문을 도청에 제출한 이후 노조의 지속적인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이에 신변 위협을 느껴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고 8명의 경찰에게 보호를 받고 있다.

 

"낙하산 인사는 공직 사회 부패 항목 중 하나"

 

 

연행된 노조원 15명 가운데 3명(박광원 안양시 지부장, 박문규 동안 지회장, 이호성 정책부장)이 23일 오전에 구속영장을 받았다. 그 중 박광원 지부장은 오후에 풀려났고 나머지 2명은 구속 수감됐다.

 

노조원들 시위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22일 오후  5시에는 동안구청 복도에서 약 300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희생자 복직 투쟁위원회(이하 해복투) 회원 약 40명과 전국공무원노조 임원들도 다수 참여했다. 한근석 해복투 위원장은 “낙하산 인사는 지자체 자치권을 말살하는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23일 오전 11시 30분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낙하산 인사를 철회하고 구속자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김은주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상무 민주노총 경기본부장, 정광훈 공무원-교수공대위 공동대표, 김용한 민주노동당 경기도당위원장을 비롯해 공무원노조 회복투 동지 등 모두 40여명이 참가했다.

 

손영태 위원장은 “공직사회 부정부패중 하나가 바로 낙하산 인사로서 민주적 지방자치 실현을 뒤흔드는 걸림돌이다. 공작정치 밀실야합을 통한 낙하산 인사의 결과는 지자체 예산으로 술 먹고 도에 아부하러 다니는 일만 일삼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로서 이를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 싸우는 공무원노동자들의 염원을 짓밟고 감방에 처넣는 김문수 도지사와 박신흥 안양 부시장은 자격을 상실했다”며 강력하게 투쟁할 것을 선언했다.

 

오후 5시에는 안양시청 1층에서 경기도의 강경대응 방침과 낙하산 인사 철회 촉구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촛불 문화제에는 조합원 500명이 참여했다.

 

노조 주장에 대해 경기도는 이해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도내 8∼5급 2230명 가운데 2170여 명이 모두 시·군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의 전·출입을 통해 도와 시·군 간 교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인데 마치 도에서 일방적으로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노조가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낙하산인사, #인사교류, #안양시, #동안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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