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의 자발적 후원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친일인명사전'이 오는 2008년 8월 처음 발간된다. 친일인명사전은 총론편 1권과 인물편 2권 등으로 구성되는데, 인물편에는 총 4000여명 안팎의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수록될 예정이다.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조문기)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는 9일 저녁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친일인명사전 편찬현황 대국민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될 내용의 일부(18명)를 공개했다. 또 편찬 과정 및 현황, 사전 수록대상자 선정 기준, 친일인사 데이터베이스(DB)시스템, 그리고 연도별 '친일문제연구총서' 간행 개요 등을 소개했다.
친일인명사전 내년 8월 첫 선... 총 4000여명 수록 예정이날 대국민보고회에서는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될 내용의 일부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사전에는 친일인사의 한글명·창씨명, 생몰년, 출생지, 직업, 가계 등 기본 인적사항과 학력, 경력, 일제시대 행적 및 해방후 활동 내역까지 소개돼 있다.
앞서 연구소와 위원회측은 지난 2005년 8월 29일 '경술국치일(1910)'에 맞춰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될 1차 명단 총 3090명을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내년에 빛을 보게 될 사전에는 약 1000명 정도의 친일인명이 더 추가된 셈. 이들 단체는 오는 2008년 3월께 사전에 수록될 최종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추가 수록 인물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윤경로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장은 "내년 8월 출간을 앞두고 그간의 과정을 보고드리고 각오를 새로이 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며 행사 취지를 밝혔다.
이어 윤 위원장은 ""그간 150여명의 전문가들이 지도위원·편찬위원·집필위원으로 참여해 원고 집필률이 60%에 이르는 등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친일인명사전은 민족의 밝은 미래를 열어 갈 사회적 가치 기준이며 역사의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또 윤 위원장은 "보수를 자임하는 친일 비호세력이 갖은 방법으로 과거청산을 문제 삼는 등 방해 책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어떤 외풍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보수 방해 책동에 굴하지 않을 것"... 2012년 총서 완간 계획위원회와 연구소측은 내년 친일인명사전을 시작으로 오는 2009~2011년 일제협력단체사전(국내외 총 4권) 및 일제식민통치기구사전(1권), 2012년 자료집(2권)·백서(1권) 등을 발간해 친일문제연구총서 11권을 완성할 예정이다. 또 2013년 이후에도 전문분야 및 개별인물 연구를 발간할 계획이다.
이날 대국민보고회에는 소설가 조정래씨, 함세웅 신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등 각계 인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위원회와 연구소를 지원하는 의미에서 사전 구매 약정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대국민보고회가 끝난 뒤에는 제3회 임종국상 시상식이 열렸다. 수상자는 학술부문에 이재명 명지대 교수(<근대 희곡·시나리오 선집> 10권), 길윤형 <한겨레21> 기자(야스쿠니캠페인 기획기사) 등이었다. 임종국상은 근현대사의 진실 규명과 역사정의실현에 헌신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한편, 친일인명사전의 편찬은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가 지난 2002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추진한 사업. 그러나 이듬해 국회 예결위원회가 기초자료 조사에 책정된 5억원의 예산마저 전액 삭감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꺼져가는 불씨를 살렸던 것은 2004년 한 네티즌이 <오마이뉴스> 댓글을 통해 제안한 '성금모금' 캠페인이었다.
당시 모금운동은 나흘만에 1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네티즌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애초 목표액이었던 5억원을 넘긴 것은 모금캠페인을 벌인지 불과 11일만이었다. 그 뒤에도 네티즌의 참여는 지속됐다. 같은 7월 초께에는 약 3만명의 참여자들이 총 7억5000만원의 성금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