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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2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작입니다. 변태섭 기자는 한양대학교 분자생명과학부 4학년에 재학중입니다. [편집자말]
▲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만든 영상
ⓒ 한국지체장애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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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은 무슨 날일까? 보통 달력에는 '농업인의 날'로 되어있다. 1년 중 '1'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날, 가래떡 역시 일자 모양으로 길다는 것에 착안, '가래떡 데이'라고도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11월 11일은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빼빼로를 건네는 '빼빼로 데이'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11월 11일은 '지체장애인의 날'이기도 하다.

모두가 하나 되는 숫자 1의 의미를 아십니까?

"우리 장애인들은 항상 사회적 차별과 빈곤, 인권유린의 중심에 있습니다. 일부 시설은 장애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고 수용하며, 폭행과 비인격적인 대우를 하고 사회와 격리, 방치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단결하고 역량강화를 통해 (장애인 권리를) 쟁취해야 합니다."

제7회 전국 지체장애인대회가 열렸다. 5000여명의 장애인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 제7회 전국 지체장애인대회가 열렸다. 5000여명의 장애인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 변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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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단지 조금 다를 뿐인 이들. 이들은 장애우(友)가 아니라 장애인(人)이라 말했다.
▲ 시상식을 보며 박수치는 모습 나와 단지 조금 다를 뿐인 이들. 이들은 장애우(友)가 아니라 장애인(人)이라 말했다.
ⓒ 변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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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인의 날'인 11월 11일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9일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제7회 전국지체장애인대회'에서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박덕경 중앙회장은 "장애인들도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스스로를 사회구성원으로 존중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단체는 결의문에서 "장애인 복지는 시혜적이고 전문가 지상주의적 성격이었으며 주체인 장애인 당사자들의 참여 기회는 박탈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또 "'장애인 당사자 단체'와 '장애인을 위한 단체'의 역할을 정립하고, 순수 장애인 단체의 육성을 적극 지원하라"며 장애인 복지와 인권 수호를 골자로 하는 네 가지 요구를 선언했다. 자랑스러운 지체장애인상 시상으로 시작한 이 행사는 장애인 5000여명과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여러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11월 11일은 '지체장애인의 날'


한국지제장애인협회가 11월 11일을 '지체장애인의 날'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86년 11월 11일은 국내 최대의 장애인단체이자 대표적 단체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의 창립을 위한 첫 발기인 모임이 개최된 날이다.

둘째로, 11월 11일은 '1'이라는 숫자가 1년 중 가장 많이 들어가 있는 날이다. '1'은 시작과 출발을 의미하는 숫자로, 지체장애인들이 단합된 모습으로 복지사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힘찬 출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셋째로, '1' 자(字)의 형상은 직립(直立)을 뜻하는 바, 지체장애인들이 신체적 장애로 제각각의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똑바로 당당하게 세상을 활보하고픈 욕구를 표현하고, 곧은 정신을 지향하여 힘차게 일어선다는 의미이다.

넷째로, '1'은 첫째, First를 의미하는 바, 장애인 스스로를 제일(第一)의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동시에 가족과 이웃, 나아가 사회 전체를 제일의 소중한 가치로 여김으로써 진정한 복지사회를 염원하는 장애인의 열망을 담고 있다.

"우린 함께 하는 이웃입니다"

연례 행사가 모두 종료된 이후, 자랑스러운 장애인상 중 지도자상 부문을 수상한 서울특별시 지체장애인협회 중량구지회 양태경씨를 인터뷰했다. 양씨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 18년간 몸담으며, 지역 장애인들의 복지와 권익보호, 법 제도 개선에 노력해왔다. 그는 국가대표 장애인 역도 선수단의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국가대표 장애인 역도선수단의 감독 및 코치이기도 하다.
▲ 지도자상을 받은 양태경씨 그는 국가대표 장애인 역도선수단의 감독 및 코치이기도 하다.
ⓒ 변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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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행사의 목적 중 하나가 장애인의 권리회복이다. 장애인의 권리회복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동안 장애인들의 위치는 소외되거나,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우린 정당한 사회일원이고 싶다. 장애인 당사자 조직, 장애인 정치세력화 등을 통해 조금씩 소외된 위치에서 벗어나 활동범위를 넓히는 것, 참여기회 확대가 장애인 권리회복의 가장 기초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 지체장애인들의 사회참여의식 제고 역시 이번 행사의 목적인데, 지체장애인들의 사회참여가 적은 이유가 있다면?
"첫번째로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일을 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는 두번째 문제점인 사회인식과 맞물려 있다. 장애인은 누구의 도움을 받는 사람, 혹은 조금 꺼려지는 사람으로 우리 사회에 인식되어 있다. 함께하는 이웃이라는 인식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 일각에서는 장애인을 장애우라고 부른다. 장애인과 장애우,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나?
"분명 의미에 문제가 있다. 장애우라는 말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대상화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무언가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절대 원치 않는다. 우린 장애가 있는, '사람'일 뿐이다."

- 우리 사회에서 지체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생활의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나? 개인적 경험과 함께 말해달라.
"나는 지체장애인 2급이고, 보듯이 목발을 하고 다녀야 한다. 지금이야 개인차를 타고 다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상당히 불편한 적이 많았다. 특히 나에게는 지하철역에 있는 높은 계단이 제일 힘들었다. 많은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우선시하는 이유도 아마 나와 같은 맥락에 있지 않나 한다. 앞서 말했듯 일자리 문제도 심각하다. 또한 교육 역시 장애인들의 교육받을 권리는 다른 교육 이슈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뒷전이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 차이는 차별이 아닙니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공익광고
ⓒ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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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드린다.
"가장 평범한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장애인에 대해 같이 함께 하는 이웃이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조금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손사래 치거나 동정적 시선보다는 장애인을 대함에 있어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You + I'가 'U & I'가 아니라 'We'인 이유? 그것은 아름다운 연대

그러나 11월 11일이 빼빼로 데이 이외의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날임을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많지 않을 것이다. 웬만한 달력에도 소개하고 있지 않다.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만난 홍태경(경인교대)씨는 "11월 11일이 지체장애인의 날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며 "평소 11월 11일을 제과업체의 상술이라 생각해 좋지 않게 생각했지만 지체장애인의 날이라면 그 의미를 되새길만하다"고 말했다.

화려한 자판에 즐비하게 늘어선 빼빼로들.
▲ 빼빼로 준비하삼? 화려한 자판에 즐비하게 늘어선 빼빼로들.
ⓒ Gator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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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원(경인교대)씨 역시 "11월 11일이 지체장애인의 날인지 몰랐다"고 말한다.

전씨는 "교생실습을 나가보면, 비장애인에게 장애인 역시 이웃이다라고 느끼게 하기 위해, 그리고 장애인에게는 비장애인과 함께 하며 올바른 사회화를 위해 같은 반에서 수업을 받는다"면서 "비장애인 아이들이 (장애인 아이를) 약간 꺼려하거나 장애인 아이가 스스로 위축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지제장애인협회가(歌) 가사에 이런 대목이 있다.

"소외와 편견을 넘어 우리가 먼저 다가서고 우리가 먼저 실천하는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의 약속이어라, 세상의 희망이어라, 세상의 등불이어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기 위한 날이라는 '빼빼로 데이', 그 사랑의 눈을 조금만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조금 더 아름다운, 조금 더 따스한 11월 11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사랑을 전한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연대다.


태그:#빼빼로데이, #지체장애인의 날,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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