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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2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작입니다. 손기영 시민기자는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에 재학중입니다. [편집자말]
▲ 두줄서기? 한줄서기? 시민들은 헷갈려~
ⓒ 손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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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있던 지난 2000년, 월드컵문화시민연대는 지하철 역사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줄서기 운동'을 벌였다. 왼편 오른편 구분없이 지그재그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던 시민들의 행렬을 '교통정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시민들은 빠른 속도로 새로운 질서에 적응해갔고, 지금까지 지하철 이용의 '에티켓'이 되어왔다. 이런 성공 배경에는 한국 사람들의 '빨리빨리 문화'가 일조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에스컬레이터 왼쪽 통로를 비워둬, 갈 길 바쁜 사람들의 숨통을 틔워줬기 때문이다.

7년이란 세월은 사람들의 습관을 바꿔놓았다. 습관은 무섭다. 한 번 길들여진 습관은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 쉽사리 고쳐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9월 6일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 운영)는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과 함께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다. 바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운동이다.

7년 만에 재추진되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 줄서기'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운동이 다시 추진되는 이유는 그동안 시행돼 온 '한 줄서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 고장이 자주 생기고 이에 따른 안전사고가 늘었기 때문이다.

체인벨트를 사용하는 에스컬레이터의 무게중심이 한 쪽으로 쏠리게 되면, 이로 인한 기계고장이 발생된다고 한다. 또한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으로 운행 중에 갑자기 멈추면, 오르내리던 사람들이 큰 부상을 당하기 쉽다.

승강기안전원 자료에 따르면 2002년 16건이던 서울지역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2006년에는 89건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지하철 7호선 건대입구역(2호선 환승역으로 가는 지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시민들. 에스컬레이터 앞에 설치한 '한줄타기는 위험하다'는 홍보물이 눈에 띈다.
▲ 7호선 '한줄 서기 위험해요' 지하철 7호선 건대입구역(2호선 환승역으로 가는 지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시민들. 에스컬레이터 앞에 설치한 '한줄타기는 위험하다'는 홍보물이 눈에 띈다.
ⓒ 손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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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가 시작된지 두 달, 제대로 정착하고 있을까. 서울도시철도 '두 줄서기 운동'이 처음으로 시작된 7호선 건대입구역을 지난 9일 찾았다.

역 안은 점심시간을 맞아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시행 두 달을 맞은 '두 줄서기'는  좀체 목격할 수 없었다. 예전처럼 오른편은 서서 오르내리는 사람, 왼편은 걸어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직 '두 줄서기'가 정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역 측에서는 홍보포스터와 배너광고를 통해 시민들에게 '두 줄서기'를 홍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홍보가 부족해서인지 내용을 잘 모른다고 했고, 이 캠페인을 알고 있던 일부 시민들도 두 줄서기를 하면 아직 불편한 점이 많다고 했다.     

한복순(47)씨는 "홍보가 많이 부족한 것 같고 (아직 지하철 역사 에스컬레이터에서) 예전 처럼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며 "홍보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준(24) 씨도 "요즘 에스컬레이터에서 두 줄서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에스컬레이터) 왼쪽 편에 서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바쁜데 왜 거기 서 있냐'며 밀친 적도 많다"고 했다.

시민들 "아직 홍보 부족하고 불편한 점 많아"

하지만 시민들 대부분은 도시철도공사에서 벌이고 있는 '두 줄서기 캠페인'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었다. 아직 정착되지 못한 이 캠페인의 대중적 호응을 이끌어 낼 방법은 없을까. 담당업무를 맡고 있는 7호선 건대입구 역무실을 가보았다. 도시철도공사 측의 입장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서울도시철도공사 7호선 건대입구역 정형호(49) 역장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 줄서기 캠페인을 아직 모르시는 분들은 많은데, (앞으로) 도시철도공사 전역에서 매월 정기적인 캠페인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뛰거나 걸으면 발판에 무리가 생겨서 고장의 원인이 되며. 이것이 안전사고로 이어지고 또 다른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재 두 줄서기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취지를 설명한 뒤 "홍보가 잘 안 되어서 (에스컬레이터 두 줄서기가) 지켜지고 있지 않지만, 전국 지하철과 공공기관에서 캠페인을 시작하면 빠른 시간 안에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3호선 안국역(서울메트로) 에스컬레이터 이용안내문.  '한 줄서기'를 권장하는 조항이 눈에 띈다.
▲ 3호선 '왼쪽은 비워둡시다' 3호선 안국역(서울메트로) 에스컬레이터 이용안내문. '한 줄서기'를 권장하는 조항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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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 줄서기 운동'의 문제는 또 있다. 현재 이 캠페인은 도시철도공사 구간인 5~8호선 역사에서만 벌어지고 있고 서울메트로(1~4호선 운영) 구간 역사에서는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 역사 안에 있는 에스컬레이터 이용문에는 아직도 '한 줄서기'를 권장하고 있다.

같은 날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7호선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 옆에 붙은 이용안내판에는 '왼쪽은 걸어갈 수 있도록 비워둡시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한 줄서기'를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환승을 하는 시민들의 혼선이 걱정됐다.

이효선(18)양은 "어느 날 5호선을 탔는데 두 줄서기 캠페인을 하고 있어 에스컬레이터에 두 줄로 서서 탔지만, 1호선이나 3호선으로 갈아타러 갔을 때는 한 줄서기였다"며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두 줄로 서야할지 한 줄로 서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도시철도는 '두 줄서기'... 서울메트로는 '한 줄서기'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이용에 있어 아직 '한 줄서기'를 권장하고 있는 서울메트로의 입장과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

서울메트로 홍보팀 조동수 차장은 전화통화에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 줄서기 운동이 사전협의가 되지 않아서 도시철도공사와 동시에 시행되고 있지 않다"며 "시민들에게 혼선을 준 점을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현재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두 줄서기 운동을 (에스컬레이터 고장 및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서울메트로도 이른 시일 내에 두 줄서기 운동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두 줄서기 운동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 이용의 혼선을 줄이고자 앞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전홍보작업을 벌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붙어있는 '두 줄 서기' 스티커. 안전문제 등을 고려한 캠페인의 취지에 대해서는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으나 아직 홍보부족 등의 이유로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붙어있는 '두 줄 서기' 스티커. 안전문제 등을 고려한 캠페인의 취지에 대해서는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으나 아직 홍보부족 등의 이유로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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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두줄서기, #한줄서기,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메트로,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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